
중국이 잠식한 태양광 밸류체인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수직계열 구조가 핵심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한때 폴리실리콘·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졌지만, 중국의 대규모 증설·저가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빠르게 밀려났다. 최근 통계를 보면 국내 설치 태양광 모듈의 80%대를 중국산이 차지하고, 셀 90% 이상,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은 90%대가 중국산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사실상 “국내 태양광은 중국 부품에 의존한 조립 산업” 수준으로 전락한 셈이다.

국산 셀 점유율 추락, 산업 자체가 붕괴 위기
국산 태양광 셀 점유율은 몇 년 전만 해도 절반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그 자리를 중국산 셀이 90% 이상 채우며 내수 시장까지 장악했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국내 중견·중소 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하거나 생산라인을 멈췄고, 살아남은 일부 기업은 아예 미국·유럽 공장에 집중하며 한국 시장을 ‘버리는 선택’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설비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정작 그 설비를 만드는 산업 생태계는 텅 비어 가고 있는 구조다.

‘킬스위치’ 의혹까지… 에너지 안보로 번진 리스크
문제는 중국 의존이 단순히 “부품 수입 비중이 크다”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태양광 설비의 두뇌에 해당하는 인버터 시장도 중국산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미국 에너지부 등은 일부 중국산 인버터에서 의문의 통신 모듈·원격 접속 기능이 확인됐다며, 이론적으로는 외부에서 전력 생산을 차단하거나 교란하는 ‘킬스위치’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전력망이 디지털·네트워크 기반으로 고도화될수록, 특정 국가 제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사이버·물리 공격 양쪽에서 모두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무늬만 국산화’로는 주권 회복 못 한다
정부 통계상으로는 국산 태양광 모듈 비중이 40%대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뜯어 보면 핵심 셀·웨이퍼·폴리실리콘은 대부분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 외형만 국내 조립인 ‘무늬만 국산’으로는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어렵고, 유사시 중국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진짜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려면 원재료부터 셀·모듈·인버터까지 전 단계에서 최소한의 자립도를 갖춘 산업 생태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왜 한국은 포기하고, 중국만 남았나
중국은 값싼 전기·토지·금융 지원, 인건비, 강력한 내수·수출 지원책을 묶어 수십 개 기가와트급 공장을 한꺼번에 세웠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정책이 정권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고, 태양광 산업은 “환경·입지 규제”와 “보조금 축소·정책 불신” 사이에 끼어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 그 사이 중국 업체는 설비 투자·라인 전환을 반복하며 단가를 극단적으로 낮췄고, 국내 기업은 “애국심 프리미엄”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3~4배 가격 차 앞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에너지 안보를 되찾으려면 필요한 것들
업계가 미국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예로 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비(非)중국산 태양광 부품에 대해 kW당 일정 금액을 세액공제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높은 생산비를 정책으로 상쇄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인센티브 없이는 중국산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 셀·웨이퍼 등 핵심 공정에 대한 kW당 세액공제 또는 직접 보조
- 공공·공기업·RE100 수요에서 일정 비율 이상 ‘국산 소재 사용’ 조건 부여
- 인버터·BEMS 등 전력계통 장비의 보안 인증 강화와 중국산 의존도 점진적 축소
값싼 중국산을 계속 쓸지, 더 비싸더라도 ‘에너지 주권 비용’을 치르고 공급망을 되살릴지의 선택은 결국 정책 의지의 문제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된다면, 태양광 설비가 늘어날수록 한국의 에너지·안보·산업 리스크는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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