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산국가 첫 수출, 왜 베트남이었나
2025년 7월 체결된 이번 계약은 한국과 베트남 정부 간 G2G(정부 대 정부) 형태로 추진됐다.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문의 K-9 자주포와 지원 차량, 교육·훈련 패키지를 공급하며, 물량은 2025년 말까지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분쟁과 국경 인접 지역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노후 소련제 견인포를 대체할 현대식 자주포가 절실했고, 한국은 인도·호주·폴란드·이집트 등 10여 개국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검증된 체계+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 거래는 한국 무기가 사회주의 일당 체제 국가에 정식 수출된 첫 사례로, 중·러 중심이던 공산권 군사 장비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국과 국경 맞댄 베트남…“기술 돌아가는 것 아니냐”
문제는 베트남이 중국과 국경을 맞댄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베트남은 최근 미국·한국과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대중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과 복잡한 정치·경제 관계로 얽혀 있다.
일부 안보 전문가는 “중국이 베트남군 장비를 정찰·첩보·노획 등의 방식으로 분석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K-9 설계·사격통제 기술이 우회적으로 중국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양측이 노획 무기와 서방 지원 무기를 역설계·분석하는 사례가 다수 포착됐고, 첨단 무기를 수출하는 모든 나라가 이런 리스크를 감안해 관리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G2G 계약, 핵심 기술 이전은 ‘0’에 가깝다
다만 이번 K-9 베트남 수출 계약은 현지 생산·기술 이전 없이, 완제품 납품에 가까운 구조라는 점이 기술 유출 우려를 상당 부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한다. 계약은 한국 정부·한화에어로스페이스·KOTRA가 관여하는 G2G 방식으로 이뤄졌고, 사격통제장치(FCS), 소프트웨어, 포탑·차체 설계도와 같은 코어 기술은 베트남 측에 이전되지 않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베트남군은 운용·정비 교육을 받지만, 2·3급 심부 정비나 소프트웨어 개조는 한국 측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유지돼, 임의 개조나 역설계 시도가 있더라도 핵심 알고리즘과 설계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렵게 설계돼 있다. 이는 한국이 폴란드·노르웨이 등 타국 수출에서도 적용해 온 전형적인 ‘핵심 기술 비이전 수출 모델’이다.

엔진 국산화로 수출 통제·부품망도 한국 손에
K-9은 그간 독일 MTU 엔진을 국내 라이선스 생산 방식으로 사용해 왔지만, 2021년부터 추진된 엔진 국산화 사업이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수출·부품 관리 측면에서도 자율성이 커졌다. 2024년 국산 1,000마력급 디젤 엔진 시제품이 개발되면서, 독일 부품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제3국 승인 없이도 한국이 독자적으로 엔진·동력장치를 공급하고, 필요 시 수출국에 대한 부품 통제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방위사업청은 “국산 엔진 도입으로 K-9의 제조 비용을 줄이고 성능을 개선하는 동시에, 수출 대상국·운용 방식에 대한 우리 측 통제력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인도될 K-9에는 이 국산 엔진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향후 부품 공급·정비를 한국이 장악하는 구조를 더욱 강화시킨다.

그래도 남는 리스크, “실전 배치되는 순간부터 노출”
그럼에도 군사 전문가들은 “무기가 실전에 배치되는 순간, 완전한 비노출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K-9이 베트남 해안·내륙 기지에 배치되면, 중국·러시아·제3국 정보기관이 성능·레이더 반사 특성·전자파 발광 패턴 등을 수집하려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야전에서 운용되는 장비는 전투·훈련 중 사진·영상·센서 데이터로 포착되기 쉽고, 장기간 운용 과정에서 부품 교체·정비 정보가 축적되면 성능 추정·대응 전술 개발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설계도·소프트웨어 같은 핵심 기술은 숨기되, 야전 운용으로 드러나는 ‘필연적 노출’은 감안한 상태에서, 향후 개량형·블록 업그레이드를 통해 항상 한 세대 앞선 성능을 유지하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트남 입장에선 ‘중국 견제 + 공급선 다변화’ 카드
베트남이 굳이 한국산 자주포를 선택한 데에는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다. 중국산 무기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신뢰성 논란이 크고,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군사 의존이 자국 안보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생산·수출 여력이 떨어지고, 서방 무기는 가격·정치 조건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베트남은 “미국·유럽 수준의 성능에 비교적 낮은 가격, 정치적으로도 비교적 유연한 한국”을 적절한 대안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기술 이전을 최소화하고, 대신 교육·정비·부품 공급을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방식은 베트남에게는 ‘안정적 공급선’, 한국에게는 ‘기술 보호’라는 상호 이익 구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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