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대학교 아랍어 교수로 위장한 “북한 간첩이 너무 똑똑해서” 시청자한테 잡힌 사건

픽 이야기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뷰어스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레바논계 무슬림 교수, 알고 보니 북한이 만든 인물

정수일은 만주 출신 조선족으로 중국 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이집트 카이로대 유학과 외교관 경력을 거쳐 1960년대 북한으로 넘어간 뒤, 1970년대부터 북한 정찰조직에서 대남공작원 훈련을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그에게 ‘무함마드 깐수’라는 필리핀-레바논계 이슬람 학자 신분을 부여하고, 튀니지·말레이시아 등 이슬람권 대학에 들러 경력을 쌓게 한 뒤, 1984년 한국 입국을 시도하게 했다. 그는 필리핀 여권을 이용해 외국인 유학생·학자의 자격으로 서울에 정착했고, 곧 단국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사학과 교수로 임용되며 ‘중동·이슬람 전문가’로 한국 학계와 언론에서 이름을 알렸다.


교과서 집필·방송 출연까지, ‘완벽한 적응’이 의심을 부르다

깐수는 한국어·아랍어·중국어·영어·타갈로그어 등 10여 개 언어에 능통했고, 실크로드와 동서 문명 교류사에 대한 독창적인 연구를 통해 학계에서도 일정 부분 인정을 받았다. 1991년에는 교육부가 발행한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이슬람 관련 글을 집필할 정도로 신뢰를 얻었고, 이슬람 문화·중동 정세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에 단골 패널로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 생활 5년 만에 박사학위를 따고, 한국 사회·정치·역사까지 너무 잘 안다”, “한국어 억양이 어딘가 자연스럽다”는 의혹이 일부 시청자·동료 학자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다는 후일담도 남아 있다.


첩보 내용은 ‘논문 수준’… 호텔 팩스가 끝내 덜미

수사기록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수일의 간첩 활동은 영화처럼 폭발물·무기와 관련된 것이 아닌, 주로 공개 자료와 자신의 연구를 요약·분석해 북한에 보내는 형태였다. 그는 서울 시내 호텔 비즈니스 센터 등에서 북경 주재 북한 연락책에게 팩스를 보내는 수법을 사용했고, 그 내용은 국내 잡지·학술지·신문 기사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 ‘정보 보고’가 대부분이었다. 1996년 서울 한 호텔에서 팩스를 보내던 중, 직원이 그를 마약 거래 의심 인물로 오인해 신고하면서 안기부의 정밀 조사가 시작됐고, 이후 신분 위장·국적·언어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무함마드 깐수’가 사실은 북한 출신 조선족 정수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필리핀·민다나오 출신” 주장도 언어·지리 테스트에 무너져

정수일은 체포 직후까지 자신이 필리핀 민다나오 출신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수사기관은 지명·역사·현지어 테스트와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며 위장을 무너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대한항공 858편 폭파범 김현희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수사관들이 현지 지리·언어·문화에 대한 상세 질문을 던지고, 주변인이 한국어로 은근히 말을 걸어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정체를 확인했다는 증언도 있다. 결국 그는 1997년 국가보안법상 간첩 및 편의제공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대구 화원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실크로드 대백과’ 초고를 집필하는 등 학문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2000년 사면·복권, ‘전직 간첩’에서 ‘실크로드 석학’으로

정수일은 2000년 8·15 특별사면으로 3년 남짓 복역 후 석방됐고, 2005년에는 남한 국적을 취득한 뒤 실명으로 연구 활동을 재개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고려대·연세대 등에서 이슬람 문화·중세사 강의를 맡았고, 2008년에는 ‘한국문명교류연구소(실크로드학교)’를 세워 실크로드 답사 프로그램과 문명 교류사 연구를 꾸준히 이어갔다. “동서 문명 교류사의 동쪽 종착점은 중국 시안이 아니라 신라의 경주”라는 그의 주장은 한국 실크로드 연구에서 중요한 문제 제기로 평가받았고, 이븐 바투타 여행기 번역 등 20여 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는 점에서 “간첩이었지만 동시에 세계적 석학이었다”는 복합적 평가를 받게 됐다.


냉전 간첩의 한계와, 인간 정수일에 대한 엇갈린 평가

정수일이 북한에 보낸 정보는 대부분 공개 자료와 자신의 연구 결과였다는 점, 무력·군사·핵 관련 첩보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재판과 사면 과정에서는 “냉전시대 전통적 첩보전과는 다른 ‘지식 기반 간첩’”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편으로는 위장 신분으로 학계·사회에 신뢰를 쌓고 주변인들을 속였다는 점 때문에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출소 후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남한 학계에 뿌리내린 그의 삶을 두고 “척박한 분단 현실이 만들어낸 비극적 인물”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결국 그는 2025년 2월 90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북한이 만든 간첩이자, 한국이 키운 실크로드 석학’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한국 현대사와 첩보사, 그리고 문명교류 연구사에 특이한 이름을 남겼다.

author-img
픽 이야기
content@viewus.co.kr

댓글0

300

댓글0

[AI 추천] 랭킹 뉴스

  • "SM이 두 번 탐낸 이유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1등 미모라는 여가수 '관리법'
  • "줄넘기부터 하지 마세요" 아랫배살 빠지고 혈압까지 낮추는 '1등 운동 이것'
  • "학생들이 구경하러 몰려올정도" 50대라는게 안믿기는 여배우의 '관리 비결'
  • "제발 끊으세요.." 이호선이 경고한 늙어서 가장 위험한 인간 관계 1위
  • "책 한 권을 끝까지 못 읽는다.." 6070이 다시 책을 읽게 되는 방법 4가지
  • “가진 것 하나 없지만” 60대에도 행복이 끊이지 않는 사람 특징 1위

당신을 위한 인기글

  • 4060 취미 모임 나갈 때… ‘인맥’ 대신 꼭 챙겨야 할 3가지
    4060 취미 모임 나갈 때… ‘인맥’ 대신 꼭 챙겨야 할 3가지
  • 충격적인 호날두의 계약서…이혼시 아내가 받게될 엄청난 금액
    충격적인 호날두의 계약서…이혼시 아내가 받게될 엄청난 금액
  • 친구집 엄마가 준 식사가 마음에 안들어 온라인서 반찬 투정한 10대의 최후
    친구집 엄마가 준 식사가 마음에 안들어 온라인서 반찬 투정한 10대의 최후
  • 60대 넘어 갑자기 찾아온 여유에 방황하는 않는 사람 특징
    60대 넘어 갑자기 찾아온 여유에 방황하는 않는 사람 특징
  • 여자를 너무 좋아해 사고친 조영남…미국에 있는 그의 아들의 대반전 행보
    여자를 너무 좋아해 사고친 조영남…미국에 있는 그의 아들의 대반전 행보
  • 노소영이 최태원의 동거녀 김희영을 향해 던진 의미심장 한마디 ‘살벌’
    노소영이 최태원의 동거녀 김희영을 향해 던진 의미심장 한마디 ‘살벌’
  • 北 김정은이 직접 여탕에 들어가 목욕중인 여성들 보고 웃으며 보인 반응
    北 김정은이 직접 여탕에 들어가 목욕중인 여성들 보고 웃으며 보인 반응
  • 2억 기부한 무명의 기부자 추적해 보니…친일파 후손 출신 연예인
    2억 기부한 무명의 기부자 추적해 보니…친일파 후손 출신 연예인
  • 北이 교황 초청하려고 유일한 가톨릭 신자를 보냈는데…신자의 충격 행동
    北이 교황 초청하려고 유일한 가톨릭 신자를 보냈는데…신자의 충격 행동
  • 영화 ‘오디세이’ 극장서 보다 핸드폰으로 촬영한 유명 국회의원, 결국…
    영화 ‘오디세이’ 극장서 보다 핸드폰으로 촬영한 유명 국회의원, 결국…

당신을 위한 인기글

  • 4060 취미 모임 나갈 때… ‘인맥’ 대신 꼭 챙겨야 할 3가지
    4060 취미 모임 나갈 때… ‘인맥’ 대신 꼭 챙겨야 할 3가지
  • 충격적인 호날두의 계약서…이혼시 아내가 받게될 엄청난 금액
    충격적인 호날두의 계약서…이혼시 아내가 받게될 엄청난 금액
  • 친구집 엄마가 준 식사가 마음에 안들어 온라인서 반찬 투정한 10대의 최후
    친구집 엄마가 준 식사가 마음에 안들어 온라인서 반찬 투정한 10대의 최후
  • 60대 넘어 갑자기 찾아온 여유에 방황하는 않는 사람 특징
    60대 넘어 갑자기 찾아온 여유에 방황하는 않는 사람 특징
  • 여자를 너무 좋아해 사고친 조영남…미국에 있는 그의 아들의 대반전 행보
    여자를 너무 좋아해 사고친 조영남…미국에 있는 그의 아들의 대반전 행보
  • 노소영이 최태원의 동거녀 김희영을 향해 던진 의미심장 한마디 ‘살벌’
    노소영이 최태원의 동거녀 김희영을 향해 던진 의미심장 한마디 ‘살벌’
  • 北 김정은이 직접 여탕에 들어가 목욕중인 여성들 보고 웃으며 보인 반응
    北 김정은이 직접 여탕에 들어가 목욕중인 여성들 보고 웃으며 보인 반응
  • 2억 기부한 무명의 기부자 추적해 보니…친일파 후손 출신 연예인
    2억 기부한 무명의 기부자 추적해 보니…친일파 후손 출신 연예인
  • 北이 교황 초청하려고 유일한 가톨릭 신자를 보냈는데…신자의 충격 행동
    北이 교황 초청하려고 유일한 가톨릭 신자를 보냈는데…신자의 충격 행동
  • 영화 ‘오디세이’ 극장서 보다 핸드폰으로 촬영한 유명 국회의원, 결국…
    영화 ‘오디세이’ 극장서 보다 핸드폰으로 촬영한 유명 국회의원, 결국…

공유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