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왜 그렇게 담았는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요리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많은 셰프들이 유명해지고 때론 사라지기도 한다. 셰프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때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한 남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일찍이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음식을 한 그릇 담아 낼 때마다 늘 같은 질문을 합니다. “이 음식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기억되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남희철입니다. 저는 음식을 단순히 보기 좋게 정리하는 사람이라기보다, 한 그릇 안에 상황과 이야기를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현재 주간동아에 ‘All About Food’라는 주제로 제철 식재료를 기반으로 배경과 어원, 그리고 레시피 등을 제공하는 칼럼을 제공하고 있고, 음식 관련 촬영을 위한 작은 세트 제작부터, 팝업이나 행사에서 공간 흐름과 동선을 고려한 VMD(Visual Merchandising, 비주얼 머천다이징)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말은 다소 생소합니다.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가, 그리고 그 이유를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을 예쁘게 담는 사람이라고 많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역할은 훨씬 넓고 입체적입니다. 현재 저는 푸드와 연결된 다양한 내용을 ‘문장에서 이미지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기획서 한 장, 작가의 한 줄 메모, 연출 의도 한 문장을 받아서, 실제 촬영 현장에서 구현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고 구조를 만듭니다.
작업은 보통 제품이나 프로젝트 의뢰를 받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콘셉트 미팅으로 방향을 정리한 뒤, 세트 제작, 소품 체크, 그릇과 커트러리, 린넨, 오브제, 그리고 촬영에 사용될 재료까지 준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준비의 양’이 아니라 선택의 정확도입니다. 촬영은 시간이 곧 비용이고, 화면은 생각보다 냉정해서 애매한 선택이 바로 드러납니다.

촬영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기본입니다. 같은 재료라도 광택, 질감, 표정이 화면에서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재료를 ‘구매’한다기보다 캐스팅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컷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요즘 작업은 시즌에 맞춰 바로 촬영하기보다는, 3개월 뒤 공개될 콘텐츠를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전 답사를 통해 재료 흐름, 소품 변화, 업계 무드를 계속 체크합니다. 트렌드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읽고 편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은 작업 환경에 따라 매우 세분화됩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시대와 맥락을 읽고, 광고와 영상에서는 음식이 하나의 장면이 되도록 연출하며, 박람회나 전시에서는 브랜드가 공간 안에서 어떤 태도로 읽힐지를 설계합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공간에서, 어떤 매체를 통해, 누구에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가져야 합니다. 이 음식이 놓일 상황, 이 장면을 경험할 사람, 그리고 이 장면이 남길 기억은 무엇일지. 결국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음식에 이야기를 입히는 일.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을 보기 좋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요리가 놓인 맥락을 읽고 그 감각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이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역시나 그의 시작도 남달랐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격증 학원을 다녔고, 자연스럽게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동네에 정원이 있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는데 주방에서 일하는 셰프님들보다도 오히려 정장을 입고 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더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홀 지원을 생각하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은 분이 마침 주방장님이셨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한 번 와서 이야기해보자”고 하셨고, 면접 날 저는 홀 면접인 줄 알고 정장을 입고 갔습니다. 그런데 주방장님이 저를 보시더니 “자세는 되어있네”라고 말씀하시며 셰프복을 건네주셨고, 그날부터 자연스럽게 주방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서도 저는 요리와 관련된 직업은 ‘요리사’밖에 없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요리를 하는 사람과 요리를 다루는 방식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건, 그때까지는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TV에서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3〉를 보게 되었고, 그 프로그램에 참가자로 출연했던 김유경 푸드 전문 기자님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요리를 직접 하면서도 글을 쓰고, 기획을 하고, 음식을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야기’와 ‘구조’로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 순간 처음으로 “요리사 말고도, 요리를 다루는 또 다른 직업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계기로 용기를 내어 당시 푸드 전문 기자로 활동하던 김유경 대표님께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쭤봤습니다.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돌아온 답은 아주 짧았습니다.
“먹성이요.”
처음에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직업은 잘 먹어야 하고, 많이 경험해야 하며, 그 경험을 자기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접 보고, 맛보고, 실패하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은 감각이 결국 비주얼과 스토리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김유경 대표님은 요리와 콘텐츠 기획을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넓혀 지금은 업계에서 잘 알려진 푸드디렉터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요리를 직접 하면서도 전체를 설계하고, 현장을 이끄는 모습은 지금도 제게 큰 배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 TV 속에서 보며 동경하던 시선을 가진 분과 같은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며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이 길을 선택하기 잘했다는 확신이 되었습니다. 이 경험들이 쌓이면서 저 역시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음식을 어떻게 보이게 할지, 어떻게 기억되게 할지를 고민하는 푸드스타일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생각하고 직접 실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스스로에게 ‘현장형 디렉터’라는 역할이 생겼다고 느낀 프로젝트였습니다. 부산에서 진행된 대규모 브랜드 행사에서 VIP 케이터링과 공간 연출을 함께 맡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넘어, 음식–주류–공간–동선–커뮤니케이션을 한 흐름으로 설계해야 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흐름을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행사 전에는 현장을 여러 번 답사했고, 플로리스트와 미팅을 진행하며 동선을 수정했습니다. 당일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지만, 미리 여러 플랜을 만들어두었던 덕분에 큰 흔들림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프로젝트 이후로 저는 일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습니다.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감각을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감각이 이후 다양한 브랜드 프로젝트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국내외 여러 요리 대회에 입상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요리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물어봤다.
요즘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은데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요즘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여주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결과보다 그 사람이 요리를 대하는 태도와 시간, 그리고 과정에 더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이 나오지만, 그 장면 뒤에는 수없이 반복한 연습과 실패, 그리고 축적된 고민이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제 그걸 자연스럽게 알아봅니다.
“잘 만들었다”보다 “이 사람은 이 시간을 버텨 왔구나”라는 인상이 더 오래 남습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잘 만드는 것’보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오래간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단순히 작업을 많이 하기보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국내외 요리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스타일링이든 요리든 결국 기준이 흔들리면 결과도 흔들립니다. 그래서 저는 대회를 ‘승부’라기보다 기준을 점검하는 실전으로 봅니다.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지금도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요리사(셰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또 이 일은 요리 전공자만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요리사는 맛과 완성도를 만드는 사람이고, 푸드스타일리스트는 그 맛이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기억될지를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요리사도 그릇과 담음새에 이야기를 담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역할은 조금 다릅니다.
요리사가 주방 안에서 ‘완성’을 책임진다면,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카메라 앞, 테이블 위, 화면 안에서 그 음식이 어떻게 읽히는지를 끝까지 책임집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매체와 목적이 달라지면 선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국밥 한 그릇도 동네 식당이라면 뚝배기에서 김이 오르며 대파가 러프하게 올라가는 편이 맞고, 호텔이라면 그릇의 재질과 여백, 재료의 정돈이 더 중요한 언어가 됩니다. 맛은 같아도 표현은 달라져야 하고, 그 차이를 설계하는 일이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이 일은 요리 전공자에게 유리하지만, 요리사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나 미술처럼 미적 이해도가 있는 분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통적으로 필요한 건 하나입니다. 직접 보고, 먹어보고, 만져보고, 현장을 경험하며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전공보다 중요한 건, 요리와 장면을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시선입니다.

앞으로 푸드스타일리스트 전망과 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전망은 넓어지고 있습니다. 콘텐츠, 브랜드, 영상, 공간, 행사까지 음식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연출의 역할이 필요해지고 있고, 일은 계속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각’만이 아니라 체계입니다. 프로젝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재료비와 소품비가 인건비를 넘어가기도 하고, 현장에서 컨트롤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만의 기준과 시스템을 만들면, 작업의 밀도와 결과는 안정적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 일은 요리 전공자에게 유리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요리사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디자인, 미술, 공간, 영상 등 시각적 감각이 있는 분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시선입니다. 저는 결국 전공보다 ‘현장을 보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좋아하고 추천하는 음식이 궁금했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최애 식당이 있나요?
최근 자주 찾는 곳은 답십리역 근처의 성천막국수입니다. 저는 “설명하지 않아도 기준이 보이는 집”을 좋아합니다. 이곳은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면수를 내주는데, 그 한 컵이 이미 메시지입니다. 면을 어떻게 대하는지, 식사의 리듬을 어떻게 시작하게 하는지, 가게의 태도가 드러납니다.
비빔막국수와 냉제육 조합이 특히 좋고, 동치미 국물과 들기름의 밸런스가 과하지 않게 딱 맞습니다. 저는 이런 집을 ‘트렌디하다’고 표현합니다.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기 기준이 현재의 감각으로 읽히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지금까지는 도전하고 만들고 움직이며 결과를 만들어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과정들을 한곳으로 모아 더 명확하게 정리해나가고 싶습니다. “나는 어떤 푸드스타일리스트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방향으로요.
동시에 대중에게 더 쉽게 닿는 콘텐츠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요리를 거창한 기술로 설명하기보다, 일상에서 한 끼를 차리더라도 더 감도 있게,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방식, 작은 기준과 선택의 힘을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나 브랜드로도 자연스럽게 확장해나갈 생각입니다.
대회와 관련해서는 2026년 룩셈부르크 월드컵 대회에 Motive-K TIM 케이터링 팀으로 참가해 라이브 경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요리에 대한 기준을 점검하고 확장하는 과정입니다.
결국 저는 앞으로도 요리를 기준으로, 다양한 장면을 더 세련되게 설계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의 앞날이 크게 잘 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인터뷰를 종료했다.
*터보뉴스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 합니다. 인터뷰를 희망하거나 제보하실분은 help@turbonews.co.kr로 연락부탁드립니다.
게시물 음식을 연출하는 “남자 푸드스타일리스트” 그의 스토리는?이 터보뉴스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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