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병력 소모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각각 120만명, 50만~60만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추계가 나왔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하지 못하고 병력만 잃는 ‘지옥의 소모전’이 길어진 결과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7일(현지시각) 발표한 ‘러시아의 소모전’ 보고서에서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의 사망·부상·실종자가 120만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 중 32만5000명이 전사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상·실종자 중 41만5000명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전투가 격화된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병력 소모다. 미군이 한국전쟁에서 낸 사망자는 5만4487명이었다. 구소련과 러시아가 2차대전 이후 치른 모든 전쟁의 전사자를 합친 것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죽은 러시아군이 5배 이상 많다.

전격전 실패 후 소모전으로 전환
인명 피해가 큰 것은 소모전이 장기화하면서다. 소모전이란 양쪽이 스스로의 인명·물자 소모를 감수한 채 상대를 공격해 군사력을 점진적으로 소모시키는 형태의 전쟁이다. 정면충돌을 피하고 상대 거점을 파괴하는 기동전의 반대 개념이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기갑 부대를 신속히 진격시키는 전격전을 펼쳤지만,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하며 소모전으로 전환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그사이 우크라이나군은 지뢰지대·용치(대전차 장애물)·참호 등으로 구성된 방어선에 자리 잡으며 돌격해오는 러시아군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드론이 전장 지배…차량 이동 불가능
양측이 드론으로 원거리에서 적 병사와 기갑 차량을 파괴하며 인명피해는 더욱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상공을 “포화 상태”로 메운 드론 때문에 전선에서 15km 이내로는 차량을 타고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러시아군은 병사들이 드론에 들키지 않도록 장갑차에 타지 않고 걸어서 적진에 침투하는 전술을 자주 구사한다. 보고서는 “러시아 부대는 종종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소규모 보병 분대를 투입해 전진한다”며 “이런 전술은 높은 사상자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하루 15m 전진…1차 세계대전 솜강전투보다 느려
병력을 ‘갈아 넣는’ 와중에도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는 극히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가 각 전선의 이동 거리를 측정한 결과, 도네츠크주 요새 도시 포크로우스크 전선에서 러시아군은 2024년 2월부터 이달 초까지 50km 미만을 전진했다. 하루 평균 70m를 움직인 것이다.
도네츠크주의 또 다른 격전지 차시우 야르 전선에선 러시아군이 2024년 2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하루 평균 15m만을 나아갔다. 이는 현대전 사상 가장 참혹한 참호전 중 하나로 꼽히는 제1차 세계대전 솜강전투(하루 80m)보다도 적은 전선 변화다.

1년간 우크라이나 영토 1.4%만 점령
2024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러시아가 점령한 땅은 전체 우크라이나 영토의 1.4%에 그쳤다. 막대한 인명피해에도 불구하고 전선의 변화는 미미한 셈이다. 보고서는 이런 양상이 이어져 올봄까지 양측의 인명피해가 2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군 120만명, 우크라이나군 50만~60만명의 사상자를 합치면 현재까지 양측 피해는 이미 170만~180만명에 달한다. 전쟁이 3년째 접어든 가운데 인명 손실은 계속 누적되고 있다.

푸틴, 사상자 수에 동요 없어…”정치적 부담 낮아”
다만 러시아가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축차적인 돌격을 멈출 가능성은 낮다. 보고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높은 사상자와 전사자 수에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배경으로 “전사자 상당수가 러시아 극동이나 북캅카스 등 수도에서 먼 지역 출신이며,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처럼 정치적으로 중요한 도시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푸틴은 이를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핵심 지역의 피해가 적어 국내 여론의 반발을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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