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대지 능력 없으면 수출 불가, 블록2 조기 개발 불가피
KF-21 보라매의 공대지 무장 능력을 갖춘 블록2 개발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1년 반가량 앞당겨졌다.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원래 2028년 예정이었던 블록2 개발 완료 시점을 2027년 상반기로 조정했다. 최근 지상에서의 공대지 무장 분리 시험이 공개되면서 KF-21이 ‘공대공만 가능한 반쪽짜리’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블록2 개발 일정을 앞당긴 배경에는 냉혹한 수출 시장의 현실이 있다. 현대 전투기 시장에서 공대공 능력만으로는 수출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블록1이 잘 만들어졌다 해도 잠재 고객국들은 “우리는 블록2부터 필요한데, 그거 나오면 얘기합시다”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KF-21은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시제기 6대가 1,600회 이상의 시험 비행을 무사고로 완료했다. 2025년 5월에 양산 1호기 최종 조립이 시작됐고, 2026년 3월 출고 후 연말부터 공군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 초도 양산기가 바로 블록1이다.

블록1은 공대공 40대, 블록2는 다목적 전투기 80대
블록1은 공대공 전투만 가능한 40대의 초도 양산형이다. 반면 블록2는 공대지, 공대함 능력까지 갖춘 80대의 다목적 전투기 버전이다. 블록1과 블록2를 합쳐 총 120대가 한국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며, 이후 수출 물량까지 포함하면 생산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블록2 개발 일정 단축이 가능해진 것은 기술적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상 무장 분리 시험은 각종 폭탄이나 미사일 같은 공대지 무장을 안전하게 투하할 수 있는지를 먼저 지상에서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 시험의 성공적인 진행은 블록2의 조기 개발이 현실적으로 가능함을 보여준다.
2026년 공군에 인도될 양산 기체들이 빠르게 공대지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은 수출 시장에서 ‘즉시 전력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잠재 고객국 입장에서는 도입 후 곧바로 다목적 전투기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한국형 타우로스 ‘천룡’, 사거리 500km 이상 정밀 타격
블록2에는 국산 유도 무기를 중심으로 약 10여 종의 무장이 탑재될 계획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한국형 타우로스’로 불리는 국산 순항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천룡’이다. 천룡은 사거리 500km 이상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2028년까지 KF-21과의 통합이 완료될 예정이다.
천룡은 독일의 타우로스를 벤치마크해서 개발되고 있으며, 북한의 방공망 밖에서 북한 전역의 핵심 시설과 지휘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GPS를 탑재해 방해 전파 속에서도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며, 관통 탄두를 장착해 일정 깊이의 지하요새 타격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GPS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지상 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한국형 GPS 유도 폭탄 KGGB, 아덱스 2025에서 모형이 처음 공개된 사거리 1,000km의 극초음속 공대지 미사일 HM이 2030년 초 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적 방공망 제압(SEAD) 작전 수행을 위한 한국형 대레이더 미사일 KARGM급도 개발해 탑재할 예정이다.

라팔·유로파이터·F-16V와 경쟁, 검증 이력이 관건
KF-21의 수출 경쟁 상대는 프랑스의 라팔, 유럽의 유로파이터, 미국의 F-16V 등이다. 이들 기종은 모두 실전 경험 또는 장기간의 운영 경험을 보유한 검증된 플랫폼이다. 반면 KF-21은 이제 막 양산이 시작된 상황이어서 운영 경력 측면에서 한 수 접고 가는 면이 있다.
전차의 경우 가다가 서면 고치면 되지만, 전투기는 가다가 서면 추락이다. 그만큼 기존 운영 경력에 대한 검증이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된다. 특히 같은 전투기라도 레이더가 무엇이냐, 항전 장비가 무엇이냐에 따라 생사가 갈릴 정도로 차이가 벌어진다.
F-16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제기 비행 시점부터 따지면 약 50년 된 기종이지만, 꾸준한 개량 덕분에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다. KF-21도 블록2 이후에도 끊임없는 개량이 필수적이며, 개량 없이는 수출 경쟁에서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

필리핀·UAE·사우디, 잠재 고객으로 부상
현재 KF-21 수출이 확정된 국가는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뿐이다. 다만 수출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국가가 있다. 필리핀은 FA-50 운용 경험이 좋았던 터라 24대 규모의 신규 전투기 도입에서 기왕이면 KF-21을 검토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으며, 한국 정부와 실제 접촉이 진행 중이다.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KF-21 도입뿐 아니라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까지 논의하는 분위기다. 이들 국가와의 협상이 블록2 공대지 무장 가시화와 함께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인도네시아와의 분담금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분담금을 깎아주긴 했지만 이를 완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블록2 소프트웨어 제공을 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026년, R&D 기업에서 양산·수출 기업으로 재평가
KAI는 2026년을 기점으로 R&D 기업에서 양산·수출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2026년 3월 양산 1호기 출고와 함께 하반기 공군 인도가 시작되면, 그동안 개발비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컸던 구간을 지나 수조 원대 양산 계약이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KF-21의 공대지 무장 통합 과정에서 KAI는 플랫폼 제공자로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천룡을 비롯한 국산 및 해외 정밀 무장을 통합하는 허브 역할을 KAI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제 공대공 무장인 암람(AMRAAM)이나 AIM-9X 사이드와인더, 나아가 신형 미사일 AIM-260과의 통합도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포화 상태에 가까운 4.5세대 전투기 시장에서 KF-21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개량과 무장 확장이 필수다. 블록2의 조기 개발 완료는 그 첫걸음이며, 이후 스텔스 형상을 강화한 블록3까지 성공적으로 개발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출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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