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이 치즈 시식장에서 꺼낸 충격 발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평안북도 운전군 삼광리의 축산농장 조업식에 참석해 스위스식 라클렛 치즈 등 각종 유제품을 시식하며 새 농촌 건설 성과를 강조했다. 현장을 둘러보던 김정은은 “새 시대 농촌 건설의 본보기가 마련됐다”고 자평한 뒤, 갑자기 과거 농촌 정책을 거론하며 선대에 대한 비판으로 발언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자리 자체가 대외·대내 선전용으로 편집돼 방영되는 공개 행사였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

김일성의 ‘사회주의 농촌 테제’를 정면으로 깎아내리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역사적으로 농촌 문제와 관련하여 당 정책도 많이 제시되고 사회주의 농촌테제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도 반세기 이상이나 벌렸다고 하지만, 왜서 우리 농촌들이 피폐한 상태를 가시지 못하였는가”라고 언급했다. 김일성이 1964년에 내놓은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를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어 김정은은 “지난 시기, 말 공부만 했다거나, 빈말 공부질만 하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선대 시기의 농촌 정책이 실질적 성과 없이 구호와 선전 위주였다고 공격했다. 선대 수령의 치적이자 성역이던 농촌 테제를 “허풍 치고도 무난하던 때”로 폄훼한 것은, 내부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수위로 평가된다.

선대 우상화를 일부러 허무는 김정은의 계산
북한은 그동안 김일성·김정일의 정책을 무오류로 신성시하며, 후계자는 이를 계승·발전시키는 존재라는 프레임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김정은이 공개 석상에서 선대 정책의 실패를 언급한 것은, “내가 실패한 게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이전부터 실패해 있었다”는 책임 전가이자, 자신이 그 체제를 바꾸는 ‘유일한 개혁자’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일성식 농촌 테제와 김정일 시기 지방공업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현재 추진 중인 ‘새 농촌 건설’과 ‘지방발전 20×10 정책’을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김정은식 노선’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정일 우상화 표현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
김정은의 ‘선대와 거리 두기’는 김일성뿐 아니라 김정일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을 앞두고도 북한 노동신문과 관영 매체는 과거 자주 사용하던 ‘민족 최대의 경사’나 ‘광명성절’ 같은 표현을 의도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대신 “2.16 경축 인민예술 축전” 등 행사 중심의 건조한 표현만 전하며, 김정일 개인에 대한 우상화 수사와 감성적인 찬양 문구를 크게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김정일을 부정한다기보다, 김정은 본인의 우상화를 전면에 세우기 위해 선대의 상징성을 상대적으로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선전 노선을 조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둔 ‘김정은 수령화’ 마무리 작업
북한은 올해 2월 하순 9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동당 대회는 향후 5년 이상을 좌우하는 노선과 조직,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재정비하는 행사로, 이번 대회가 ‘김정은 수령화 완결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통치 이론과 정책, 특히 농촌·지방 개발 노선을 당 규약과 문헌에 공식화하고, 선대 노선과의 차별성을 제도적으로 박아 넣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를 위해 사전에 선대의 경제·농촌 정책을 평가절하하고, 현 상황의 책임을 과거에 돌리는 ‘여론 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민족’ 용어까지 버리려는 노선 전환
김정은은 이미 여러 연설과 문건에서 김일성·김정일 시기에 강조되던 ‘민족’, ‘통일’ 같은 표현을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한반도 전체를 포괄하는 민족주의·통일 담론 대신, 사실상 북한 체제 자체를 ‘완전히 별개 국가’로 고립시키는 방향의 이데올로기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노동당 규약 서문 등 공식 문건에는 여전히 ‘통일’ ‘전민족적 과제’와 같은 표현이 다수 남아 있다는 점인데, 이번 9차 당 대회에서 이들 문구가 삭제되거나 대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공식 노선은 김일성식 ‘조국통일 혁명론’에서 김정은식 ‘체제 보존 우선 국가주의’로 완전히 갈아타게 된다.

김일성 신성 영역을 건드린 위험한 승부수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은 단순한 정치 지도자를 넘어 ‘체제의 신화’로 자리잡아 왔다. 이런 상징을 직접 건드리는 것은 김정은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모험이다. 그는 김일성 자체를 부정한다기보다, 김일성이 만든 ‘정통성’을 스스로 이어받으면서도, 구체 정책의 실패 책임만 선대로 돌리는 절묘한 선을 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령은 무오류”라는 기존 이데올로기와 충돌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미묘한 균열과 냉소를 낳을 위험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의 이번 공개 비판이 단기적으로는 자신의 권력 강화에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체제 신화의 기초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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