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의 포인트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속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산’과 ‘알지 못하는 부채’가 새로운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증권 계좌, 암호자산 지갑, 전자지갑, 구독형 서비스 등은 흔적이 스마트폰이나 PC에만 남아 유족이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FX나 신용거래에서 발생하는 추가증거금, 구독 서비스의 해지 누락, 전자계약으로 맺어진 연대보증 등은 사망 후에도 손실을 키울 수 있다. 상속포기는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라는 엄격한 기한과 단순승인의 함정이 있어 사전 대비가 필수적이다. 세무사들은 비밀번호 공유보다 자산·부채를 목록화해 ‘가시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라고 조언한다.
과거 상속이라 하면 고인이 남긴 부동산이나 예금, 통장과 도장을 확인하는 일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상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한 대로 금융거래, 계약, 자산 관리를 모두 완료하는 시대가 되면서 상속 절차는 크게 달라졌다. 유족이 알지 못하는 ‘디지털 자산’이 늘어나는 동시에, 방치하면 손실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부채’가 곳곳에 숨어 있다.
문제는 디지털로 완결되는 자산이나 계약은 존재 자체가 드러나기 어려워, 유족이 모르는 사이 비용이 쌓여 상속 재산을 갉아먹는 사례가 현실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목차
찾아지지 않는 자산이 만드는 새로운 상속 리스크
디지털 자산의 가장 큰 특징은 ‘존재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온라인 증권 계좌, 암호화폐, 전자화폐, 포인트 등은 종이 명세서나 우편물이 남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PC 안에만 흔적이 남는다. 단말기 잠금이 풀리지 않으면 유족은 그 존재를 확인조차 할 수 없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것은 ‘권리’로서의 자산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있다.
・소득세 환급금이나 과오납금 반환 청구권
・개인 간 대여금이나 크라우드펀딩 출자금
・골프·리조트 회원권의 디지털 증서
・유튜브 수익이나 전자출판의 저작권료 수령 권리
이들은 현금이나 부동산과 달리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지 않아 유족이 파악하지 못하면 장기간 ‘휴면자산’으로 묻힐 위험이 크다.
일본의 세무사 무라이 아야노는 이렇게 지적한다.
“과거에는 ‘놓쳐서 수익을 잃는’ 문제였지만, 디지털 시대는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차원으로 바뀌었습니다. 파악하지 못하면 상속 절차의 대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디지털화는 자산 형성의 효율을 높이는 한편, ‘상속 불능 리스크’라는 새로운 과제를 낳고 있다.
조용히 불어나는 ‘부의 유산’――세 가지 대표적 리스크
더 심각한 문제는 자산을 못 찾는 것이 아니라 ‘부채를 놓치는’ 일이다. 상속에서는 특히 아래 세 가지가 자주 문제로 떠오른다.
(1) FX·신용거래에 숨어 있는 ‘추가증거금 리스크’
온라인 증권에서 이뤄지는 FX(외환증거금거래)나 주식 신용거래는 본인 사망 이후에도 시장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통상 손실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자동으로 로스컷(손절)이 발동하지만, 급격한 시세 변동 때는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증거금 이상으로 손실이 확대되는, 이른바 추가증거금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유족이 계좌 존재를 모른 채 시간이 흐른다는 점이다.
“상속인이 계좌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세가 급격히 움직이면 결과적으로 부채만 남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를 수반한 금융상품은 단순한 금융자산이 아니라 ‘위험 자산’으로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
특히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한꺼번에 드러날 위험이 크다.
(2) 멈추지 않는 구독(서브스크) 결제
동영상·음악 스트리밍, 클라우드 저장소, 온라인 커뮤니티, 헬스클럽 등 월정액 구독 서비스는 본인이 사망해도 자동으로 해지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나 계좌가 동결되기 전까지는 결제가 계속되고, 동결 이후에는 미납으로 인해 독촉이 이어질 수 있다. 개별 건은 소액이더라도 여러 서비스에 가입돼 있으면 연간 수만 엔(약 수십만 원), 장기화하면 수십만 엔(약 수백만 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구독 서비스는 편리함 뒤에 계약의 분산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본인을 제외한 사람이 전체 계약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고, 그 결과 해지 누락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입니다.”(무라이)
구독은 ‘자산을 갉아먹는 조용한 비용’으로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3) 디지털화로 보이지 않게 되는 ‘연대보증’
또 다른 맹점은 연대보증인의 지위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사인과 같은 전자계약 서비스의 보급으로 보증 계약의 기록이 종이가 아니라 이메일이나 클라우드에만 남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족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갑자기 청구를 받게 된다.
“보증 채무는 자산은 아니지만 상속되는 의무입니다. 전자계약에서는 흔적이 분산되기 때문에 파악 난이도가 크게 높아집니다.”(동일)
이는 문자 그대로 ‘스텔스 부채’라 불러야 할 위험이다.
‘상속포기’는 만능이 아니다
이런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상속포기’가 있다. 그러나 이것도 만능은 아니다. 상속포기에는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라는 엄격한 기한이 존재한다. 디지털 자산 조사가 길어지면 이 기한을 넘기기 쉽다.
더 주의할 점은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는 행위들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남은 전자화폐를 소액이라도 사용하면 그 행위가 ‘상속재산의 처분’으로 판단되어 상속포기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의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포기 권리를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의 초기 대응으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중요한 경우가 있습니다.”(동일)
따라서 상속포기는 ‘최후의 방어선’이며, 사전 준비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중·장년층이 지금 당장 해야 할 ‘마지막 리스크 관리’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결론은 명확하다. 비밀번호를 굳이 공유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산과 부채의 소재를 가시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목록을 만들어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용 중인 금융기관·증권 계좌 목록
・가입한 구독 서비스 정리
・FX·신용거래 등 리스크 자산의 명기
・연대보증이나 대여금 등 부채 관계 기록
이 목록을 엔딩노트나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관리 서비스에 남기고, 그 존재만이라도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무라이는 이렇게 강조한다.
“디지털 자산은 ‘보유하는 것’보다 ‘전달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목록화는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상속은 ‘정보전’
과거의 상속 문제는 ‘자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가’라는 정보전의 성격이 강해졌다.
스마트폰에 쌓인 금융·계약 정보는 적절히 인계되면 자산이 된다. 방치되면 부채로 전환된다.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이 격차는 더 커진다.
보이지 않는 자산과 알지 못하는 부채. 이 둘을 가시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상속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동시에 ‘최후의 리스크 관리’다.
유족의 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자산을 다음 세대로 확실히 넘기기 위해 — ‘사후의 스마트폰’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과제가 되기 시작했다.
(글 = BUSINESS JOURNAL 편집부, 협력 = 무라이 아야노 /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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