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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중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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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기사의 포인트
중국 잡화 체인 MINISO(미니소)가 세계 주요 도시에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 성장의 핵심은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니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신뢰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디즈니·산리오 등 글로벌 IP 비즈니스로 사업 구조를을 전환하는 ‘브랜드 이미지 세탁’이 핵심이다. 반면 MUMUSO와 YOYOSO는 한국 브랜드를 표방하는 방식으로 비판과 규제에 직면했다. 결국 성공의 갈림길은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이후 IP 중심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모델은 국가 이미지를 전략적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본 기업들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품질’만으로는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은 새로운 소비 환경이 도래했음을 시사한다.

뉴욕 타임스퀘어,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 세계 주요 상권의 중심마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주는 매장들이 늘어서 있다. 붉은색을 기반으로 한 로고, 깔끔하게 정돈된 진열대, 저렴하면서도 세련된 생활 잡화. 그 정체는 중국에서 시작된 잡화 체인 MINISO(미니소)다.

한때 ‘다이소나 무인양품을 모방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 기업은 이제 전 세계 수천 개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대형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변화를 단순히 ‘저가 전략’이나 ‘디자인 경쟁력’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핵심에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냉정한 자본 전략, 이른바 ‘브랜드 이미지 세탁’이 자리하고 있다.

●목차

국가 브랜드라는 ‘무형 자산’의 차용

MINISO의 초기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뢰의 외주화’다. 창업 초기 이 회사는 의도적으로 ‘일본풍’ 브랜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일본인 디자이너의 존재를 강조하고, 매장과 제품 곳곳에 ‘JAPAN’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일본=고품질·안전’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브랜드 가치로 끌어온 셈이다.

이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선 선택이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브랜드 신뢰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대신, 이미 형성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인 전략적 결정이었다. 브랜드 전략 전문가 타카노 테루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신생 브랜드가 아무 기반 없이 신뢰를 쌓으려면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MINISO는 ‘국가 브랜드’라는 기존의 신뢰에 올라타면서 그 과정을 크게 단축했습니다. 윤리적 평가와는 별개로, 시장 진입 전략으로 보면 매우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결국 일본 브랜드는 단순한 ‘모방 대상’이 아니라, 성장 초기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레버리지 자산으로 기능했다.

‘규모가 곧 힘’…과거를 덮어쓰는 IP 전략

그러나 MINISO의 진정한 강점은 다음 단계에서 드러났다. 일정 수준의 매장망과 매출 기반을 확보한 뒤, 회사는 ‘중국 브랜드’로 방향을 전환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브랜드 표기를 바꾼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의 근원을 완전히 바꿨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MINISO는 디즈니·마블·산리오·포켓몬 등 글로벌 IP와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상품 전략을 재편했다. 그 결과 소비자 평가의 기준도 ‘어느 나라 브랜드인가’에서 ‘어떤 IP를 제공하는가’로 이동했다. 타카노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IP는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신뢰 장치입니다. 캐릭터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기 때문에 기업의 출신 국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집니다. MINISO는 이 구조를 활용해 브랜드 논쟁 자체를 의도적으로 무력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일본풍 전략’은 더 이상 핵심 쟁점으로 남기 어려워졌다. 대신 ‘글로벌 IP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포지션이 자리 잡았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브랜드 이미지 세탁’ 전략의 핵심이다. 과거의 모호한 브랜드 정체성을 다른 가치로 덮어써, 논쟁의 의미 자체를 희석시키는 방식이다.

후발 주자들이 따라가는 ‘한국 루트’와 그 한계

MINISO의 성장 궤적을 따라 후발 중국계 잡화 체인들도 유사한 전략을 시도했다. MUMUSO와 YOYOSO가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K-POP과 한국 화장품의 인기를 배경으로, ‘한국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매장 디자인과 상품 구성을 내세워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에서 빠르게 점포를 늘렸다.

그러나 이 전략은 MINISO만큼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와 관련 업계 단체가 ‘소비자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시정 조치 요구가 제기되는 등 규제 리스크도 드러났다. 타카노는 그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MINISO는 결국 브랜드 재정의에 성공했지만, 후발 주자들은 아직 ‘위장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규모와 IP라는 ‘덮어쓰기 수단’이 없다면 브랜드 이미지 전환 전략은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위장’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브랜드를 어떻게 정당화하고 재구성하느냐에 있다. 그 단계에 성공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왜 ‘일본 이미지’가 차용되는가

그렇다면 왜 일본이나 한국 같은 국가 이미지가 차용 대상이 되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소비자 인식 속에 형성된 ‘신뢰의 지정학’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제품은 오랜 기간 ‘품질’, ‘안전성’, ‘미니멀한 디자인’ 등의 이미지로 신뢰를 쌓아왔다. 이는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가 전체가 형성한 일종의 무형 자산에 가깝다.

반면 중국 기업은 제조 역량 측면에서는 이미 세계 최상위권에 올라섰지만, 브랜드 신뢰도에서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는 시장이 존재한다. 이러한 격차를 메우기 위한 전략으로 ‘타국의 신뢰 이미지를 차용하는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타카노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가 브랜드는 원래 오랜 시간과 노력을 통해 형성되는 일종의 공공재입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는 ‘출신’에서 ‘체험’으로

이러한 변화는 일본 기업들에게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일본 유통업체들은 ‘품질’과 ‘성실성’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러한 요소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특히 MINISO가 보여준 모델은 ‘저가’, ‘글로벌 IP’, ‘빠른 출점’을 결합한 새로운 소매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타카노는 일본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일본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능력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확장하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경험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브랜드는 품질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는 브랜드의 투명성이 새로운 경쟁 요소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모호한 정체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투명한 브랜드 이미지’로 차별화를 시도할 것인지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잡화 유통 산업은 지금 분명한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에는 ‘어느 나라 제품인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가’, 그리고 ‘어떤 IP와 연결돼 있는가’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MINISO의 성공은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포착한 결과이다.

다만 이른바 ‘브랜드 이미지 세탁’ 전략은 규제와 윤리 측면에서 앞으로도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보 투명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동일한 방식이 반복적으로 통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글로벌 시장에서 ‘옳은 방식’만으로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출신’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어떤 속도와 규모로 전달하느냐다. 이 경쟁은 이미 조용히,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시작됐다.

(글 = BUSINESS JOURNAL 편집부, 협력 = 타카노 테루 / 전략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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