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스티브 배넌은 한 행사에서 청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말한다. 신께서 증인이시다. 우리가 중간선거에서 지면 … 나를 포함한 이 방에 있는 몇몇은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국가 비상사태 선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트럼프 활동가들은 백악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7쪽 분량의 행정명령 초안을 내부적으로 돌려보고 있다. 해당 문서는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통령이 선거 전반에 대해 비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2026년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이나 상원을 장악하면, 의회는 소환권을 통해 이 정권의 범죄와 부패를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본인을 포함해 실제로 감옥에 가는 인물이 나올 수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1년 동안 공화당을 향해 “뭐라도 라”며 선거 전략 강화를 요구해 왔다. 특히 텍사스 등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선거구 재조정을 통해 민주당 의석을 줄이도록 압박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일부 공화당 강세 주에서는 대도시의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을 유권자 명부에서 대거 삭제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화당은 우편투표 봉투의 서명을 대규모로 문제 삼기 위해 ‘선거 참관인’을 조직적으로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그레그 팰러스트는 이러한 방식이 2024년 대선 과정에서도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격에 문제가 없는 약 400만 명의 미국 시민(대부분 흑인)이 유권자 명부에서 삭제되거나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투표가 기각되지 않았다면, 현재 미국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러한 전략을 동원하더라도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지켜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측 인사들 사이에서는 다른 대응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인물로 제롬 코시가 언급된다. 코시는 과거 ‘버서(birther)’ 음모론과 이른바 ‘스위프트 보트’ 중상 공세를 기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선거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에서 사용됐던 방식, 즉 푸틴, 오르반, 히틀러 등 독재자들이 인기가 떨어질 때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 수법을 그대로 베끼자는 것이다.
어제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를 통해 MAGA 활동가들이 이번 2026년 11월 선거에 연방 정부 내 트럼프 측 인사들이 개입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국가적 위기를 조작하거나 과장하는 시나리오를 공공연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자세히 전했다.
이들 인사는 온라인 극단주의 집단이 아니라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활동해 온 인물들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코시는 2004년 대선 당시 존 케리를 공격한 ‘스위프트 보트’ 캠페인과 버서 음모론 확산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이들이 띄우고 있는 발상은 이렇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절차가 ‘올바른’ 결과를 내지 못할 것 같으면, 가짜 위기를 만들어 전국 단위로 선거를 장악하자는 것이다.
역사를 공부해 온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강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새로운 현상도, 미국만의 특수한 사례도 아니라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해 온 전형적인 방식과 닮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33년 독일의 라이히스탁 방화 사건이 거론된다. 당시 독일 의사당 건물인 라이히스탁은 네덜란드 출신 공산주의자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방화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나치가 그 사건을 이용하거나 조작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아돌프 히틀러는 이 사건을 공산주의가 독일을 위협하고 있다는 증거로 규정했다. 이후 독일 정부는 즉각 비상조치를 발동해 시민적 자유를 제한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이 제한됐고, 나치 정권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반대파를 체포해 새로 만든 다하우 수용소에 구금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선거가 계속 열렸지만, 선거 환경이 워낙 왜곡돼 더 이상 어떤 의미에서도 자유롭고 공정하다고 부를 수 없게 됐다. ‘잠정적’이라고 했던 비상사태는 결국 히틀러가 영구 독재로 넘어가는 법적 징검다리가 됐다.
비슷한 일은 2016년 터키에서도 벌어졌다. 레제프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이 수도를 비운 사이 군부 일부 세력이 쿠데타를 시도했다. 에르도안은 즉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후 이를 사실상 상시 체제로 굳혀 버렸다. 시위 참가자 수만 명이 체포됐고, 판사와 교사들은 대규모로 해직됐으며, ‘가짜뉴스’를 내보냈다는 이유로 언론사들이 문을 닫았다.
비상통치가 이어지는 동안 치러진 선거에서는 터키의 의회민주제가 대통령에게 거의 모든 연방 권력을 몰아주는 초(超)대통령제 체제로 바뀌었다. 터키 민주주의의 종말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집권 과정도 또 다른 사례이다. 1999년, 러시아 곳곳의 아파트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백 명이 숨졌다. 크렘린은 이를 체첸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 주장했다. 불안과 분노가 들끓는 와중에, 당시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총리 푸틴은 공포와 분노의 물결을 타고 대통령 자리까지 치고 올라갔다.
푸틴은 곧 비상사태를 선포해 경찰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언론 통제를 강화했으며, 선거 과정 전반을 장악했다. 그 이후 러시아에서 선거는 실질적인 것이 아닌, 단순 의례에 가까운 것이 됐다. 몇 년마다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표를 세지만, 결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역시 또 다른 사례로 거론된다. 그는 2015년 시리아 난민 유입을 이유로 ‘위기 상태’를 선포했고, 난민 유입이 크게 줄어든 뒤에도 이를 계속 연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의회로부터 사실상 무기한에 가까운 칙령 통치 권한을 넘겨받았으며, 그 조치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헝가리에서는 지금도 형식적으로 선거가 치러진다. 곧 다시 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언론 환경은 이미 오르반과 가까운 재벌들이 사실상 장악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상황에 비유하면 CBS, 워싱턴 포스트, LA타임스, 폭스뉴스, 싱클레어,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와 1500여 개 우파 라디오 방송국이 모두 정권 편에 선 것과 비슷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오르반은 선거 자체를 없앨 필요조차 없었다. 선거가 치러지는 법적·정치적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례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 권력을 장악하려는 지도자들이 위기를 만들어 내거나 과장하거나, 또는 냉소적으로 활용해 비상 권력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확보한 권력은 반대 세력을 압박하고 위협하며, 선거 경쟁 구도를 구조적으로 기울게 만든다.
이 때문에 워싱턴 포스트의 최근 보도는 강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코시 등의 정치 행위자들이 선거를 무력화하거나 왜곡하기 위한 비상사태 선포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권력 장악 서사를 실제로 시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워싱턴 포스트 보도 이후 전국적인 반응을 지켜보며, ‘정상적인 선거 절차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논리를 대중에게 설득할 수 있을지 가늠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언급된 사례들에서도 민주주의 제도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도구로 악용됐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또 일부에서는 굳이 가짜 위기를 만들 필요조차 없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트럼프가 이란을 강하게 자극해 이란의 전 세계 및 미국 내 대리 세력 네트워크가 움직일 경우, 미국이 9·11 테러에 맞먹는 실제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중동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미군 증파를 설명하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이런 분석이 거론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가 맞닥뜨린 위험은 조작된 참사나 이란의 보복 공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위험은 유권자가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이유로 비상사태를 구실 삼아 민주주의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이 점점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민주주의가 독재자의 손에 넘어갈 때마다 비슷한 언어와 전략이 반복돼 왔다는 점을 보여 준다. “국가가 위협에 처했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평소의 규칙은 잠시 유보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경우에서든 ‘잠시만’이라는 말은 결국 가장 위험한 표현이 됐다.
지금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이러한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정 공화국에서 진정한 비상 상황은 푸틴, 오르반, 에르도안, 트럼프 같은 지도자들과 코시, 본디, 노엠, 개버드 같은 측근들이 선거 자체를 문제로 규정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여러 관측통은 이러한 계획이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정책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된 바 있다. 그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의 ‘비상 권한’을 근거로 관세 정책을 정당화했고, 대법원이 제동을 걸기 전까지 거의 1년 동안 이를 밀어붙였다.
또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가택에 진입하거나 차량을 파손한 뒤 사람들을 체포하는 행위 역시 미국 헌법 수정 4조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조치는 계속 시행돼 왔다는 지적이다. 법이나 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중단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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