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의 포인트
일본인 창업자들이 설립한 핀테크 기업 알파카(Alpaca)가 미국 증권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고 청산·결제까지 담당하는 풀스택형 API를 구축해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6,362억 원)에 도달한 배경을 분석한다. FINRA 규제의 코드화를 통해 진입장벽을 경쟁우위로 전환한 전략, 일본의 ‘스몰 IPO’ 구조와 벤처 캐피털의 한계, 그리고 미국 시장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고려해 ‘어디에서 싸울 것인가’가 유니콘 탄생을 좌우한다는 점을 밝힌다.
2024년 일본인 창업자 3명이 세운 핀테크 기업 알파카(Alpaca)가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6,362억 원)를 넘어서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이 회사는 수주 내에 자사 서비스에 미국 주식 거래 기능을 붙일 수 있는 API를 제공하며 SBI증권과 크라켄(Kraken) 등 전 세계 40여 개국, 3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알파카의 성과를 단순히 ‘API 기업의 성공’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핵심 경쟁력은 외국인 창업자에게 가장 높은 장벽으로 꼽히는 미국 증권 라이선스(Broker-Dealer)를 직접 취득하고, 청산·결제까지 담당하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에 있다.
그들은 왜 규제가 가장 엄격하다고 평가되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성공이 일본의 스타트업 환경에 어떤 과제를 던지는가.
●목차
규제를 기술로 구현하다…풀스택 구조가 만든 경쟁력
Alpaca의 경쟁우위는 Broker-Dealer 라이선스를 직접 보유하고 청산·결제(Clearing)까지 일괄 제공하는 ‘풀스택’ 구조에 있다.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은 기존 증권사의 인프라를 빌려 사용하는 ‘애그리게이션’ 방식에 의존한다. 반면 알파카는 가장 난도가 높은 ‘인프라 내재화’를 선택했다.
이 전략에는 세 가지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의 엄격한 심사다. 외국인 창업자가 미국에서 증권업을 운영하려면 자금 출처의 투명성, 경영 체계, 컴플라이언스 역량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두 번째는 자본 요건이다. 증권 라이선스를 유지하려면 예탁 자산 규모에 따라 자기자본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 제품이 완성되기 전 단계에서부터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셋째, ‘규제의 코드화’, 즉 금융 규제를 기술로 구현해야 하는 문제다.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금융 규정을 API 형태로 자동화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이는 법률 전문성, 규제 이해, 엔지니어링 역량이 결합돼야 가능한 작업으로 단순한 개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왜 일본에서는 나오기 어려운가…‘스몰 IPO’가 만든 구조적 한계
그렇다면 왜 비슷한 유형의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는 쉽게 등장하지 않을까.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스타트업 생태계 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스몰 IPO’ 구조다.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약 182억~455억 원(20억~50억 엔) 규모의 기업도 상장이 가능해 비교적 이른 시점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겉으로 보면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환경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상장을 목표로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장 이후에는 분기별 실적 성장 압박이 커지기 때문에 알파카처럼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인프라를 구축하는 장기 전략을 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 결정적인 요인은 시장 규모와 기업 가치 평가의 차이다. 알파카가 겨냥한 미국 주식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갖고 있다. 반면 일본 증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장 여지도 제한적이다.
같은 핀테크 기업이라도 목표 시장에 따라 평가 배수(멀티플)는 몇 배에서 십수 배까지 차이가 난다.
일본 VC가 ‘미국 진출’ 지원하지 못하는 이유
창업자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반면, 일본 벤처캐피털(VC)이 이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현실도 있다.
첫째, 평가 역량의 문제다. 미국의 법·제도와 시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VC는 미국 스타트업의 적정 밸류에이션을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LP(출자자)에 대한 설명 책임이다. 일본 VC는 사업회사나 금융기관 자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규제 리스크가 큰 해외 투자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현지 지원 역량의 한계다. 미국의 주요 VC는 인재 채용부터 법무, 영업까지 현지 네트워크를 동원해 적극 지원한다. 반면 일본 VC는 물리적 거리와 언어 장벽 때문에 동등한 수준의 ‘핸즈온’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유망한 창업자일수록 조기에 미국 VC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경영체제를 ‘미국형’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생긴다.
‘일본에서 시작해 미국으로’…유니콘을 만든 전략적 선택
이 같은 흐름은 Alpaca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본인이 창업했지만 사업 모델과 자본 구조, 시장을 미국에 맞춰 최적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 오이시 팜(Oishii Farm):일본의 농업 기술을 미국의 고부가가치 시장에 적용
· 오티파이(Autify):소프트웨어 테스트 자동화를 글로벌 SaaS로 확장
· 애니플레이스(Anyplace):
공통점은 ‘일본에서 출발’했지만 ‘시장은 글로벌’, 특히 미국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인 창업자의 강점은 정밀한 제품 설계 능력”이라며 “하지만 이를 일본 시장에만 묶어 두면 확장성이 제한된다.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파카의 사례는 스타트업 성공에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만큼이나 ‘어디에서 경쟁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가치 1,800억 엔(약 1조6,362억 원)이라는 평가도 일본 시장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도달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 세계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미국 주식 거래 인프라를 구축한 알파카에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심은 그들이 처음부터 규제가 치열한 미국 시장으로 뛰어들어 현지 규칙에 맞춰 싸울 결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일본 시장에서의 안정적 성공 대신 불확실성이 큰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을 선택한 결정이 유니콘 탄생의 분수령이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 스타트업에 필요한 질문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도록 설계됐는가’”라고 말했다.
(글=BUSINESS JOURNAL 편집부, 협력=카와사키 카즈유키/금융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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