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싸돌아다니긴 했는데 25-26시즌은 눈을 피해 다닌 느낌이었지요. 그러던 차에 눈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리 박배낭을 정리해 출근,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곧장 대관령 선자령 백패킹 성지로 달려갔습니다.
결과는…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관령면 꽃밭양지길 458-23
대관령마을휴게소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관령면 경강로 5721 대관령휴게소
대관령 선자령 백패킹 성지 솔캠 영상.
휴게소에 들러 저녁 식사로 국밥 한 그릇을 비운다.
예전에는 목적지에 도착한 뒤 식사를 해결했지만, 요즘은 가능하면 미리 끼니를 챙기고 박지로 향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몇 박을 머무는 여정이 아니라면 이동과 준비를 최대한 가볍게 하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불필요한 동선을 줄일 수 있고, 밤이 깊어 허둥지둥 식사하는 상황도 피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변화가 백패킹의 밀도를 좌우하는 것 같다.
그동안 대관령 선자령 백패킹 성지를 오가며, 이렇게 주차장이 한산한 풍경은 처음 마주한다. 눈이라도 왔다 하면 등산객과 백패커들의 차량으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곳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일정 수량의 차는 있게 마련인데, 오늘은 바람만이 바쁘게 오간다.
눈 없는 낯선 풍경의 주차장을 뒤로하고,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대관령 선자령 백패킹 성지로 걸음을 옮긴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썰렁한 풍경이 가슴에 더 크게 와닿으니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
그냥 가을 트레킹이라고 생각하면 나으려나?
겨울에 대관령 선자령으로 향하며 눈 한 톨 못 보는 상황이란 게 도대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이건 그냥 이상기후!
혹시 오해가 있으실까 봐 미리 말씀을 드리는데, 지금 이 선자령 백패킹 이야기는 이번 눈이 오기 바로 직전의 솔로 캠핑 이야기이며 현재는 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대관령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차가운 공기가 콧속을 스치며 폐 깊숙이 들어오고, 그와 함께 끝없는 갈등이 마음속에서 맴돈다.
내일 오전 11시, 정말로 눈이 올까.
일기예보를 보니 새벽녘에 약하게 눈이 스칠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때 한 번 시원하게 쏟아져 주면 좋으련만. 아니,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예보에 찍혀 있는 오전 11시쯤에는 능선 위에 살짝 쌓일 만큼은 내려주면 좋겠다.
국사성황당 갈림길을 지나 한국공항공사 강원항공무선표지소로 향하는 길가에 보이는 눈과 얼음. 그동안 올라오는 길에도 있었을 텐데 보기는 이제 처음 봤다.
한국공항공사 강원항공무선표지소 삼거리 도착. 주차장에서부터 대략 2.4km 지점이다.
과거엔 이 길에 눈이 쌓여 길이 높아진 덕분에 중간중간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통과해야 했는데 오늘은 그럴 일이 없다. 그냥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걸어도 걸리는 나뭇가지가 거의 없을 정도.
무지하게 밝은 이곳은 한국공항공사 강원항공무선표지소 꽁무니쯤으로 여기서 1.2km 정도 더 가면 새봉 삼거리에 도착하게 되는데 아마 이 즈음 갈등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더 갈 것이냐 아니면 새봉에서 마무리할 것이냐.
잔뜩 말라 헐벗은 나뭇가지 새로 화려한 강릉 시내의 불빛이 보인다. 가까워 보이지만 직선거리로 대략 12km 정도이니 이대로 산길을 따라 내려가려면 강릉 바우길을 이용해야만 한다. 바우길 1구간인 선자령 풍차길을 시작으로 바우길 3구간인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 – 바우길 10구간인 심스테파노길 – 올림픽 아리바우길 9코스로 이어지는 구간이며 거리가 상당하다.
여기는 새봉 삼거리로, 대관령 선자령 백패킹 성지까지 전체 구간 중 중간을 조금 지난 위치다.
잠시 멈춰 서서 갈등을 했지만 결론은 그냥 선자령 백패킹 성지까지 가는 것으로 결론낸다. 백패킹 성지라 부르는 곳은 뒤쪽으로 돌아가 바람을 피할 곳이 있지만 새봉은 그냥 노출된 전망데크이기 때문에 바람 피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며 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 속에서 선자령 풍차의 붉은 항공 등이 하나둘 시야에 들어온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대관령 능선 위에서 풍차는 늘 그렇듯 묵직하게 돌아가고, 그 끝에 달린 붉은 불빛은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인다. 마치 이곳까지 올라온 이들을 향해 조용히 ‘어서 오라’고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이 붉은 풍차 불빛은 야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된다.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그 점 하나가, 긴 능선 위에서 방향과 거리를 가늠하게 해 주는 작은 등대 같은 존재다.
눈 없는 대관령 선자령 백패킹 성지로 향하는 걸음.
바람의 소리와 풍차의 강렬한 회전이 어둠을 무섭게 가르고 있음에도 휘청휘청 3동의 텐트를 만나니 반갑지만, 쿠니는 정상 아래 뒤쪽 바람을 덜 타는 지역에 둥지를 튼다.
저녁을 먹고 올라왔으니 짐도 가볍도 마음도 가볍다.
슬그머니 잠잘 준비.
그렇게 갈등의 연속이었던 하루 마감.
언제나처럼 이르게 일어났지만 그 덕분에 기다림이 길어졌다. 오전 11시에나 온다는 눈.
보온병에 담아 온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쉼.
여태 자다 일어났구만 또 쉼.
침낭 속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스마트폰 속의 책 한 권을 다 읽어갈 때쯤 사르륵 사르륵 텐트 위로 스치는 소리를 듣는다.
주변의 갈색을 덮는 듯싶었지만 이제 전부인가?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운 대관령 선자령 백패킹 성지의 눈이었다.
이후 함박눈이 쏟아졌고 또 내린다 하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퇴근박 자체가 어렵게 돼버렸다. 에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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