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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 규모 성장 전망…‘공기에서 물 만드는’ 기술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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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 기사의 포인트
전 세계 약 20억 명이 안전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는 가운데, 공기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대기수분생성(AWG) 시장이 2030년대 약 1조 엔(약 9조 9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의 Watergen과 미국의 SOURCE Global이 선도하는 가운데, 공조·흡착 소재·MOF 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비용·에너지 과제와 그 돌파구를 상세히 분석한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물’은 석유에 버금가는 전략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약 20억 명이 안전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물 수요가 공급 능력을 약 40% 초과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 같은 ‘물 위기’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중동, 인도, 중국 북부 등지에서도 물 부족이 경제 활동의 제약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와 엔지니어들이 주목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공기 속 수증기를 냉각·응축해 물을 만들어 내는 대기수분생성(AWG·Atmospheric Water Generator) 기술이다. 한때 실험 장비 수준으로 여겨졌던 AWG는 이제 새로운 물 인프라 기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목차

급팽창하는 AWG 시장…2030년대 9조 원 규모 전망

시장조사업체 Grand View Research 등에 따르면 글로벌 AWG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약 20억 달러(약 2조 66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은 2026년 33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대에는 1조 엔(약 9조 원)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수요 확대가 두드러지는 지역은 아시아·태평양(APAC)과 중동·아프리카(MENA)다. 인도·중국·동남아시아에서는 빠른 도시화로 상수도 인프라 구축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중동에서는 해수담수화의 대안으로 분산형 물 생산 기술인 AWG 도입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물 공급은 대규모 댐, 해수담수화 플랜트, 장거리 수도망 같은 대형 인프라가 담당해 왔다. 하지만 AWG는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 물을 만든다’는 분산형 인프라 모델로, 도시·농업·군사·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이끄는 이스라엘·미국 기업들

현재 AWG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스타트업들이다.

Watergen(이스라엘)은 독자적인 열교환 기술 ‘GENius’로 고효율 물 생산을 실현하며, 세계 시장의 약 30%를 점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군사, 선박, 도시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 실적을 쌓았고, 고온·저·중습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양산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SOURCE Global(미국)은 태양광만으로 작동하는 ‘하이드로패널’을 공급한다. 전력망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도 완전 오프그리드로 운용할 수 있어,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사막 지역이나 개발도상국의 외딴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점적 관개, 해수담수화, 물 재활용 등 다양한 물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육성해 왔다. AWG 역시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에서 발전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반격…열쇠는 공조 기술과 소재 기술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 역시 AWG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AWG 기술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공기를 냉각하는 컴프레서·열교환 기술, 다른 하나는 수분을 흡착해 회수하는 소재 기술이다. 이 두 분야는 일본이 오랫동안 강점을 축적해 온 영역이다.

[공조 기술의 응용] 냉각식 AWG는 기술적으로 거대한 제습기에 가깝다. 다이킨공업 등 일본 공조 기업들은 고효율 히트펌프와 정밀 온도 제어, 에너지 절감형 컴프레서 기술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핵심 경쟁 요소인 AWG 시장에서 이러한 기술은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에너지정책연구가 사에키 토시야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AWG의 핵심은 냉각 기술과 열교환 기술입니다. 일본의 공조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를 축적해 에너지 효율 개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폐열 회수와 활용 측면에서는 기존 산업 인프라와의 연계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소재 혁명 — MOF와 흡착 기술]

AWG의 또 다른 핵심은 흡착 소재다.

AWG는 공기를 냉각해 물을 만드는 냉각식과, 특수 소재로 수분을 흡착한 뒤 회수하는 흡착식(데시칸트 방식)으로 나뉜다.

흡착식에서는 제올라이트·실리카겔과 더불어 최근 연구가 활발한 차세대 소재 MOF(금속유기골격체)가 주목받는다. MOF는 저습도 환경에서도 수증기를 효율적으로 흡착해 사막이나 건조지대에서도 운용 가능한 ‘차세대형 AWG’의 핵심 소재로 기대된다. 일본의 소재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어, 소재 경쟁력을 통해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기업의 최전선: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아쿠아디자인(시즈오카)은 일본 내 AWG 초기 시장을 개척한 업체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 병원, 자위대 등에 설치 실적이 있고, 특히 재난 대응용 모델이 주목받는다. 정전 상황에서도 작동 가능한 이동형 모델을 재난 현장에 투입해 ‘평상시에는 식수, 비상시에는 생활 인프라’라는 이중 용도의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이 재해 다발국인 점을 고려하면 방재·BCP(사업연속성계획) 수요는 안정적 일본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서스테이너블 컨트롤(도쿄)은 독자적 고효율 열교환기를 장착한 AWG ‘이즈미 세세라기’를 선보였다. 정숙성, 에너지 절감 성능, 디자인을 앞세워 가정·사무실용 실내 설치 시장을 개척했고, 월정액 구독 모델을 도입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물을 사는 삶에서 벗어나자’는 콘셉트는 생수 소비 감소와 환경 의식 확산을 노린 전략과 맞물린다.

대기업의 참여 가능성 향후 시장 지형을 바꿀 잠재적 주체로는 다이킨공업, 토요타통상, 미쓰비시중공업 등 대기업이 거론된다. 이들은 기술·자본·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본격 진입 시 ‘게임 체인지’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종합상사는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나 인프라 수출과 연계해 아프리카·동남아시아에서 대규모 사회적 구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AWG는 장비 판매에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 물 판매, 데이터 관리까지 포함하는 인프라 비즈니스입니다. 상사나 통신기업이 참여하면 시장 구조는 단기간에 바뀔 수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강한 건 하드웨어뿐 아니라 수질 관리와 기상 데이터 통합 같은 소프트웨어 계층에서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부분이 향후 승패를 가를 것입니다.” — 동일 전문가

비용과 에너지의 딜레마

그러나 AWG 기술이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AWG에는 현재 명백한 한계가 있다.

비용 문제: 현재 AWG의 물 생산 비용은 리터당 약 5~20엔(약 45~182원)으로 평가된다. 일본 수돗물이 약 0.2엔/리터(약 2원/리터)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전기료, 유지보수비, 설비 상각 등을 포함한 총비용으로 비교하면,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기존 상수도 인프라를 완전히 대체할 경제적 합리성은 성립하지 않는다.

에너지 문제: AWG는 많은 전력을 소모해 물을 만든다. 그 전력이 화석연료 기반이라면 ‘물을 얻기 위해 CO₂를 늘리는’ 모순을 피할 수 없다. 그린워싱 비판을 피하려면 재생에너지와의 통합 설계가 필수적이다.

“AWG는 만능이 아닙니다. 상수도 인프라의 대체라기보다 보완적 분산 수원으로서의 위치가 현실적입니다. 전력의 환경 부담을 떼어놓지 못하면 ESG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재생에너지와 결합한 설계가 상업화의 관건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은 태양광 발전, 폐열 활용, 축전지 등을 통합한 ‘오프그리드형 시스템’이다. SOURCE Global의 하이드로패널은 그 선례다.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일수록 오히려 AWG의 경제성이 높아지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기업도 재생에너지와의 시스템 통합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국제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

‘물의 OS’를 누가 쥐느냐’…스마트 워터 그리드 시대

AWG가 단순한 장비를 넘어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중요하다.

예컨대 수질 데이터, 기상 데이터, 수요 데이터를 IoT로 통합해 지역 단위의 물 수급을 클라우드로 관리하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구축하면 AWG는 ‘물의 인터넷’ 인프라로 진화할 수 있다. NTT, 후지쯔 등 통신·IT 대기업이 참여해 시스템 수출 형태로 개발도상국 인프라를 담당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있다.

일본 기업들은 그간 ‘기술에서는 이기고 비즈니스 모델에서 지는’ 전철을 밟아왔다. AWG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공조·소재·IoT를 결합해 새로운 물 인프라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 전 세계로 ESG 투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과감한 사업 전개 결단이 요구된다.

공기에서 물을 만드는 기술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2030년대 ‘블루 골드’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할 때, 그 ‘수도꼭지’를 잡을 주체로 일본 기업이 부상할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다.

(문 = BUSINESS JOURNAL 편집부, 협력 = 사에키 토시야 / 에너지정책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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