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과 법무법인 간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6년간 법무법인에 재취업한 경찰 출신 퇴직자가 최소 14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기간 동안 경찰 출신 퇴직자들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한 228건의 법무법인 취업심사 신청을 전수조사한 결과로, 이는 공직자 윤리와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대형 로펌들이 경찰 출신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점은 법치주의 사회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심각한 실태가 드러난다. 288건의 신청 중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취업가능 결정을 받은 건이 136건(59.6%)에 달했고, 업무관련성이 인정됨에도 예외를 인정받아 취업승인을 받은 경우는 8건이었다. 결국 144건의 경찰 출신 퇴직자들이 취업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로펌 재취업을 허용받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퇴직 직후 짧은 시간 내에 법무법인에 입사했다. 재취업 당시의 직급별 분포를 보면 경감이 70명(48.6%)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위 25명, 경정 22명, 총경 20명 순으로 나타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퇴직 후 재취업까지의 시간 간격이 매우 짧다는 사실이다. 144명 중 68명(47.2%)은 퇴직 후 3개월 이내에 로펌에 재취업했으며, 38명(26.4%)은 1년 이내에 취업을 마쳤다. 이러한 빠른 재취업은 현직 근무 중 형성된 인맥과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뒷받침한다. 특히 경찰의 수사권과 검찰의 공소권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감안할 때,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로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경찰 출신 퇴직자를 가장 많이 영입한 곳은 대형 로펌들이었다. 법무법인 YK가 75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의 경찰 출신 인물을 채용했고, 이어 김앤장 15건, 화우와 세종 각 8건, 율촌 6건, 광장 5건 순으로 나타났다. 재취업한 로펌 내에서의 직책은 전문위원이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변호사 27건, 고문 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대형 로펌들이 경찰 출신 인물들의 수사 경험과 경찰 내부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채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이 이 같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직자윤리법 17조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경찰관이 법무법인에 재취업할 경우에는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이 있다. 문제는 이 예외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취업심사를 받은 변호사 자격 보유 경찰 퇴직자 48명 중 43.7%인 21명이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취업이 불허된 점이다. 반면 일반 퇴직 경찰 180명 중에서는 35%인 63명만이 업무관련성을 이유로 취업이 제한되었다. 최근 방송인 박나래씨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장 출신 변호사가 이 예외 규정을 근거로 심사 없이 법무법인에 입사해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사례는 이러한 법적 허점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참여연대와 전문가들은 현행 법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업무 관련성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로펌에 입사한 변호사 자격 보유 퇴직 공직자들까지 포함하면 경찰 출신 로펌 재취업자의 실제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가 공직자윤리법상의 예외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법을 개정하여 변호사 자격을 가진 퇴직 공직자의 로펌 취업을 전면 심사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치주의와 공정성을 기본 가치로 삼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직자와 로펌 간의 부당한 결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국가 신뢰도 회복의 첫 번째 단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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