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공개 비판’받은 주인공은 누구?
한때 ‘피겨 신동’으로 불렸으나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도핑 스캔들’의 주인공, 카밀라 발리예바(20·러시아)가 다시 은반 위로 돌아왔습니다. 2021년 말 검출된 금지약물 성분으로 인해 4년간의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던 그는, 징계가 만료된 2026년 현재 자국 내 대회를 발판 삼아 본격적인 복귀 작전에 돌입했는데요. 그러나 카밀라 발리예바를 바라보는 세계 피겨계의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징계 해제와 동시에 시작된 ‘러시아식’ 복귀 무대
발리예바는 2025년 12월 25일을 기점으로 4년간의 침묵을 깼는데요. 이후 그는 기다렸다는 듯 러시아 자국 내 대회와 쇼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발리예바는 오는 4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빌레이니 궁전에서 열리는 ‘러시아 챌린지’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대회는 알리나 자기토바 등 러시아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이벤트성 무대로, 우승 상금만 500만 루블(약 1억 원)에 달하는 상업적 성격이 짙은 대회인데요.
앞서 올해 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점핑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에서도 그는 주특기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시도하며 여전한 기술력을 뽐냈습니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전성기의 존재감을 되찾았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철저히 자국 내 여론에 국한된 평가이기 때문에 차가운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56가지 약물’과 무너진 스포츠 정신
발리예바의 복귀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가 저지른 부정행위의 수위가 유례없이 높았기 때문인데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발리예바는 13세부터 15세 사이 어린 나이에 무려 56종에 달하는 약물을 상습적으로 투여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출된 금지약물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혈류 효율을 높여 운동 능력을 인위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데요.
당시 발리예바 측은 “할아버지와 컵을 함께 사용하여 성분이 혼입되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국제빙상경기 연맹(ISU)과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박탈과 모든 공식 기록 삭제라는 중징계가 내려졌죠.
김연아의 ‘무관용 원칙’과 러시아의 ‘감싸기’
발리예바의 행보를 두고 한국의 김연아를 포함한 전 세계 피겨 레전드들은 단호한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김연아는 SNS를 통해 “도핑 규정을 어긴 선수는 경기에 나설 수 없으며, 이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공개 비판했는데요. 이는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보다는 스포츠의 근간인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원칙론적 발언으로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반면 러시아 내부에서는 여전히 발리예바를 ‘피해자’로 묘사하며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러시아의 유명 언론인 블라디미르 포즈너는 발리예바의 복귀를 “존경받을 만한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온도 차는 러시아 피겨계가 국제적인 윤리 기준보다 자국 선수의 기량 회복에만 매몰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참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밀라노는 좌절, 2030년을 향한 무리한 질주?
발리예바는 징계 해제 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참가를 희망했으나,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징계 기간이 국제 대회 쿼터 확보 및 예선 일정과 겹치면서 그는 올해 2월 열린 밀라노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는데요. ISU의 강화된 연령 제한 규정(17세 이상)과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국제 무대 제약 역시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발리 예바는 최근 “2030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도핑 전력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과 엄격해진 채점 기준, 그리고 20대 중반에 접어들게 될 피겨 선수로서의 신체적 한계를 고려할 때 그의 목표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실력보다 우선되어야 할 정직의 가치
피겨 스포츠는 그저 기술의 난도를 겨루는 서커스가 아닙니다. 때문에 수년간 땀 흘려 준비한 다른 선수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약물의 힘’을 빌린 순간, 그가 기록한 모든 숫자는 의미를 상실하게 됐죠.
현재 러시아가 자국 대회를 통해 발리예바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행보는 국제 스포츠계의 고립을 자초할 뿐입니다. 발리예바가 진정으로 빙판 위에 다시 서고자 한다면, 화려한 점프 기술을 선보이기에 앞서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과 국제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행보를 먼저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거창한 목표보다, 무너진 ‘공정의 가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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