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예린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대표 로맨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한국계 배우 하예린이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작품 비하인드와 배우로서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세계적인 시리즈의 새 얼굴로 떠오른 그는 뜻밖의 장소에서 시작된 캐스팅 이야기부터 배우 손숙의 외손녀로서의 삶,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로 활동하며 느끼는 책임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3월 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예린은 먼저 한국을 찾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 온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여전히 설렌다”며 “한국어가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이렇게 기자들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웃어 보였다.
이번 시즌에서 하예린은 ‘소피 백’ 역을 맡았다. 「브리저튼」 시즌4는 결혼에 무심한 자유로운 영혼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프슨)이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과 하녀 소피 사이에서 사랑과 신분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를 그린다. 특히 이번 시즌은 시리즈 최초로 동양계 배우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하예린이 이 작품과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은 마치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는 “태안에 있는 엄마 집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 에이전트에게 전화가 왔다”며 “24시간 안에 오디션 영상을 보내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찍어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연락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며칠 뒤 화상 오디션을 보고, 또 며칠 뒤 루크 톰슨과 함께 리딩을 했다”며 “강남에서 엄마와 밥을 먹고 있는데 캐스팅 확정 전화가 와서 둘이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오디션 과정에서도 자신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저보다 더 예쁘고 실력 좋은 배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그냥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역 루크 톰슨은 오디션 순간부터 그가 ‘소피’라고 느꼈다고 한다.
이번 시즌의 로맨스 파트너인 루크 톰슨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하예린은 “촬영이 이야기의 흐름 순서대로 진행돼 서로 알아가며 연기할 수 있었다”며 “유머 코드도 비슷하고 친구로서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케미가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브리저튼」 시리즈가 인종 다양성을 적극 반영하는 작품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한 작품”이라며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과 성적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극 중 캐릭터 이름이 ‘소피 백’으로 바뀐 배경도 흥미롭다. 원작 소설에서 캐릭터의 성은 ‘베켓’이었지만 제작진이 하예린에게 ‘B로 시작하는 한국 성씨가 있냐’고 물어 ‘백’을 제안했고 그대로 채택됐다는 것. 그는 “한국 배우인 만큼 정체성에 맞는 성으로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다”며 “제안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오히려 고마웠다”고 말했다.
노출 장면 촬영에 대한 고민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여성의 몸을 쉽게 평가하는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며 “특히 한국에서는 미의 기준이 더 엄격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는 배우의 안전을 보호하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있었고, 이를 통해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예린은 “수위 있는 장면을 마치 안무처럼 설계해 배우와 스태프 모두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해주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예린은 또 ‘연극계 대모’로 불리는 배우 손숙의 외손녀이기도 하다. 그는 할머니의 반응에 대해 “할머니가 드라마를 다 보셨다”며 웃었다. 이어 “TV 가까이에서 보셨다며 ‘자랑스럽다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노출 장면은 민망하다고 하셨지만 결국 다 보셨더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연극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도 밝혔다. “1년에 한 번 한국에 오면 할머니 공연을 보러 갔다”며 “베개를 아기처럼 안고 우는 장면을 보며 관객들이 함께 울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때 ‘연극이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하예린은 “어릴 때부터 영어 이름 없이 ‘예린 하’라는 이름을 썼다”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이라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양계 배우로서 글로벌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것에 대한 책임감도 드러냈다. 그는 “가끔은 이 자리에 온 것이 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하지만 동양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더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활동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기회가 있다면 한국 작품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며 “특히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제에 나가는 작품이라면 더 관심이 간다”고 밝혔다.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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