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공습을 두고 쏟아낸 북한의 규탄 담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과 지도부 제거 작전에 나서자, 북한은 곧바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입장을 내놓았다.
담화에서 북한은 이번 공습을 “불법 무도한 침략 행위이자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 침해”라고 규정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해 거친 표현을 동원했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규탄한다”면서, 무력에 기반한 일방적 정권 타격과 주권 훼손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란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인 것은, 반미·반이스라엘 전선을 다시 한 번 강조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같은 방식의 공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보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겉으로는 ‘연대의 규탄’이지만, 속으로는 “이란 다음은 우리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셈이다.

트럼프 실명은 피한 신중한 메시지
주목할 점은 북한의 강경한 표현 속에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과거 북한은 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늙다리”, “전쟁광” 등 인신 공격성 표현을 서슴지 않았지만, 이번 담화에서는 이러한 수위의 단어들이 쏙 빠져 있다.
이는 미국의 행동 자체는 강하게 비판하되, 트럼프 개인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미지는 피하려는 계산된 태도로 볼 수 있다.
지도부 제거 작전이 실제로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실행된 직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으로선 트럼프를 굳이 직접 자극해 자신을 ‘다음 타깃’으로 부각시키고 싶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북한의 규탄 담화는 겉으로는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는 워싱턴의 칼끝을 최대한 자신에게서 멀리 두려는 절충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불량 정권 3곳 정리’ 설과 김정은의 불안
미국 외교·안보가 주변에서는 트럼프가 집권 2기 들어 독재·권위주의 정권 세 곳을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이 비공식 시나리오에서 첫 번째 대상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두 번째는 이란의 하메네이, 세 번째가 바로 북한의 김정은이라는 식의 구도가 자주 거론됐다.
물론 공식 문서나 연설에 등장한 문장은 아니지만, 베네수엘라 정권이 심각한 압박을 받은 데 이어 실제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군사 행동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은 이 ‘설’을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같은 반미 진영의 지도자들이 하나씩 미·이스라엘의 타깃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 순번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북한이 이번에 미국을 “불량배”라고 비난하면서도 트럼프는 실명으로 언급하지 않는 미묘한 균형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메네이 제거가 던진 생생한 경고
이란 최고지도자가 정밀 타격으로 제거된 장면은 김정은에게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을 가진 나라에는 미국이 함부로 전쟁을 걸지 못한다”는 논리를 반복해 왔지만, 실제로 이란처럼 미·이스라엘의 표적이 되는 사례를 목격하면서 이 믿음에도 균열이 갈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축적된 정보와 첨단 정찰 자산, 스텔스 전력, 정밀유도무기로 구성된 미국의 ‘지도부 제거’ 능력은 김정은 개인의 신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언제 어디서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그의 행보를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고, 동시에 핵·미사일 전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하메네이의 최후는 김정은에게 “핵이 있다고 해서 절대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는 잔혹한 현실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을 것이다.

더 숨고 더 쌓는 핵, 김정은의 이중 전략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겉으로는 반미·반이스라엘 규탄을 이어가면서 체제 내부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맞서는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실제 행동에서는 트럼프를 직접 자극하는 언사나 도발은 최대한 자제하고, 필요할 경우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도 쥐고 있어야 한다.
이와 병행해 김정은은 핵탄두 소형화·다종화,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양한 비대칭 전력 개발에 더 집착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중 전략의 핵심은 “언제든 맞받아칠 수 있는 힘을 키우되, 미국이 선제 군사 옵션을 택할 명분을 주지 않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
대외 담화와는 별도로, 북한 내부에서는 훨씬 민감하고 구체적인 대응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첫째, 지도부 보호와 지휘통제 체계 유지 차원에서 지하 벙커, 예비 지휘소, 비상 도피 경로에 대한 재점검과 보강이 이뤄질 수 있다.
둘째, 미국 정보자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위장과 기만 전술, 즉 미끼 시설·가짜 이동 동선·통신 통제 강화 등도 강화될 여지가 크다.
셋째, 핵·미사일 개발 라인에 대한 통제와 검열이 더욱 심해지고, 군부와 당 핵심층에 대한 충성도 점검이 수시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이란 사례를 본 뒤 ‘생존 전략’을 재정비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김정은이 말을 아끼는 이유와 향후 셈법
요약하면, 북한이 이란 공습을 두고 미국을 거세게 비난하면서도 트럼프를 직접 겨냥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김정은은 지금, 미국의 군사 능력과 정권 교체 의지를 누구보다 선명하게 목격한 당사자로서, 자신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가져올 파장을 매우 신중하게 따져볼 수밖에 없다.
공개 발언에서 몸을 낮추는 대신, 뒤에서는 핵전력 강화와 내부 통제, 그리고 상황에 따라 꺼낼 수 있는 외교·협상 카드까지 동시에 준비하는 복합적인 셈법을 굴리는 모습에 가깝다.
이란 사태는 그에게 “미국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번 ‘트럼프를 빼고 때린’ 북한 담화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도 김정은은 겉으로는 반미 구호를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최대한 자극을 피하는 저강도 대응과, 그 이면에서의 고강도 핵·미사일 집착이라는 이중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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