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장조차 즐긴다” 오재원, 한화 야수 잔혹사 끝낼까?
한화 이글스의 선택은 파격적이었고, 그 결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지난 수년간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등 초고교급 투수 수집에 열을 올렸던 한화가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유신고 외야수 오재원(19)을 호명했을 때, 일각에서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2026시즌이 열리자마자 오재원은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어떻게 바꾸었을까요?
17년 만의 진기록, 고졸 신인이 리드오프를 꿰찼다
지난 28일과 29일 대전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 2연전에서 가장 빛난 이름은 단연 오재원이었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에게 ‘1번 타자 겸 중견수’라는 중책을 맡겼는데요. 고졸 신인이 개막전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한 것은 한화 구단 역사상 최초이며, KBO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2009년 김상수(삼성), 2022년 김도영(KIA) 이후 역대 세 번째에 불과한 진귀한 기록입니다.
오재원은 28일 데뷔 전에서 6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고졸 신인이 데뷔 전에서 3안타를 몰아친 것 역시 1996년 장성호(해태) 등에 이은 역대 최다 타이기록인데요. 29일 경기에서는 1-2로 뒤진 2회 말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의 대승을 이끄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떨리는 곳에서 야구하고 싶었다”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
오재원의 활약에서 주목하는 점은 바로 1만 7천여 명의 만원 관중이 내뿜는 압도적인 열기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28일 경기 도중 실점으로 이어지는 수비 실책이 발생했지만, 오재원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음 타석에서 곧바로 안타를 만들어내며 실수를 만회하는 집중력을 보였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어린 선수가 부담스러운 경기를 잘 풀어주는 것이 팀에 큰 플러스 요인”이라며 그의 담대한 성격을 높이 평가했는데요.
오재원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긴장되지만 이렇게 응원해 주시는 곳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라며 오히려 압박감을 즐기는 모습 또한 보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김 감독은 “연예인처럼 슈퍼스타가 될 ‘끼’가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팬과의 약속을 지킨 ‘1루 베이스 세리머니’
오재원이 대전 팬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은 비결은 실력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한 직후 1루에서 특별한 세리머니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는데요. 해당 세리머니는 지난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팬들과 나눴던 약속이었습니다. 생애 단 한 번뿐인 데뷔 첫 안타의 감격적인 순간에도 그는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과의 소중한 약속을 잊지 않았던 것이죠.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신인이 첫 안타의 기쁨에 취해 소소한 공약을 잊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카메라를 응시하며 약속된 동작을 수행한 오재원의 모습은 팬들을 향한 감사함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화의 히트 상품, 꾸준한 기회 보장될까
현재 오재원은 롯데의 박정민, KT의 이강민과 함께 2026시즌 초반 신인왕 레이스를 주도할 강력한 후보로 거론됩니다. 특히 심우준의 FA 이적 등으로 야수진 개편이 시급했던 한화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인데요.
김경문 감독은 오재원의 컨디션이 다소 떨어지는 시기가 오더라도 당분간은 그를 믿고 꾸준히 기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오재원은 공격적인 타격을 유지하면서도 삼진을 하나도 당하지 않는 정교함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는 “전력분석 선배님들의 조언을 토대로 실내 기계로 공을 눈에 익히는 등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오재원이 던진 화두, ‘야수 갈증’ 해소의 서막인가
그동안 한화 이글스는 상위 라운드에서 투수를 우선 지명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습니다. 문동주와 김서현이라는 강속구 투수들을 얻었지만, 정작 이들을 지원할 야수진의 세대교체는 더디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오재원의 활약은 한화의 드래프트 전략 변화가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대 팀의 분석이 정교해지고 체력이 떨어지는 한여름의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인데요. 대전의 하늘 아래, 약속을 지킨 오재원의 질주가 한화의 가을야구 염원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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