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배지’가 된 심우면 연리리, “촌캉스? 여기 사람 못 살아!”
날 선 카리스마를 벗어던진 박성웅이 이번에는 ‘배추’와 사투를 벌이는 처량한 가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26일 첫 방송된 KBS2 새 미니시리즈 ‘심우면 연리리’(극본 송정림 왕혜지, 연출 최연수)는 화려한 도시 생활을 누리던 한 가족이 강제로 농촌에 던져지며 겪는 충격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목요일 밤 안방극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데요. 세련된 오피스물인 줄 알았던 드라마는 시작과 동시에 진흙탕과 돌밭이 뒹구는 리얼 귀농 생존극으로 장르를 급선회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승승장구 부장의 추락, ‘맛 스토리’ 유배지로의 강제 이송
주인공 성태훈(박성웅 분)은 식품 대기업 ‘맛 스토리’에서 능력 하나로 부장 자리까지 꿰찬 인물인데요. 그러나 직장 생활의 탄탄대로는 배추 산지 문제를 해결하려다 마주한 사내 정치의 벽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상사 최 이사(민성욱 분)와의 마찰 끝에 그가 받은 발령지는 회사 내에서 ‘유배지’라 불리는 연리리 지부였습니다. 사실상 사표를 종용하는 인사였지만, 의대생 장남과 해외 유학 중인 자녀들을 둔 성태훈에게 퇴사는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남편의 좌천 소식을 들은 아내 조미려(이수경 분)와 세 아들은 급히 귀국해 성태훈을 추궁하지만, 결국 현실에 타협하고 연리리행 버스에 몸을 싣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보여준 박성웅과 이수경의 찰떡 부부 호흡은 극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촌캉스? 여기 사람 못 살아!” 무너져가는 시골집 입성기
도시의 안락함에 익숙했던 가족들에게 연리리의 첫인상은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낡은 시골집을 마주한 가족들의 반응은 시청자들의 현실 공감을 자아냈는데요.
아내 조미려가 던진 “촌캉스~?”라는 뼈 있는 농담과 둘째 아들 성지상(서윤혁 분)의 “여기 귀신 나와!”라는 외침은 이들이 마주한 참혹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성태훈이 회사의 미래가 걸린 배추 농사에 매달리는 동안, 조미려는 낯선 부녀회 사람들과 엮이며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찾아 나섰는데요. 특히 낡은 폐가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적응기는 화려한 영상미 대신 투박하고 정겨운 시골 풍경을 담아내며 역설적인 힐링을 보여주었습니다.
“여서 내 없이 니 혼자 뭘 할까?” 이장과의 숨 막히는 기싸움
귀농의 가장 큰 장벽은 척박한 땅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성태훈은 마을 이장 임주형(이서환 분)과 첫 만남부터 날 선 대립각을 세우며 험난한 앞날을 예고했습니다. 임주형은 성태훈이 ‘맛 스토리’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는데요. “돌멩이 다 치워봐라, 풀 한 포기 나나”라는 그의 일침은 성태훈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꺾어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방송 말미, 황무지 한가운데서 스프링클러 물벼락을 맞으며 망연자실한 성태훈의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그의 수난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는데요. 또한 밭 관리인 노현갑(정선철 분)이 누군가에게 성태훈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의심스러운 행보가 포착되며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새로운 인연의 시작, 성지천과 임보미의 첫 만남
살벌한 어른들의 세계와 달리, 연리리의 젊은 피들은 풋풋한 로맨스의 서막을 알렸는데요. 태훈의 장남 성지천(이진우 분)은 마을 영양사이자 이장의 딸인 임보미(최규리 분)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조우했습니다. 부모 세대가 배추와 땅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이 두 사람이 연리리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어떤 인연을 쌓아갈지도 극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습니다.
‘심우면 연리리’가 보인 가장의 무게
드라마 제목인 ‘심우면 연리리’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지명인 심우면과 연리리를 합치면 “심으면 열리리”라는 문장이 완성됩니다. “농사 별거 있어? 심으면 열리리!”라고 외치던 성태훈의 자신만만함은 사실 가장으로서 무너질 수 없는 그의 절박한 자기 암시에 가까운데요.
심우면 연리리는 직장 내 좌천, 자녀 교육비 문제, 텃세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코미디라는 외피로 감싸안았습니다. 박성웅이 보여주는 ‘짠내’ 나는 고군분투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동병상련의 위로를 건넵니다. 과연 이 도시 가족이 연리리의 텃세를 극복하고 배추 농사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오는 4월 2일 방송될 2회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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