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양산기 나온 날, 이미 ‘다음 세대’ 협상이 시작됐다”
2025년 3월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KF-21 보라매 첫 양산기가 출고된 직후, 방산 업계의 시선은 곧바로 한 곳으로 향했다. 중동의 군사 강국 UAE가 2026년 상반기 중 방한해 KF-21 블록 3 공동 개발에 투자하는 방안을 본격 협의하겠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단순히 완제품을 사는 수입국이 아니라, ‘다음 버전의 설계 테이블’에 들어오겠다는 나라가 등장한 셈이다.

“블록 1·2는 워밍업, 진짜 승부는 블록 3에서 시작된다”
KF-21은 처음부터 블록 업그레이드 개념으로 설계됐다. 블록 1은 공대공 임무 중심의 초기 전력화형으로, 2026~2028년 사이 약 40대가 공군에 배치된다. 블록 2는 공대지·공대함 공격 능력을 갖춘 다목적형으로, 2028년 이후 80대 추가 양산과 함께 블록 1 기체의 순차 개량이 계획돼 있다. 블록 3부터는 스텔스 성능 강화와 유무인 복합(MUM‑T) 운용 능력까지 더해져, ‘준 5세대급’ 또는 6세대 전투기 기술의 시험장이 된다는 구상이 ADD와 공군의 로드맵에 담겨 있다.

“UAE가 탐내는 건 ‘블록 3’이라는 설계권, 그리고 MUM‑T”
UAE는 KF-21 블록 3에 공식적인 관심을 드러낸 첫이자 사실상 유일한 국가다. 이재명 대통령의 2025년 중동 순방 당시, 양국은 KF-21 차기 블록 공동 개발·현지 생산·제3국 공동 수출을 포함한 ‘가치 사슬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UAE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KF-21 블록 3가 적용할 유무인 복합(MUM‑T) 구조로, 자국이 따로 개발 중인 공격·정찰 무인기들을 KF-21과 연동해 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아키텍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전투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무인기와 함께 쓰기 좋은 플랫폼을 같이 만들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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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가 막히자, ‘한국 카드’로 전략적 헤징에 나선 UAE”
UAE의 이런 행보 뒤에는 미국 F-35 도입 협상 난항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워싱턴과의 F-35A·B 도입 논의가 4년째 제자리인 사이, UAE는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항공우주·무인기 산업을 키우기 위해 ‘두 번째 축’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G 엔뉴스와 동아비즈 분석에 따르면, UAE는 KF-21을 통해 150억~160억 달러 규모의 생산·수출 패키지, 향후 5세대급 파생형 공동 개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헤징 카드’를 쥐려 하고 있다. 미국이 소스코드와 스텔스 핵심 기술을 넘기지 않더라도, 한국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자국 무장·드론을 자유롭게 통합할 수 있는 “자기 손의 전투기”를 갖고 싶어 한다는 해석이다.

“소스코드까지 달라?”… 기술 주권 vs 20조급 수출의 줄다리기
문제는 UAE의 요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 전문 매체와 국내 군사 채널 보도에 따르면, UAE와 사우디는 KF-21 도입 조건으로 레이더·비행제어 등 ‘소스코드 접근권’을 강하게 요구하며 협상에서 압박 카드로 쓰고 있다. 소스코드는 전투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기밀로, 미국조차 F-35에 대해 동맹국에게 완전 공개를 거부해 온 영역이다. 한국 정부와 방사청은 이 부분에서 “전면 제공은 불가”라는 원칙을 세워두고, 대신 특정 인터페이스와 ‘플러그인 방식’ 무장 통합 권한을 제공하는 제3의 타협점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조 원 수출과 전략 기술 주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구도다.

“한국에겐 개발비 분담+시장 확대, UAE에겐 미래 공군의 골격”
UAE가 블록 3 공동 개발에 참여할 경우,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개발비 분담이다. 방산·경제 분석에 따르면 KF-21 전체 사업비는 8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블록 3 단계 스텔스화·MUM‑T 개발에는 추가 수조 원의 연구비가 필요하다. UAE가 150억 달러 규모 패키지의 일부를 개발·시험비로 투입하면, 한국은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보다 공격적인 기술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UAE는 자국 공군 요구를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KF-21 전투기와 UAE제 무인기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묶여 운용되면, 향후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KF-21+UAE 드론 패키지”라는 새로운 수출 포맷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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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3가 성공하면, KF-21은 ‘완제품’이 아니라 ‘플랫폼’이 된다”
블록 3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KF-21은 단순한 4.5세대 전투기를 넘어 ‘지속 업그레이드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된다. ADD는 블록 3 단계에서 스텔스 구조·국산 엔진 기반기술·신형 항전장비를 묶어 미래 5세대·6세대 전투기(KF-XX)로 이어지는 기술 사다리를 구축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UAE 같은 초기 해외 파트너가 붙으면, 설계 단계부터 국제 공동 운용을 전제로 한 개방형 아키텍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KF-21은 “한국이 만든 전투기”를 넘어, “여러 나라가 무인기·미사일·센서를 얹어 쓰는 범용 전장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고, 그 첫 단추가 바로 UAE가 탐내는 블록 3가 되는 셈이다.

“UAE가 노리는 건 ‘한국 무기’가 아니라, 한국이 열어줄 미래 공군 설계권”
결국 UAE가 KF-21 블록 3를 유독 탐내는 이유는, 한국 무기 그 자체를 쓰겠다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공군 체계를 2030~2040년대 기준으로 다시 짜는 데 한국을 이용하겠다는 계산에 가깝다. F-35 한 기 더 들여오는 것보다, KF-21 블록 3 공동 개발에 투자해 “우리 요구에 맞는 유무인 전투 체계”를 손에 넣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전략적 이득이라고 본 것이다. 한국은 개발비·시장·기술 발전 측면에서, UAE는 공군 구조와 방산 자립 측면에서 서로를 레버리지로 삼는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2026~2027년 블록 3 착수와 함께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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