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신과 사랑이 배신과 증오로 변하는 순간, 가장 가까웠던 안식처는 참혹한 범죄 현장으로 뒤바뀐다. 침묵 속에 영원히 묻힐 뻔했던 한 남자의 잔혹한 비밀이 백여 개의 작은 뼈조각을 통해 그 전말을 드러냈다.
지난 2023년 8월, 대구의 한 경찰서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실종자의 지인으로, 빌려준 차를 돌려받으러 집에 방문했다가 태연하게 모른다고 일관하는 남편의 태도에 수상함을 느끼고 경찰을 찾았다.

경찰 수사 결과, 남편 A씨의 진술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CCTV에는 실종 전날 아내가 귀가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다음 날 새벽 A씨가 흰 천으로 감싼 대형 여행용 가방을 낑낑거리며 옮기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A씨는 신원을 감추기 위해 집 안에서부터 자전거 안전모를 착용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이용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과거 이혼 후 재결합한 부부였다. A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아내를 위해 한국에서 ‘기러기 남편’ 생활을 하며 헌신했다. 하지만 아내의 외도로 한 차례 이혼했고, 이후 암 투병 중이라며 나타난 아내를 가엽게 여겨 재산 명의까지 넘겨주며 재결합했다.
비극은 아내의 거짓말이 들통나며 시작됐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던 아내의 수술은 다이어트를 위한 위 절제술이었으며, 재결합 후에도 아내의 외도는 계속됐다. 범행 당일 외출 후 늦게 귀가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던 A씨는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범행 후 시신을 농막으로 옮겨 소각한 뒤 남은 뼈조각들을 개천에 버렸다. 경찰은 수색 끝에 개천에서 100여 점의 뼈조각을 찾아내 범행을 입증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인 자녀들의 선처 탄원을 고려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방식이 잔혹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족이 유해조차 찾지 못하게 했다”며 징역 20년으로 형량을 가중했다.
전문가들은 “외형적으로 멀쩡해 보이는 인물이라도 갈등이 극단에 치달을 때 잠재된 잔혹성이 드러날 수 있다”며 “부부간 배려와 존중이 실종된 관계가 끔찍한 강력 범죄로 이어진 안타까운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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