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빼고 해협 연다” 유럽의 다크호스 계획
유럽 주요국이 미국을 아예 배제한 채 호르무즈 해협의 전후 관리용 국제 연합 구성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 외교·안보 지형이 술렁이고 있다. 프랑스·영국·독일이 주도하는 이 계획은 종전 뒤 기뢰 제거와 군사 호위를 통해 해상 운송을 정상화하되, 미국·이스라엘·이란 등 교전 당사국은 모두 빼겠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미국이 없는 집단 안보 실험”을 중동 핵심 해역에서 벌이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호르무즈 ‘국제연합’ 밑그림…17일 전 세계 화상회의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7일(현지시각) 수십 개국이 참여하는 온라인 회의를 열어 이른바 ‘전후 호르무즈 해상안전 연합’ 초안을 논의한다. 이 연합의 1차 목표는 전쟁 기간 해협에 갇힌 상선들을 안전하게 빠져나가게 하고, 이후 본격적인 기뢰 제거와 군사 호위를 통해 해운사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교전이 끝나고 평온이 회복된 뒤에만 임무가 전개된다”며, 이란·오만 등 연안국과 협력하는 ‘사후 안정화 작전’임을 강조했다.
![미-이란 전쟁]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5-0103/image-a50dc5d2-59ef-4abd-a2ac-16f487052fad.png)
“미국도 이란도 없다” 유럽이 그은 굵은 선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임무가 “미국, 이스라엘, 이란 같은 교전 당사국을 포함하지 않는 국제 방어 임무”라고 선을 그었다. 프랑스 측은 특히 미국이 참여하면 이란의 반발로 작전 동의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 보고 있고, 영국 내부에서도 “트럼프를 끼우면 모든 게 정치화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런던 일각에서는 미국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고, 실제 작전 범위와 정보 공유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현실론도 공존해 최종 구상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전후 기뢰 제거, 유럽이 미국보다 ‘한 수 위’
이 연합 계획의 핵심 임무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쟁 동안 해협에 고립된 선박의 안전한 철수, 둘째, 이란이 전쟁 초기 대량으로 부설한 기뢰 제거, 셋째, 항로 상시 개방을 위한 군함 호위와 감시다. 특히 기뢰 제거 분야에서 유럽은 미국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대부분의 소해함을 퇴역시킨 반면, 유럽 각국은 150척이 넘는 기뢰제거함을 운용하고 있고, 독일만 해도 12척의 전문 함정과 감시 항공기를 보유해 이번 작전의 ‘간판 전력’으로 꼽힌다. WSJ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외 파병에 극도로 신중했던 독일까지 나선다면, 작전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까지 나선다…유럽, ‘중동 집단안보’ 시험대에 서다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무 성격이 명확히 방어·소해 작전으로 한정된다면 참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전후 중동에 독일 해군이 본격 투입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냉전 이후 해외 무력 개입에 극도로 조심스러웠던 독일이, 에너지·해운 안정을 위해 군사 역할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 등이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에 대응해 상선을 보호했던 ‘아스피데스(방패) 작전’ 경험을 공유하며, 이번에도 비슷한 틀로 다국적 함대를 운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란 동의 전제…“미국 끼면 판 깨진다”
유럽이 내세운 전제 조건은 “이란의 최소한의 동의 없이는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우리가 구상하는 임무는 교전이 끝난 후 이란·오만과 협력해 해협의 평온을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사실상 이란을 파트너이자 이해당사자로 인정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이런 구조에서, 이란과 직접 전쟁을 치른 미국·이스라엘을 배제하는 건 협상 문을 열어두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인도 역시 초청은 받았지만, 아직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아 ‘비미국권 에너지 수입국 연대’가 어떤 형태로 짜일지도 관심사다.

한국도 회의 참석…‘미국 없는 해협’ 속 셈법 복잡해진 동맹들
지난달 35개국 군 수장이 프랑스 합참의장 주관 화상회의를 연 데 이어, 이달 2일에는 영국 주도로 40여 개국 외무장관 회의가 열렸고 한국도 모두 참여했다. 한국처럼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에 의존하는 국가는, 미국 주도의 봉쇄·역봉쇄 작전과 유럽 주도의 전후 기뢰 제거 연합 사이에서 다층적인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의 이번 구상은 단순히 해협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중심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자립 실험’이자, 중동 집단안보의 새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더욱 날카롭게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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