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 이미지가 미군 표적 정보로 둔갑했다”
문제의 시작은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미자르 비전이 SNS와 자사 채널에 올린 고해상도 위성 사진이었다. 카타르 알우데이드, 요르단, 사우디, 그리스 등지 미군 기지 활주로에 줄지어 선 전투기·공중급유기·드론·방공포대까지 한눈에 식별 가능한 수준으로 표시돼 있었고, 기종·수량·배치 변화까지 시간 순으로 추적·주석 처리돼 있었다. 위원회는 이 이미지들이 “특정 항공기와 방공 체계의 위치·규모를 정확히 보여주는 수준”이라며, 이란이 정밀 타격을 준비하는 데 활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에어버스 위성이 하루 10시간씩 미군만 찍었다?
위원회가 특히 문제 삼은 건, 이 사진의 원본이 에어버스 스페이스가 운용하는 상업용 지구관측 위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기술 분석이다. 이란 작전 개시 전 48시간 동안, 에어버스 위성 4기가 ‘관심 지역(이란과 주변국)’ 상공에 하루 최대 10시간씩 머물며 같은 미군 기지들을 반복 촬영했고, 이후 공개된 미자르 비전의 가공 이미지 속 항공기 일부가 실제 이란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기종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미자르 비전은 출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위원회는 “궤도·각도·해상도를 종합하면 에어버스 위성이 가장 유력한 출처”라고 결론 내렸다.

중국 민간 기업, “미 항모 이동 정보 팝니다”
미자르 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23년에는 미 해군 P‑8A 대잠초계기의 대만해협 비행, 2024년에는 필리핀 인근 해역의 중국 항모 산둥함 위치를 상업위성으로 찍어 공개한 전력이 있다. 최근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의 이동 경로, 디에고가르시아 미군 기지 활주로 상황, 이스라엘·카타르·사우디 미군 기지의 전력 증강 장면을 “위성 AI 분석 사례”라며 홍보용으로 올리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연합뉴스TV는 “중국 지리정보 기업들이 상업 위성·AIS 선박 정보·항공기 위치 데이터를 AI로 결합해, 사실상 ‘미 항모·전투기 위치 정보’를 공개 판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공익일 수 있지만, 지금은 적에게 좌표를 넘기는 것”
존 물레나르 위원장은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업 위성 이미지가 재난·인권 감시에 쓰일 때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란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군 항공기·방공망·유류 저장고 위치를 표식·주석까지 달아 실시간에 가깝게 공개하는 행위는 “적군에게 목표 정보를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에어버스가 중국 시장의 거대한 수요에 끌려, 안전장치 없이 데이터를 판매해 온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동맹국 상업 위성이 미국 병력에 전략적 위험을 초래하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우주칼럼] 중국 위성으로 포착된 미군 '이란 포위망'… F-22 11대 이스라엘 기지, 항모 2척 동시 배치](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5-0103/image-92761847-8142-4e30-949b-4052bc74357d.png)
‘오픈 소스’가 진짜 위협이 되는 시대
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건, 이 모든 정보가 비밀 군사위성이 아니라 공개 상업 데이터와 민간 AI만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상업위성 사진, 항공기 위치추적(ADS‑B),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같은 공개 데이터를 AI로 결합하면, 특정 시점 특정 기지의 항공기 수량·종류·활동 패턴까지 재구성할 수 있다. 미국 언론은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민간·상업 정보가 실제 전장에서 ‘킬체인’의 일부로 쓰이는 최초의 대규모 사례”라며, 앞으로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심지어 비국가 조직까지 이 방식을 모방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에어버스·미국 정부, “법·규제 손봐야 한다” 압박 커져
에어버스 스페이스는 현재까지 “고객·국가별 데이터 사용에 대한 구체적 사안은 논평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미 의회와 미디어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미국·나토 차원에서 전시·위기 시 상업 위성 데이터의 민감 지역 판매 제한 같은 규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미 정부 내부에선, 자국 상업위성 산업이 중국·러시아 민간 업체와 같은 ‘정보전 플레이어’로 변모할 경우 역으로 동맹국·민간 인프라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결국 중국 기업에 팔린 한 장의 상업 위성 사진이, 이란 미사일이 겨냥할 미군 항공기의 좌표로 되돌아오는 시대가 된 셈이다. 미국이 지금 발칵 뒤집힌 이유는, 전장에서 총을 쏘기 전에 데이터와 이미지가 먼저 전쟁을 결정짓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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