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개월·1,600회 ‘무사고 신화’가 만든 신뢰
방위사업청과 KAI에 따르면 KF-21은 2022년 첫 비행 이후 42개월간 약 1,600회의 비행시험을 수행하면서, 초음속 돌파·고고도 기동·공대공 미사일 분리·공중급유·레이더·전자전 시험까지 핵심 과업을 모두 무사고로 끝냈다. 그 결과 개발 단계 시험은 2026년 초 사실상 마무리됐고, 양산 1호기는 당초 계획보다 10개월 빨리 출고돼 2026년 9월 공군 제16전투비행단(예천)에 첫 인도될 예정이다. 2032년까지 블록1·블록2를 합쳐 총 120대가 공군에 전력화되는 로드맵도 이미 확정됐다.

동남아는 ‘KF-21 경쟁 입찰장’…필리핀·말레이시아가 줄 섰다
성공적인 개발·양산 전환 소식이 나오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였다. 필리핀은 이미 FA‑50PH를 운용하며 한국산 전투기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고, 2027~2029년 인도를 목표로 KF‑21 16~20대 도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말레이시아 역시 FA‑50M 18대를 들여오는 경공격기 사업에 이어, F/A‑18D·Su‑30MKM 노후 대체용 다목적 전투기(MRCA) 사업 후보로 KF‑21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중국 J‑10·중고 전투기 옵션을 사실상 접고, “운용 경험 있는 한국 플랫폼+합리적인 가격”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미납’…시제기·기술에서 탈락
인도네시아는 애초 KF‑21 공동개발국으로, 개발비의 20%를 분담하고 시제기 1대(5호기)와 기술 이전을 받는 조건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분담금 납부를 미루고 규모를 줄여 달라고 요구하면서, 2020년대 중반까지 수차례 협상이 지연됐다. 결국 2025년 재협상에서 분담금 규모는 1조 7,600억 원에서 약 6,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지만, 그 대신 시제기 제공·핵심 기술 이전이 제외되는 조건을 감수해야 했다. 군·정부는 “개발비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6조 원대 가치로 평가되는 시제기·기술을 넘길 순 없다”며 원칙을 고수했다.
6천억 아끼려다 6조짜리 기회를 놓친 셈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는 개발 리스크가 높던 시절에는 한국과의 공동개발 지위를 활용해 국내 정치·대외 협상에 써먹고, 정작 시험·양산이 안정권에 들어가고 수출 문의가 빗발치자 우선 배정 시제기와 기술 이전에서 밀려난 셈이 됐다. 현재 인니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필리핀·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블록2 이후 기체를 ‘완성품 수입’ 형태로 들여오는 방향으로 사실상 선회하는 것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은 “분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기술 이전과 시제기 제공은 없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KF‑21 사업이 ‘신뢰 기반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도 분명히 하고 있다.

블록1·블록2, 이미 생산 슬롯 전쟁 시작
KF‑21 블록1(공대공 중심)은 2028년까지 40대, 블록2(공대지·공대함 강화형)는 2032년까지 80대 생산이 계획되어 있고, 국내 120대 물량만으로도 KAI 생산 라인은 수년간 풀가동 상태다. 여기에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폴란드·UAE 등 잠재 고객까지 줄을 서면서, 누가 먼저 계약을 맺고 생산 슬롯을 확보하느냐가 수출전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KAI는 연 50대 이상 생산 체계를 목표로 설비를 확충 중이지만, 그럼에도 2030년대 중반까지는 “먼저 계약한 나라부터 받는다”는 룰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가성비 1위”가 만든 역전 드라마
KF‑21의 강점은 단순히 ‘우리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대략적인 기체 가격은 F‑35의 절반 수준으로 거론되며, 프랑스 라팔·유로파이터 타이푼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4.5세대급 초음속 성능·레이더·전자전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FA‑50로 입증된 운용·정비 경험, 사천·예천으로 이어지는 통합 훈련·정비 생태계까지 포함하면, 동남아·중동 국가들에겐 “돈·전력·훈련·산업 참여를 모두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남은 교훈: “개발 초반 1원이라도 아끼면, 완성품 땐 10원을 더 낸다”
인도네시아가 KF‑21 공동개발 분담금 6,000억 원을 놓고 몇 년을 끌다가, 결국 6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기술과 시제기·우선권을 놓친 건 방산 협력에서 “초기 리스크 분담을 회피하면, 성과가 나왔을 때 훨씬 큰 비용과 기회를 잃는다”는 전형적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한국 입장에선 이번 경험을 통해 “돈을 끝까지 낸 파트너에만 기술·생산 참여를 보장하는” 원칙을 국제적으로 각인시켰고, 그 사이 KF‑21은 무사고 개발·양산 조기 전환으로 동남아·중동·유럽 하늘을 노리는 새로운 수출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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