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하지 말라 했지만” 오히려 전쟁으로 돈 쓸어 담고 있다는 ‘이 나라’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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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참호에서 발견된 ‘U’ 로고…러 전범 부대도 쓴다
미 탐사매체 헌터브룩(Hunterbrook)과 우크라이나 측 자료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군이 노획·파괴한 러시아군 진지와 통신 거점에서는 유비퀴티의 무선 브리지 안테나·라우터·스위치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통신 장교 ‘Django’는 전장에서 관찰한 러시아 라디오 브리지의 약 80%가 유비퀴티 장비라며, “일반인용으로 만들어져 사실상 플러그 앤 플레이 수준이고, 유튜브에 튜토리얼이 넘쳐 난다”고 말했다. 헌터브룩은 공개 영상·텔레그램 자료를 분석해, 전쟁 범죄 혐의를 받는 러시아군 최소 9개 부대가 유비퀴티 장비를 실전 운용 중이라고 특정했다.

제재를 비웃는 ‘튀르키예·카자흐스탄 경유’ 우회로
미·EU의 대러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유비퀴티 장비는 어떻게 러시아 전선까지 흘러 들어갔을까. 헌터브룩은 군수 조달 담당자로 위장해 글로벌 유통업체·리셀러와 접촉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소 12개 공급업체와 복수의 공식 유비퀴티 유통사가 “러시아 최종 사용자”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튀르키예·카자흐스탄·UAE 등을 경유지로 제안하며 수출 금지 장비 판매에 동의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유비퀴티 제품의 러시아 유입액은 오히려 66% 증가했고, 제재 이후 출시된 최신 모델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가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입로를 활용해 여전히 미국 IT 장비를 대량 조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적 가능했다”…그럼에도 느슨했던 유비퀴티
논란의 핵심은 유비퀴티가 이런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는 점이다. 헌터브룩에 따르면, 유비퀴티는 2025년 러시아에서 자사 로고·상표권 보호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전력이 있으며, 이는 러시아 시장·유통망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업계 전문가들은 유비퀴티가 기기별 시리얼·MAC 주소·IP 로그를 통해 장비 위치·최초 유통 경로를 추적할 충분한 기술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5년 9월께부터 러시아 사용자 IP 기반으로 펌웨어 업데이트를 차단한 정황이 포착돼, 회사가 러시아 내 장비 사용 위치를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러시아 판매를 계속하는 리셀러·총판에 대한 명확한 계약 해지·법적 조치는 확인되지 않아 “사실상 방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쟁 말리며 ‘IT 매출’은 늘렸다…워싱턴의 딜레마
이번 폭로 이후 유비퀴티 주가는 하루 만에 8% 이상 급락했고, 미국 내에선 “자국 군이 막고 있는 러시아군 드론·통신망이 사실상 미국산 장비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정부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로 무기 기술·부품이 흘러 들어가는 정황과 관련해,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차단하겠다며 IT·반도체·배터리 장비 업체들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인도·튀르키예·카자흐스탄·중국 등을 통한 우회 거래가 이어지고, 기업들은 “우리는 민수용 네트워크 장비를 팔았을 뿐”이라며 책임을 피해 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민수용”이 전쟁의 신경망이 되는 순간
유비퀴티 사례는 요즘 전쟁에서 민수용 IT·통신 장비가 곧 전쟁의 신경망이 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러시아군은 값비싼 군용 전술통신망 대신, 상용 와이파이 브리지·라디오 링크·안테나로 드론 조종·야전 지휘망을 구축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가자·예멘 등 다른 분쟁 지역에서도 상용 위성통신·스타링크·와이파이 장비가 작전 지휘에 쓰이고 있다. 전통적인 ‘무기 제재’만으로는 이런 상용 IT 기반을 통제하기 어렵고, 민간 기업의 자발적 통제·투명한 공급망 관리 없이는 제재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전쟁엔 반대, 돈은 받는다”는 구조 깨야 한다
정리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각종 제재를 주도해 온 미국의 기술·장비가, 제3국 우회와 기업의 느슨한 관리 속에 러시아 전선 통신망과 드론 전쟁을 떠받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도 민수용 IT·부품·반도체 수출로는 전쟁 당사국의 ‘디지털 무장’을 사실상 지원하는 구조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지가 국제사회 전체의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제재 조항만이 아니라, 민간 하이테크 기업들이 공급망의 최종 사용자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규범·감시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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