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만에 뒤집었다”…호르무즈 다시 잠근 이란
이란이 한 번 열겠다던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잠갔다. 미국이 대이란 해상 봉쇄를 풀지 않자, 혁명수비대와 군부가 “통제권을 이전 상태로 되돌린다”며 사실상 재봉쇄를 선언한 것이다. 레바논 휴전 발효를 이유로 상선 통과 전면 허용을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급선회라,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기싸움’이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란 “해협은 다시 우리 손아귀 안에 있다”
알자지라·AFP 등에 따르면,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군의 엄격한 통제 하에 이전 상태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IRGC)도 “미국이 이란 선박의 완전한 항행 자유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기 전까지, 해협 상황은 엄격히 통제된 채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며, 해협 재개방의 열쇠가 워싱턴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란 입장에선 “미군이 봉쇄라 부르는 해적 행위”가 계속되는 한, 호르무즈 역시 통제 카드로 계속 쓰겠다는 메시지다.

미국은 ‘역봉쇄’…“딜 끝날 때까지 봉쇄 유지”
갈등의 불씨는 미국이 먼저 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종전협상이 파키스탄에서 결렬된 직후, 미 해군에 이란 해역에 대한 ‘역(逆)봉쇄’ 명령을 내렸다. 아라비아만·오만만에 있는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선박을 상대로 봉쇄 조치를 취해 이란의 원유 수출·자금줄을 죄겠다는 전략이다. 이란이 전날 “레바논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모든 상선 항해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트럼프는 “이란과의 거래가 100% 완료될 때까지 미 해군의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맞받았다.

호르무즈 다시 조이면…유가부터 들썩인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에너지 목줄’이다. AP통신·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미·이란 종전 협상 기대감에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가, 해협 통제 강화 소식으로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더라도, 해상 보험료 상승·정유사 선박 운항 회피만으로도 실질 공급 축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본·인도처럼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단기간에 물가·환율·경상수지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곧 합의” vs 이란 “봉쇄 계속되면 폭격도 각오하라”
아이러니하게도, 양측은 같은 날 전혀 다른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주말 1~2일 안에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차 대면 협상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협상이 타결되면 직접 파키스탄 방문도 고려하겠다고까지 언급했다. 동시에 “휴전을 연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란 해상에 대한 봉쇄는 유지할 것”이라며, “봉쇄가 계속되면 불행하게도 우리는 다시 폭탄을 투하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군은 미국이 해상 봉쇄를 거둬들이지 않을 경우 페르시아만·오만해·홍해까지 봉쇄를 확전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놓은 상태다.

20일 파키스탄 회담 앞두고 ‘기 싸움 정점’
미국·이란 2차 종전 협상은 2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언론은 “양측 협상단이 주말 동안 파키스탄에 도착해, 휴전 시한인 22일을 앞두고 막판 담판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의 이번 ‘해협 재통제’ 선언은, 회담 직전 미국 봉쇄를 지렛대로 쓰는 트럼프에게 맞서 “호르무즈 스위치는 여전히 우리 손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전형적인 기 싸움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실제로 봉쇄 강도를 낮출지, 이란이 해협 통제를 얼마나 강하게 유지할지가 2차 협상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누가 먼저 눈 깜빡이느냐”…전 세계가 보는 치킨게임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해협 통제가 아니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무기화해 미국의 금융·해상 봉쇄를 흔들려 하고, 미국은 항모전단·역봉쇄로 이란의 숨통을 조이려 하면서, 둘 다 전면전은 피하려는 모순된 게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입장에선 “중동 전쟁을 끝낸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도 협상 타결을 원하면서, 동시에 선거·국내 정치용 강경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호르무즈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 밀당이, 어느 쪽이 먼저 눈을 깜빡이느냐에 따라 유가·글로벌 경제·한반도 안보까지 줄줄이 흔들 수 있는 ‘세계적 치킨게임’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이란의 재통제 선언이 갖는 진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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