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막히자, 한국 유조선이 택한 ‘첫 우회로’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뒤 발이 묶여 있던 우리 유조선이, 우회 항로인 홍해를 통해 처음으로 안전하게 빠져나왔다. 해양수산부는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연안 얀부항에서 원유 약 200만 배럴을 실은 한국 국적 초대형 유조선(VLCC) 1척이 홍해를 통과해 국내로 향하고 있다고 17일 공식 발표했다.

4월 6일 회의에서 시작된 ‘홍해 플랜’
정부는 이란·미국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봉쇄 위험이 커지자, 4월 6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홍해를 우회 항로로 활용하되, 국가가 직접 안전을 관리하는 조건부 운항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이후 해수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국방부와 정유사들이 참여하는 TF가 꾸려졌고, 사우디 동부에서 생산된 원유를 내륙 송유관으로 얀부항까지 옮긴 뒤 한국 유조선에 적재해 홍해를 경유하는 방식이 첫 모델로 채택됐다.
“AIS 끄고 24시간 전화 항해”…붙어서 지킨 안전망
홍해는 예멘 후티 반군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고위험 해역으로, 해수부는 그동안 우리 선박에 운항 자제를 권고해왔다. 이번 항해에서 해수부는 선박이 홍해에 진입한 순간부터 빠져나올 때까지
-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 위치 노출을 최소화하고,
-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 선박·선사와 전용 소통 채널을 열어 항해 안전정보를 지속 제공하는 방식으로 선박·선원 보호에 나섰다. 필요 시 연합해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방부·청해부대와도 정보를 공유했다는 설명이다.
“난생처음 열린 길”…원유 수급에 숨통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 국적 유조선 상당수가 걸프만 인근 항만에 묶이면서, 국내 원유 수급 불안과 운임·보험료 급등 우려가 커졌었다. 이번 홍해 우회 성공으로 최소 200만 배럴 규모의 물량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정부는 “원유 수급 대응이 계획이 아니라 실질적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희망봉 우회보다 항해 거리·시간이 짧은 홍해 항로가 제한적으로나마 가동되면서, 중동발 공급 리스크를 완화할 추가 옵션이 생겼다”고 본다.

대통령이 직접 “원팀 값진 성과” 언급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은 홍해 통과 소식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처음으로 우리 선박이 홍해를 통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운송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라며, “관련 부처들이 원팀으로 움직이며 이뤄낸 값진 성과”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미 정유사들과 협력해 대체 원유 물량을 확보해 왔지만, 이번 사례처럼 실제 국적선이 고위험 해역을 우회해 들어오는 것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전히 위험한 바다…“상시 해법 아닌 가변 옵션”
홍해는 이란 지원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의 거점으로,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이후 약 79건의 선박 피격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 해수부는 “홍해 운항 자제 권고는 유지하되, 불가피하게 운항하는 우리 선박에 대해서는 24시간 추적·관찰과 정보 제공, 연합해군 즉각 지원 요청 체계를 통해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우회 성공이 상시적·대규모 운항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정세·위협 수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열고 닫는 ‘가변 옵션’이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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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달라진 것 하나, “이제 써본 길이 됐다”
정리하면, 호르무즈 봉쇄 이후 처음으로 한국 유조선이 홍해 우회로를 이용해 원유를 국내로 가져오는 데 성공하면서, 한국의 에너지 수급 전략에 “위험하지만 관리 가능한 새로운 항로”가 추가된 셈이다. 아직은 한 척, 한 번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업계·군이 홍해 리스크 관리 능력을 축적해 나갈 경우, 향후 중동발 위기 때마다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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