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조 원대 장갑차 사업, 한화와 라인메탈 2파전으로 압축
루마니아는 낡은 소련제 BWP‑1·MLI‑84 보병전투장갑차를 교체하기 위해, 약 290~300대 규모의 차세대 장갑차(IFV)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30억 유로, 한화로 4조~5조 원대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로, 당초 레드백(한국), KF41 링스(독일), CV90(스웨덴), ASCOD(스페인)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이후 방산·외신 보도에선 실질적인 경쟁 구도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과 독일 라인메탈의 KF41 링스로 압축됐다고 전한다. 루마니아 정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루마니아가 진짜 원하는 건 ‘현지화 70%+α’
루마니아 국방부가 이 사업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운 건 현지 생산·현지화율이다. 유럽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 프로그램은 공동 구매·대출을 통해 무기를 조달하는 대신, 부품의 65% 이상을 EU 회원국에서 생산한 무기여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루마니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차기 장갑차는 현지화율 70% 이상”을 명시하며 단순 조립이 아닌 실제 부품 생산과 기술 이전, MRO(정비·유지·보수) 체계를 자국에 심어 줄 파트너를 원한다. 즉, 이번 사업을 “장갑차 구매”가 아니라 “자국 방산산업을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꺼낸 비밀 병기, ‘현지화 80%+공장 선투자’
여기서 한국이 준비한 ‘신의 한 수’가 나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에 현지화율 80%라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루마니아 요구(70%)와 SAFE 기준(65%)을 모두 상회하는 수치로, “레드백의 대부분을 루마니아에서 만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근거는 이미 진행 중인 투자다. 한화는 2024년 루마니아와 K9 자주포 54문·K10 탄약운반장갑차 36대 계약(약 1.4조 원)을 체결했고, 부쿠레슈티 인근 댐보비차 지역에 K9·K10 현지 생산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공장은 향후 레드백 장갑차 차체·포탑·부품 생산까지 확장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고 있어, “우리는 이미 공장을 짓고 있다, 장갑차까지 여기서 만들자”는 메시지가 루마니아에 전달된 셈이다.

레드백, 호주가 먼저 택한 ‘실전형 비밀 병기’
한화가 루마니아에 제안한 레드백(AS21)은 이미 호주 LAND 400 Phase 3 사업에서 독일 KF41 링스를 제치고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주요 제원은 다음과 같다.
- 전투중량: 기본 42t, 추가장갑 장착 시 최대 약 47t
- 방호력: STANAG 4569 Level 6(30mm AP탄 전방 방호) 수준 목표
- 무장: 30mm 기관포(헝가리제 란스2 포탑), 7.62mm 동축기관총, 스파이크 LR2 대전차미사일 2발
- 능동방호: 이스라엘 IMI 계열 하드킬 APS + 소프트킬(전자전·연막) 결합
- 기동: 1000마력급 MTU 디젤엔진, 자동변속기, 최고속도 약 65km/h, 항속거리 약 520km
또한 고무 궤도를 채택해 진동·소음을 줄이고 도로 손상을 줄이는 동시에, 차내 헬멧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 360도 카메라, 전장 상황 인식 시스템을 갖춰 “탑승 보병의 눈을 밖으로 확장해주는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이 조합 덕분에 레드백은 호주 평가에서 방호력·기동성·인체공학·정비성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가격을 더 낮게 제시한 독일 링스를 성능으로 눌렀다는 분석이 많다.

루마니아 입장에선 “공장+검증된 플랫폼” 패키지
루마니아가 레드백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산이라서가 아니다. 루마니아 입장에서 보면 레드백 패키지는
- 이미 호주가 검증한 최신형 장갑차,
-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정비 가능한 구조,
- K9·K10과 부품·교육·MRO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통합 기갑 패키지
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반면 독일 KF41 링스는 모듈성과 성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루마니아가 요구하는 수준의 현지화·선투자 면에선 한화만큼 공격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현지 보도에서 나온다. 루마니아는 SAFE 자금으로 무기를 사는 동시에 국내 일자리·공장·기술을 얻길 원하기 때문에, “현지화 80%+K9 공장 선투자” 카드를 꺼낸 한국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에서 ‘싹쓸이’ 노리는 K-장갑차의 다음 분수령
루마니아 IFV 사업은 레드백에게도 중요한 분수령이다. 호주에 이어 루마니아까지 잇달아 수주에 성공한다면, 레드백은 “독일·스웨덴 경쟁작을 연속으로 제친 세계 시장 1티어 장갑차”라는 브랜드를 확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폴란드·체코·중동 등 나토·비나토 국가들의 장갑차 교체 사업에서 한국산 K-장갑차가 “가격·성능·현지화 3박자를 갖춘 표준 옵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변수도 있다. 독일·루마니아 군당국의 밀실 협상 의혹, 입찰 투명성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라인메탈에 유리하게 판이 짜이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한국이 루마니아에 들고 나온 비밀 병기는 단지 장갑차 한 대가 아니라 “공장을 통째로 가져가 깔아주는 현지화 전략”이라는 점이다.
결국 “신의 한 수를 보자”는 한국의 승부수는, 레드백의 성능+루마니아 공장+80% 현지화를 한 패키지로 엮은 데 있다. 이 카드가 루마니아에서 통한다면, K-방산은 유럽 장갑차 시장에서도 ‘싹쓸이’에 가까운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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