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장관도 전격 경질…육·해군 수장 동시 공백
이란과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국방부가 존 펠란 해군장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육군에 이어 해군까지 수장이 교체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숀 파넬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X(옛 트위터)를 통해 “펠란 장관이 행정부를 떠나며, 이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해군 차관 흥 카오가 장관 대행을 맡게 되면서, 이란 해상 봉쇄작전을 수행 중인 미 해군은 지휘부 정점이 공백 상태인 채 전쟁을 이어가게 됐다.

해군 연례회의서 “미래 과제” 연설한 지 하루 만에 잘렸다
경질 시점의 ‘극적 대비’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AP·KBS 등에 따르면 펠란 장관은 해임 발표 전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해군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해, 해군력 확대·현대화 계획과 예산 집행 방향에 대해 장병·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 세부 내역이 공개된 직후였던 만큼, 해군 전력 강화의 핵심 설계자가 하루 만에 물러난 셈이다. 그가 이란 해상 봉쇄 작전의 정치·전략적 책임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쟁 중 지휘 체계의 일관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직보’가 화근…현대식 전함 구상 두고 국방장관 패싱
표면적으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워싱턴 정가와 미 언론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의 갈등을 핵심 배경으로 보고 있다.
데일리안·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사업가 출신인 펠란은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에 거액을 후원한 뒤 2025년 해군장관에 기용된 측근 인사로, 취임 이후 ‘현대식 전함(신형 대형 수상전투함)’ 건조 계획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보도와 국내 언론 분석은 펠란이 이 전함 구상을 헤그세스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한 것이 국방장관 패싱으로 받아들여져, 갈등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육참총장 이어 해군장관까지…1년 새 20명 물갈이
이번 해임은 이란전이 한창인 지난 2일, 헤그세스 장관이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을 전화 한 통으로 경질한 지 불과 20여 일 만에 이뤄졌다.
동아일보·국민일보 등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취임 1년 남짓 동안 장관·차관·군 수뇌부 등 약 20명에 이르는 고위 군·민간 인사를 해임·교체했으며,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펜타곤 전반에서 진행 중인 ‘충성 인사’ 및 지휘 체계 재편 작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한 군사 분석가는 “각 군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정책 영향력을 빼앗고, 국방장관 중심으로 권한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해군 전력 40%가 중동에…“전쟁 중 장수 바꾸지 않는다”는 말 무색
문제는 시기다. 조선·AP·채널A 등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 해군 전력의 약 40%가 이란과 맞서는 중동 해역에 집중 배치된 상태로, 항모전단·강습상륙전단·이지스 구축함이 호르무즈 해협·아라비아해에서 이란 해상 봉쇄와 역습 저지 작전을 수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군 수장을 전격 교체하는 것은, 작전 우선순위 조정·예산 집행·장기 전력 계획 등 전략적 의사결정에 혼선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미 해군 관계자와 군사 전문가들은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는데, 지금 펜타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며, 장기전으로 갈수록 지휘부 교체의 대가가 더 크게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 군의 힘 빼고 국방장관에 집중”…동맹국들까지 불안
국방부 안팎에서는 헤그세스 장관의 인사 드라이브가 ‘각 군 약화 + 국방장관 권한 집중’이라는 구조 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국민일보는 헤그세스가 기존에 각 군이 사실상 독자적으로 행사해 온 인사·전력계획 영향력을 줄이고, 예산·전략 결정권을 전쟁부(국방부) 수뇌부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권력구조를 재편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전·대중 국방전략 등 외부 위협이 겹친 상황에서, 이런 ‘내부 권력 싸움’이 계속될 경우 동맹국들에게 “미군 지휘부가 정치적 내홍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미국 군사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가 효율적 지휘 체계 강화인지, 충성 인사 심기인지에 따라 미군의 실질적인 전투력과 동맹 신뢰도는 정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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