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미디어의 성장은 방송 시스템뿐만 아니라 직업의 경계마저 허물고 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런웨이를 걷던 모델이 이제는 사각의 링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먹을 내뻗는다. 최근 SOOP에서 진행된 ‘복싱 챔피언 도전기 최강 네린’을 통해 생활체육 복싱 대회 우승을 차지한 스트리머 네린(본명 윤혜린)을 만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신종훈 관장과 격투기 선수 박원식 등 쟁쟁한 스승들 아래에서 고통스러운 훈련을 견뎌낸 그녀. 뷰티 모델에서 복싱 챔피언으로 거듭난 네린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전한다.
Q. 대회가 끝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A. 요즘은 운동을 잠시 쉬면서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복싱 준비와 대회가 워낙 힘들었기에 지금은 마음껏 쉬는 중이에요. 그래도 개인 방송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SOOP 스트리머 방송과 유튜브 활동을 병행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Q. 일주일에 5일이나 방송을 한다고 들었다. ‘네린’이라는 이름이 독특한데 뜻이 있나.
A. 제 본명이 윤혜린인데, 이름을 아주 빠르게 이어서 부르면 ‘네린’처럼 들려요. 거기서 따온 닉네임인데 한 번 들으면 다들 잘 기억해주셔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원래 모델 활동을 하다가 방송을 시작했다고.
A. 네, 고등학교 졸업 후 인천에서 계속 모델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이 줄어들면서 쉬고 있었는데, 라디오 방송을 하던 친구가 권유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팬들과 유대감이 생기면서 재미를 느꼈고, 지금은 방송 활동에 더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캠핑 방송으로 팬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는데, 혼자 백패킹을 다녔다고.
A. 차 없이 두 발로 걷는 백패킹을 좋아해요. 산이나 바다를 혼자 찾아다녔죠.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잘 때도 방송을 켜두어 팬들이 지켜봐 준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를 17일 동안 360km 정도 걷기도 하고 국토대장정도 했어요. 이상하게 고생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가 봅니다.
Q. 스포츠 콘텐츠, 그중에서도 왜 하필 복싱이었나.
A. 작년에 골프를 배우는 방송에 나갔는데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이 대단하더라고요. 그러다 신종훈 관장님과 인연이 닿아 복싱을 배우게 됐습니다. 관장님과 함께 본 ‘아이 앰 복서’ 결승전의 짜릿함이 결정적이었어요. 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Q. 체중 감량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두쫀쿠’ 에피소드가 유명하던데.
A. 제가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하필 복싱 도전 중에 ‘두쫀쿠’라는 디저트가 유행했어요. 그걸 매일 먹었더니 일주일 만에 4kg이 쪄서 59kg이 된 거예요. 대회 체급인 55kg을 맞추기 위해 2주 전부터 필사적으로 감량했습니다. 하루 6시간씩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하며 겨우 맞췄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신종훈 관장(왼쪽)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네린]
Q. 실제 경기와 연습의 차이는 어땠나. 첫 경기에서 쌍코피가 났다고 들었다.
A. 실전보다 연습이 훨씬 힘들었어요. 체육관 스파링은 1라운드에 3분인데 대회는 1분 30초였거든요. 체력이 반만 들어도 되니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 제가 한 대 맞으면 세 대를 때리려고 돌진하더라고요. 피하지 않고 맞으면서 들어가는 제 모습이 저도 웃겼습니다. 유효타와 공격적인 모습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Q. 훈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중학교 2학년 여학생 선수와 스파링을 했을 때예요. 인생 처음으로 쌍코피가 터질 정도로 많이 맞았는데, 너무 아프고 눈물이 났지만 부끄러워서 꾹 참았어요.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혼자 펑펑 울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생활체육대회 우승 후 코리안갱스터(왼쪽)와 인터뷰 하는 네린]
Q.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A. 생중계에 대한 부담감이 정말 컸어요. 지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아 계체량을 맞추는 꿈까지 꿀 정도였죠. 그때 신종훈 관장님과 코치님이 “져도 우리에겐 네가 일등이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그 믿음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서 우승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Q. 다음에는 어떤 종목에 도전하고 싶나.
A. 펜싱이나 골프, 당구에 관심이 많아요. 사실 저는 복싱장에 가기 전까지 야구나 축구 경기장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느낀 그 짜릿함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다음 도전도 현장의 열기가 뜨거운 종목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한마디. A. 스포츠 방송을 통해 특유의 즐거움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과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번 우승을 계기로 더 자신 있게 도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 내내 네린은 특유의 높은 텐션과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말썽꾸러기 학생이었다고 고백하며 웃는 그녀의 모습 뒤에는, 쌍코피를 흘리면서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야 눈물을 터뜨리는 지독한 승부욕이 숨어 있었다. 고생 끝에 얻은 뿌듯함을 즐길 줄 아는 이 당찬 스트리머의 다음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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