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알로 총알 잡았다” 이란전이 보여준 천궁-Ⅱ의 실전 성적표
이란이 쏟아 올린 미사일·드론을 상대로 UAE 상공을 지킨 주역이 한국산 중거리 방공체계 천궁-Ⅱ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전쟁이 한국 방위력의 강점을 보여줬다”며, UAE에 배치된 천궁-Ⅱ가 자신에게 할당된 표적 30기 중 29기를 격추해 명중률 96%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UAE에선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무인기가 수십 기 단위로 날아들었지만,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 포대들이 연속 요격에 성공하며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개발 책임자는 “시험 단계에서 이미 탄도탄 요격 시험을 전부 명중했기 때문에, 90% 이상 요격률은 놀라운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체계 성숙도가 높았다고 평가한다.
![단독] 한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 UAE서 첫 공개...두바이 왕세자 앞 '눈도장'](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5-0103/image-fb35bbfd-358a-4dc4-8453-f0b575c4b26f.png)
유럽이 미국 대신 한국을 찾은 이유: ‘빨리·많이·싸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장기전 가능성을 체감하며 방공망 확충에 나섰지만, 미국산 패트리엇·NASAMS를 담당하는 록히드마틴·레이시온은 이미 주문잔량이 포화 상태였다. 미국산 요격체계는 계약 후 실제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구조인데, 핵심 부품 공급망 병목 탓에 PAC-3 미사일 한 발을 조립할 부품을 모으는 데만 3년 안팎이 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공백을 파고든 것이 한국 업체들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스팀슨센터 연구진은 “비슷한 성능을 훨씬 낮은 가격에, 그리고 빠른 납기로 공급할 수 있는 중견 방산국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고,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결국 유럽의 절박함이 한국에게는 글로벌 방산 시장 문을 여는 ‘타이밍’이 된 셈이다.

천궁-Ⅱ vs 패트리엇, 가격과 납기에서 갈린다
천궁-Ⅱ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가격 대비 성능이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천궁-Ⅱ 한 발 가격이 약 15억 원, 대략 100만 달러 수준이라고 공개했다. 반면 록히드마틴 PAC-3는 발당 약 400만 달러로 알려져, 요격 한 발 기준으로 4배 가까운 가격 차가 난다.
이란처럼 탄도탄·드론이 쏟아지는 대량 포격 상황에선 가격 차가 곧 방어 가능한 ‘탄 수’ 차이로 직결된다. 여기에 한국 업체들은 수직 계열화된 생산 구조 덕분에 수년 단위 대신 수년 이내 대량 공급이 가능한 점을 앞세워, NYT로부터 “미국산보다 훨씬 빠른 인도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시에는 좋은 무기보다 “지금 당장 오는 무기”가 더 절실하다는 점이 한국산 체계의 최대 무기가 된 셈이다.
무기만 파는 게 아니라, 공장과 기술을 같이 가져간다
한국 방산이 미국과 가장 다른 지점은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에 훨씬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방산기업들은 IP 보호와 자국 일자리 문제 때문에 핵심 기술 공유나 해외 공장 설립에 매우 신중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공동 개발·현지 생산·현지 조립” 모델을 적극 제안해 왔다.
실제로 한화 계열은 루마니아에 장갑차 생산 기지 구축을 추진 중이고, 스페인 자주포 체계 개발에도 기술 협력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단순한 구매국·판매국 관계를 넘어, 방산 인프라·인력·부품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장기 파트너십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가 선호한다. 구매국 입장에서는 무기만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자국 방산 역량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투자에 가까운 수입’이 되는 셈이다.
전장에서 증명된 성능, 시장에선 주가로 반응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확대되던 시기, 한국 방산주의 움직임은 시장의 기대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란전 개전 뒤 한 달 동안 천궁-Ⅱ를 생산하는 LIG넥스원 주가는 약 45% 급등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2% 안팎 상승했다. 반대로 전쟁 초기 단기 급등했던 록히드마틴·RTX(옛 레이시온)는 한 달 기준 주가가 6%대 하락세로 돌아서, 투자자들이 “이벤트 수혜”보다 실제 공급 능력과 납기 경쟁력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LIG넥스원은 천궁-Ⅱ·L-SAM·유도탄 등 핵심 제품군 수출이 늘면서 매출과 수주잔고가 수년 새 급증했고, 중동·동유럽 다수 국가가 천궁-Ⅱ 도입·현지 패키지 구축을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전장에서의 ‘명중률 96%’는 곧바로 주가와 수주잔고라는 숫자로 이어졌다.

1970년대 ‘자주국방 실험’이 만든 2020년대 K-방산
오늘의 K-방산은 단기간 기획상품이 아니라, 수십 년 누적 투자의 결과다. NYT와 국내 연구기관들은 그 출발점을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자주국방 구상으로 본다. 당시 북한 위협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부각되자, 정부는 현대·대우·삼성 등 대형 민간 중공업 기업들을 방산에 끌어들여 설계–조선–엔진–전자까지 통합 생산 체계를 만들도록 유도했다.
이 구조가 21세기 들어서도 유지되면서, 한국 방산 대기업들은 설계·시험·조립·양산·군수까지 한 회사 그룹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직 계열화를 갖추게 됐다. 국내 전문가들이 “수직 통합된 한국 대기업의 생산 속도를 서방 분업형 구조가 따라잡기 어렵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란전이 남긴 질문: “한국, 이제 미국을 보완하는 제3축인가”
이란전에서의 천궁-Ⅱ 활약은 한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방공·포병·장갑·탄약 분야에서 분명한 ‘제3축 공급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유럽 체계와 완전히 다른 계열이 아니라 나토 표준을 상당 부분 맞추면서도, 가격·납기·기술 이전에서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점이 각국에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전쟁이 실제로 터졌을 때, 수년 뒤 도착할 수천만 달러짜리 요격탄보다 “지금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검증된 100만 달러짜리 요격탄”을 선택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란 상공에서 날던 미사일과 드론을 떨어뜨린 것은 천궁-Ⅱ였지만, 그 뒤에 서 있던 것은 지난 50년간 축적된 한국 방위산업 전체의 구조적 경쟁력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은 K-방산에 사실상의 ‘종합 졸업시험’이자 글로벌 신고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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