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드론’이 아니라 ‘많이, 한 번에’ 쓰겠다는 발상 전환
미 국방부가 내놓은 새 드론 전략의 핵심은 더 세고 비싼 드론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대신 수천·수만 대의 저가형 드론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묶어 움직이는, 운용 구조 중심의 발상 전환이다. 과거에는 유인기 + 일부 드론이라는 보조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드론 ‘군집(swarm)’ 자체를 핵심 전력으로 올리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전쟁의 경쟁 축이 “센 장비 vs 센 장비”에서 “얼마나 많은 장비를 동시에, 얼마나 잘 연결해 쓰느냐”로 완전히 바뀌는 지점이다.
![단독] 세계최강 킬러 드론 '리퍼' 부대, 주한미군에 창설|동아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26c49c74-05eb-41ed-a7bd-2efb288b855e.jpeg)
레플리케이터: 플랫폼이 아니라 ‘지휘 체계’에 돈을 꽂는다
미국이 추진 중인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수만 대, 2027년 이후 수십만 대 규모의 저가 공격 드론을 배치하는 걸 목표로 한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드론 숫자보다 그 위에 올라가는 개방형 지휘·통제 아키텍처다. 지휘관이 “저 지역 방공망 무력화” 같은 목표를 하나 던지면, AI 기반 시스템이 정찰·교란·타격 임무를 자동으로 수백 대 드론에 나눠 배분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론적으로는 지휘관 한 명이 수천 대 드론 집단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전술적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도 FPV·수제 드론 운용에서 세계 최전방이지만, 아직 이 정도 규모의 ‘동시 군집 운용’은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크라 전장서 떴다…'드론 공격팀' 부대까지 창설한 美해병대 [밀리터리 브리핑] | 중앙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ea1dc39c-4be6-4d7c-9bb8-7ebbb7a8151b.jpeg)
‘장비’가 아니라 ‘소모품’으로 재분류된 드론
미 국방부가 최근 소형 무인체계를 항공기가 아닌 ‘소모성 탄약(Consumables)’으로 재분류한 건 상징적이다. 수리해 재활용하는 고가 장비가 아니라, 수류탄처럼 한 번 쓰고 버려도 되는 가격·구조를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즉, 드론 한두 대를 잃는 걸 신경 쓰지 않고 “탄약처럼 쏟아붓는” 전술을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최종 사격 결정, 공격 범위 설정 같은 윤리·전략 차원의 판단은 인간 지휘관이 쥔 채로 두겠다는 방침이다. 자동화는 극단까지 밀어붙이되, 책임과 룰은 사람 손에 남기는 미국식 타협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물량 공세’ vs 미국의 ‘통제 효율’ 카드
중국은 저렴한 상용 부품과 대량 생산 능력을 활용해, 수많은 저가 드론으로 미군 전력을 소모시키는 전략을 준비해 왔다. 미국은 여기에 “더 많이 찍겠다”가 아니라 “같은 숫자의 드론이라도 훨씬 더 잘 묶어서 쓴다”로 대응하는 중이다. 결국 누가 더 많은 드론을 갖고 있느냐보다, 누가 더 빠르게·정교하게 임무를 나누고, 전장 정보를 공유하고, 일부 손실이 나도 군집 전체가 살아서 작전을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됐다. 이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진짜 승부수는 드론 기체가 아니라 그 위의 네트워크·AI 지휘 체계다.

“연결되지 않으면 탈락”이라는, 동맹과 방산업계에 던진 최후통첩
이 전략은 미국 동맹국·방산 기업들에게도 사실상 통첩에 가깝다. 앞으로 미군과 같이 작전하고 싶다면, 드론이 얼마나 멀리 날고, 탄두가 얼마나 센지보다 “미군의 통합 지휘·통제 체계와 얼마나 잘 연동되느냐”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자기 나라 전용 폐쇄 체계를 고집하는 장비는,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미군의 집단 전력 네트워크에 끼기 어렵다. 실전에서 미·동맹 연합전력의 일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곧 국제 방산 시장에서 밀려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입장에서 보이는 기회와 과제
한국도 ‘드론 전사 50만 명’ 계획처럼 양적 확대를 준비 중이지만, 다음 단계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묶어 쓰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군의 이런 방향 전환을 잘 타면, 한국 드론·C2(지휘통제) 기업이 미군 네트워크에 호환되는 소프트웨어·센서·중계체계를 개발해 함께 성장할 기회가 생긴다. 동시에, 독자 작전용으로도 우리만의 군집 운용·AI 임무 배분 체계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단순 드론 ‘보유 숫자’보다 훨씬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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