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범국 재무장”이 현실이 된 독일·일본
독일과 일본이 동시에 재무장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세계대전 전조 아니냐”는 불안과 “이제 책임을 지는 군사 강국으로 가는 단계”라는 평가가 함께 나오고 있다. 두 나라는 전후 수십 년 간 군사력 사용과 군비 증강에 극도로 신중했지만, 러시아·중국·북한·이란으로 이어지는 연쇄 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묶어두던 족쇄를 하나씩 풀고 있다.
독일, “유럽 최강 재래식 군대” 공식 선언
독일은 최근 ‘군사 방어의 전반적 개념’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군사 전략 문서를 내고,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비(非)핵 보유국 나토 최대 동맹국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못 박았다.
핵심은 “유럽 최강의 재래식 군대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더 이상 자국 영토 방어에만 머물지 않고, “독일과 유럽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디든 개입해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전 세계에서 작전 가능한 군대’ 노선을 공식화했다.
이는 1955년 연방군 창설 이후 처음으로, 독일이 스스로를 명시적 ‘개입형 군대’로 규정한 전략적 전환이다.

러시아·미국이 밀어준 독일의 명분
독일이 내세우는 재무장 명분은 두 가지다.
첫째, 러시아. 문서에서 독일은 “러시아의 위협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며, “2029년 러시아가 나토를 침공할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시기까지 박아 넣을 정도로 러시아를 잠재적 직접 침공 세력으로 상정한 것이다.
둘째, 미국. 미국이 전략 중심을 유럽에서 인도·태평양과 자국 반구로 옮기고 있다고 진단하며, “미국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 위해 유럽·대서양 안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시했다.
즉, “러시아가 위협이 되고, 미국은 더 이상 유럽만 봐주지 않는다”는 논리로 독일의 재무장 필요성을 정당화한 셈이다.

독일의 3단계 계획: 2029년부터 ‘진짜 군대’로
독일은 2039년을 목표로 3단계 육성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현재~2029년)는 “지금 당장 싸울 수 있는 군대”로 만드는 단계로, 장비·인력 공백을 메워 실전 투입 가능 전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2단계(2029~2035년)는 나토 내부에서 선도 국가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다. 유럽 작전의 중심 허브가 되겠다는 뜻이다.
3단계(2035~2039년)에는 혁신 기술을 접목한 ‘기술적 절대 우위 군대’를 지향하며,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와 46만 명 규모(현역 26만+예비 20만) 병력 체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방예산 상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까지 단행했고, 올해 국방비는 전년보다 25% 이상 늘어난 약 1080억 유로, 한화 180조 원대 규모로 책정했다.
일본, ‘평화헌법’ 아래에서 실질적 전쟁국가로
일본도 북한·중국을 명분으로 재무장을 고속도로에 올렸다.
2026년도 방위비는 약 9조 353억 엔(84조 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전략의 핵심은 “적의 공격을 받을 때 반격 능력” 구축이다.
2022년 기시다 정권이 ‘안보 3문서’를 개정하며 시작된 큰 방향 전환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GDP 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과 함께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무력 공격을 받으면 상대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다”는 ‘반격 능력’ 개념이 명문화되며, 일본은 명목상 방어국이지만 사실상 장거리 공격 무기를 개발·배치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장거리 미사일·무인기·무기 수출까지 풀어버린 일본
지난해 10월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은 이를 더 밀어붙였다.
구마모토와 시즈오카(후지 주둔지)에 장거리 미사일과 고속활공탄을 앞당겨 배치했고, 추가 추경으로 방위비/GDP 2% 목표를 실제로 달성했다.
올해 방위 예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무인기 대량 도입에 1000억 엔 넘는 예산을 쓴 ‘SHIELD(쉴드)’ 사업이다. 연안 방어와 섬 지역 감시를 무인기 중심으로 재편해, 사람 대신 센서와 드론이 전방에 서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무기 수출 규제도 대폭 완화됐다. 60년간 묶여 있던 살상무기 수출 규제가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개정으로 사실상 해제되면서, 일본은 호위함·미사일 등 살상무기를 동남아 등 우방국에 수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보했다. 동시에 안보 3문서 재개정, 자위대 헌법 명기 등으로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로의 변신을 제도화하는 중이다.

“세계대전” 우려와 현실 사이
독일·일본의 군비 증강을 두고 “전범국의 재무장”, “제3차 세계대전 전조”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건, 두 나라가 20세기 세계대전을 일으킨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이들의 재무장은, 적어도 명분상으로는 “러시아·중국·북한 등 권위주의 진영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서방 진영 안에서 책임을 늘리는 것”이라는 프레임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한 번 늘어난 군사력이 단지 억지력에만 머무를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군사 행동의 기반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주변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독일·일본의 재무장이 단지 유럽과 대만해협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나토의 인도·태평양 개입, 일본의 무기 수출·영해 활동 확대 같은 형태로 직접적인 전략 환경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관찰과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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