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잠수함이 살 길” 된 TKMS의 현금 사정
독일 잠수함 명가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두고 한국과 맞붙은 상황에서, 정작 회사 재무 상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고 있지만, 개발·판매 비용과 구조 개편 부담으로 순이익과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이번 캐나다 사업이 사실상 운명을 가를 촉매제”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경쟁사로선 “기술력은 강하지만 돈 사정은 빠듯한 라이벌”과 싸우는 셈이라, 수주전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매출은 늘었는데, 현금은 마이너스로 꺾였다
최근 두 분기 실적 기준으로 TKMS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난 11억 7,000만 유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14% 증가한 6,000만 유로 수준으로 겉보기 성적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순이익과 현금이다. 개발·판매 비용이 크게 늘면서 순이익은 41% 급감해 2,700만 유로에 그쳤고, 특히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잉여현금흐름이 1년 전 +7억 5,600만 유로에서 –7,200만 유로로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뒤집혔다. 회사 설명대로 프로젝트 지출 확대, 고객 선수금 부족, 해양 사업부 분할에 따른 3억 유로대 일회성 비용이 겹치면서, “숫자는 늘어나는데 손에 쥔 현금은 줄어드는” 전형적인 방산·조선 특유의 재무 압박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배당은 2027년 이후, 투자자 인내심 시험대
경영진은 순이익의 30~50%를 배당하겠다는 정책을 밝히면서도, 첫 배당은 이르면 2027년 이후가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지금은 투자와 구조조정에 돈을 쏟아붓는 시기라, 당장 주주에게 돌려줄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주가가 1주 100유로대 고점에서 70유로 초반까지 30% 가까이 떨어진 것도 이런 불안이 반영된 결과다. “매출·수주잔고는 늘어나는데, 정작 잉여현금이 마이너스”라는 구조는 방산 기업에선 흔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늘 불안하게 보이는 조합이다.

TKMS가 목매는 두 장의 ‘빅 딜’과 캐나다 변수
이런 상황에서 TKMS가 기대를 거는 건 두 건의 초대형 프로젝트인데, 그중 가장 시급한 게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이다. CPSP는 노후 빅토리아급 4척을 대체하기 위해,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새로 뽑는 계획으로, 건조비만 최대 20조 원, 30년 운용·정비까지 합하면 60조 원 규모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현재 TKMS와 한국 측 컨소시엄(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숏리스트에 올라 사실상 양자 대결 구도로 가고 있다. TKMS 입장에서는 이 계약만 따내면 수주잔고와 향후 현금유입 전망이 한꺼번에 개선되지만, 반대로 놓치면 “재무 불안+성장성 의문”이 동시에 부각될 수 있는 딱 그런 크기의 프로젝트다.

독일 정부까지 뛰어든 ‘국가 대 국가’ 수주전
TKMS 경영진은 상반기 중 CPSP 계약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이미 상당수 인력을 캐나다에 파견해 최종 입찰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독일 부총리 겸 장관이 직접 캐나다 총리를 만나 TKMS 수주를 지원하는 등, 수주전은 기업 대 기업을 넘어 “독일 vs 한국”의 준(準) 국가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독일 정부로서도 유럽 조선·잠수함 산업의 체면과 관련 일자리, 유럽 방산 영향력 유지를 위해 TKMS의 대형 수주가 필요하다. 이런 정치·외교적 지원 덕분에, TKMS는 재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가 백업을 등에 업은 기술 명가”라는 이미지를 내세울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선 ‘기회이자 경계 신호’
한국 입장에서는 TKMS의 현금흐름 악화가 단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재무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납기·생산 능력이 검증된 한국 조선·방산”이라는 프레임을 캐나다에 설득력 있게 제시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대 회사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건 그만큼 가격·조건에서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일 정부까지 어깨를 밀어주는 상황이라, 단순 기술·가격 경쟁을 넘어 외교·금융·정치까지 엮인 복합 승부가 될 공산이 크다. TKMS의 이번 “현금흐름 경고등”은, 60조 급 잠수함 수주전이 단순 사업 하나가 아니라 양측 방산·조선 산업의 중장기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승부라는 걸 다시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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