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만의 방중, 시점 자체가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베이징 방문은 2017년 첫 집권기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중국 방문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지난해 10월 부산 APEC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난 지 약 6개월 만에 다시 정상회담이 잡혔다는 것은, 양측 모두 “얼굴을 맞대고 풀어야 할 현안이 쌓였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미·중 사이에 관세 갈등, 대만해협 긴장, 중동 전쟁까지 겹쳐 있는 상황에서, 실무 채널만으로는 조율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에어포스원을 타고 곧장 베이징으로 향한 건, 이 방문이 단순한 친선 외교가 아니라 ‘현안 패키지 조정’에 가깝다는 걸 보여 준다.
![속보] 트럼프 베이징 도착···한정 중국 국가부주석, 공항서 영접 - 경향신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141d6b38-087a-4131-abed-996867d5a726.jpeg)
무역·관세 갈등, ‘파국은 피하면서 압박은 유지’하려는 계산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은 다시 대중 관세 인상과 수출 통제를 강화했고, 중국도 맞대응하면서 양국 경제에 부담이 쌓이고 있다. 이번 회담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서로 체면을 잃지 않는 선에서 관세·제재 전면전을 피하고 “어디까지 때리고 어디서 멈출지”를 정하는 새 가드레일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물가와 고용을 의식해 중국의 농산물·에너지·제조업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중국은 반도체·AI·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제재 완화와 투자 제한 완화 등을 원하고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강경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경제 파탄은 막아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베이징에 들어간 셈이다.

대만해협 위기 관리, 레드라인을 다시 그리려는 시도
최근 대만 주변에서는 미·중 군용기와 함정의 근접 활동이 잦아지며 우발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정치적 지지를 강화해 왔고, 중국은 봉쇄·상륙을 가정한 대규모 훈련으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에서는 강경한 대중·친대만 발언을 내놓지만, 실제로는 “정면 군사충돌은 피하고 싶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양측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활동 수위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비공식적으로라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는 누가 양보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오판으로 전면전이 나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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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중동 전쟁, 중국을 통한 ‘우회 레버리지’ 확보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이란과의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위기, 그리고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전선이다. 이란 경제와 원유 수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국가는 중국이고, 실제로 이란의 주요 원유 고객도 중국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이란의 핵·미사일 활동 통제, 해협 봉쇄 완화, 지역 긴장 완화인데, 이를 직접 압박만으로 이루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가 베이징까지 가는 이유는, 이란을 움직일 수 있는 베이징의 경제·외교 레버리지를 활용해 ‘중동 국면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직접 담판에 앞서, 그 후견국과 먼저 조건을 맞춰 두려는 우회 접근이다.

AI·핵군축·기술 패권, 장기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자리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눈앞의 전쟁·관세 문제와 함께, 인공지능·반도체·핵군축 같은 장기 패권 의제도 다뤄질 수밖에 없다. 양측이 서로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상황에서, 첨단 기술과 핵전력 경쟁이 아무 제어장치 없이 치닫는 건 양쪽 모두에게 위험하다. 미국은 동맹과의 기술 블록을 유지하면서도, 핵·AI 같은 극단적 위험 분야에서는 최소한의 ‘룰’을 중국과 공유하는 것을 선호한다. 중국 역시 전면적인 기술·군비 경쟁이 자국 경제와 내부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범위의 가드레일에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의 베이징 행은 이런 장기 게임의 규칙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정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2박 3일 동선이 말해주는 것, 쇼와 담판이 섞인 구조
트럼프는 서우두 공항 영접, 군 의장대와 청년들의 환영, 톈탄 공원 동행, 인민대회당 국빈 만찬 등 전형적인 국빈 방문 의전을 소화한다. 겉으로는 화려한 이벤트지만, 실제 핵심은 그 사이사이 배치된 비공개 정상회담, 소규모 티타임, 오찬 회동 같은 ‘닫힌 방’에서 이뤄질 협상이다. 특히 방중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는 티타임과 오찬은, 공식 발표문에 담기 어려운 민감한 합의나 서로의 진짜 의도를 확인하는 데 쓰이기 좋다. 에어포스원을 타고 급히 베이징에 간 이유를 한 줄로 요약하면, “전쟁과 경제, 대만과 기술 패권까지 얽힌 문제를, 한 번에 정리하진 못하더라도 폭발하지 않게 관리할 최소한의 선을 다시 그으러 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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