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브라 골드 주최국이 중국과도 손잡은 이유
태국은 오랫동안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 다국적 훈련인 ‘코브라 골드’의 공동 개최국이다. 이 훈련은 1982년 미·태 양자 훈련으로 시작해 지금은 한국·일본 등 30여 개국이 참여하는 대표적 연합훈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태국이 같은 시기에 중국과도 정례 육군 연합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양쪽에 모두 붙는 ‘양다리’처럼 보이지만, 태국 입장에서는 안보와 외교에서 선택지를 넓히는 실리 전략에 가깝다.

‘돌격 2026’까지 이어진 중·태 연합훈련의 진화
중국과 태국이 진행하는 ‘돌격’ 연합훈련은 이번이 여덟 번째로, 산악·정글 지역에서의 대테러 작전이 주제다. 2005년 특수부대 교류에서 출발해, 2007년에는 중국 육군의 첫 공식 대외 연합훈련으로 정례화됐다. 초창기에는 보병 위주의 기동훈련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무인기 운용, 전파 교란, 실탄 사격까지 포함하는 현대전 스타일로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2024년 중국 내 훈련에 이어 2026년에는 태국 현지에서 다시 훈련을 여는 등, 양국 간 군사협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흐름이 됐다.

한쪽은 코브라 골드, 한쪽은 대테러 훈련… 태국의 이중 구조
코브라 골드는 미국이 역내 동맹·파트너들과 상호운용성을 맞추고, 재난·인도주의 지원까지 포함한 다목적 훈련으로 발전시켜 온 상징적 행사다. 태국은 이를 통해 미군과의 군사협력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과는 보다 작은 규모의 육·해·공군 연합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태국은 현재 중국 육군뿐 아니라 해군·공군과도 각각 정례 훈련을 하는 거의 유일한 동남아 국가로 꼽힌다. 즉, 미국과의 협력 틀은 유지하되, 중국과도 일정 수준의 군사적 소통과 신뢰를 쌓아 두려는 구조다.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태국이 ‘다변화 카드’를 꺼낸 배경
태국의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된 계기 중 하나는 2014년 군부 쿠데타다. 당시 미국은 민주주의 후퇴를 이유로 태국과 거리를 두며 군사 협력과 일부 무기 수출에 제약을 걸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태국은 중국산 전차와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연합훈련 범위도 넓히면서 안보 협력 파트너를 다변화했다. 그 결과 태국은 미·중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두 나라 모두와 협력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다.

코브라 골드의 성격 변화와 발리카탄의 부상
코브라 골드는 과거에 비해 ‘대중국 실전훈련’ 색채가 옅어지고, 재난구호·인도적 지원·기본 전술훈련의 비중이 커졌다. 이는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는 인상을 줄이고, 더 많은 국가가 부담 없이 참여하도록 하려는 미국·태국 양측의 이해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반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염두에 둔 보다 실전형 연합훈련은 미국·필리핀이 진행하는 ‘발리카탄’이 담당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태국 입장에서는 코브라 골드는 유지하되, 중국과의 훈련은 비교적 제한된 범위에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셈이다.
![이 시각] 中 4개국과 대테러 훈련, 군대 활동반경 점점 넓혀 | 중앙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db5189d7-b064-4f84-8ce2-aacb6ff49809.jpeg)
중국과 국경도, 남중국해 분쟁도 없는 지리적 이점
태국은 중국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당사국도 아니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처럼 중국과 해양 경계·EEZ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과 군사협력을 확대하더라도 즉각적인 안보 리스크가 크지 않다. 이런 지리적·정치적 여유 덕분에 태국은 상대적으로 부담 적게 중국과 훈련을 하고,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중간지대’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동남아식 실리 외교, 미·중 ‘이중 밀착’의 전형
태국의 행보는 동남아 국가들이 택하는 실리 외교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하나의 패권국에 완전히 줄을 서기보다, 서로 경쟁하는 강대국 사이에서 최대한 실리를 뽑아내고 선택지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미국과의 훈련·동맹을 통해 안보 우산과 군사기술 접근을 유지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무기 구매·정치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식이다. 겉으로 보기엔 “미국이랑 같이 훈련하다가, 하루아침에 중국과도 군사 협력한다”는 모순처럼 느껴지지만, 태국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시대에 위험을 분산하고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계산된 선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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