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특수전 최정예까지 보내줬지만… ‘배신감’만 남은 캄보디아
2000년대 초, 한국은 캄보디아의 요청에 따라 정규군을 직접 파견하는 대신 특전사·UDT/SEAL·정보사 출신 예비역으로 민간 교관단을 꾸려 보냈다.
프놈펜 인근에서 진행된 6개월 과정 동안 이들은 근접전, 대테러, CQB(근거리 전투) 등 특수부대 핵심 전술을 전수하며 캄보디아 특수부대 창설의 골격을 세웠다.
한국은 단순 기술 이전을 넘어 실전 경험과 노하우까지 공유하며, 향후 동남아 안보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 특수전 최고”라던 캄보디아, 50억 원 투입된 군사원조
당시 한국은 소총과 통신장비, 의약품 등 기본 장비를 공유하는 한편, 훈련비와 장비 지원 등을 합쳐 약 50억 원 규모의 군사원조를 단행했다.
캄보디아 군부는 “한국 특수전은 최고 수준”이라며, 향후 장기적 파트너십과 연합훈련 확대를 약속하는 등 한–캄 군사협력은 겉으로 보기엔 ‘신흥 군사동맹’으로까지 포장됐다.
한국 입장에선 동남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특수부대 창설 지원은 양국 관계의 상징적 성과로 소개되기도 했다.

시아누크빌이 드러낸 민낯, 스캠 범죄단지에서 터진 참극
그러나 2025년 8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과 프놈펜 일대의 스캠(사기)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고문 끝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 조직이 주도하는 로맨스 스캠·보이스피싱 조직이 이 지역을 범죄 기지로 삼았고, 그 안에 한국인 가담자가 1000~2000명에 달한다는 추정까지 나왔다.
국가정보원은 “경제특구와 비정부 무장세력이 장악한 지역 50곳이 범죄 온상으로 변질됐다”고 분석했으며, 피해자 고문·살해 사례만 20명 이상 확인되는 등 산업화된 범죄 구조가 드러났다.

국정원·코리아전담반 합동 급습, ‘한국이 가르친 특수부대’ 투입
사태가 악화되자 한국 정부는 국정원을 중심으로 캄보디아와 합동 수사·구호에 나섰고, 한국 경찰 5명과 캄보디아 경찰 9명으로 구성된 ‘코리아전담반’이 2025년 12월 출범했다.
이 전담반과 캄보디아 특공대, 그리고 국정원 요원 등 100여 명이 투입된 시아누크빌 범죄단지 급습 작전에서 감금된 한국인 1명이 구출되고 조직원 26명이 현장에서 검거됐다.
한 달 동안 이어진 3차례 작전으로 한국인 가담자 92명이 추가 검거됐고, 이 과정에서 컴퓨터·서버 압수와 함께 중국인 주범이 체포되며 국내 강남 마약사건과의 연계 정황도 확인됐다.

“한국인 주범”이라던 캄보디아, 재외국민 보호 약속은 어디로
문제는 그 이후의 캄보디아 정부 대응이었다.
캄보디아 당국은 대규모 스캠 단지를 사실상 방치해 온 책임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대신, “주범은 한국인들”이라고 강조하며 “자국민 교육을 제대로 시키라”는 식의 발언을 내놨다.
한국이 직접 양성한 특수부대가 범죄단지 급습에 투입됐음에도, 정작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인 피해자 구출 사실은 축소하고 한국인 가담자 검거만 부각해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군사원조의 역설, 동맹이라 믿었던 파트너의 이중잣대
한국 입장에선 과거 군사원조와 특수부대 창설 지원이 결과적으로 스캠 범죄 온상을 정리하지 못한 채, 오히려 범죄·부패 구조를 눈감은 파트너를 키워준 것 아니냐는 자괴감이 커졌다.
한때 “한국 훈련이 최고”라며 협력을 요청하던 캄보디아 군부가, 재외국민이 납치·고문·살해된 상황에서조차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동맹’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있었는지 보여줬다.
국정원은 “무장단체와 범죄조직이 장악한 지역 단속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뒤통수 맞았다”는 여론과 함께 군사원조·치안협력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외국민 보호 최우선” 외친 한국, 동남아 안보협력 재설계 시험대에
이재명 대통령은 사건 직후 국정원 신속대응팀 파견과 긴급 구조요청 발송을 지시했고, 그 결과 8일 만에 주요 주범이 검거되며 한국인 피의자 57명이 송환 절차에 들어갔다.
캄보디아 경찰청도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지만, 동시에 “경제특구를 전면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해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를 최우선 가치”라고 강조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군사원조와 특수부대 훈련 지원이 실제로는 어떤 파트너에게, 어떤 조건으로 제공돼야 하는지 동남아 안보협력 전반을 다시 설계할 필요성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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