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채 평가손실 45조 엔, 어떤 상황인가
2025회계연도 기준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 잔고(취득가 기준)는 530조8,695억 엔이다.
같은 시점 시가 기준 잔고는 485조4,280억 엔에 그쳐, 장부가와 시가의 차이가 45조4,414억 엔, 약 427조 원 규모의 평가손실로 잡혔다.
이는 전년보다 약 17조 엔 늘어난 수치로, 일본 언론이 “사상 최대”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 손실이 이렇게 커졌는가
최근 일본은행은 오랜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했다.
여기에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 일본 재정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겹치며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과거 낮은 금리에 발행된 국채의 시장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금융완화 시기에 사들여 둔 국채에서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평가손실이 곧바로 ‘파산’은 아닌 이유
일본은행은 중앙은행이고, 일반 기업처럼 중간에 보유 자산을 전부 시가로 환산해 처분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만기 시 원금과 이자를 그대로 받으면 중간 평가손실이 실제 현금 손실로 확정되지는 않는다.
또 회사처럼 자본잠식이 났다고 곧바로 법정관리·파산 절차에 들어가는 제도적 구조도 아니므로, “지금 숫자 때문에 일본은행이 당장 무너진다”는 식의 해석은 과장에 가깝다.

ETF·주식 평가이익이 완충 역할을 한다
이번 결산에서 일본은행이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평가이익은 57조657억 엔, 약 536조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본 증시 상승 덕분에 전년 32조8,712억 엔에서 1.7배로 늘어, 채권 쪽 평가손실을 일정 부분 상쇄하는 완충 장치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당기 잉여금, 기업의 순이익에 해당하는 항목은 1조9,263억 엔으로 전년보다 14.9% 감소해, 수익성이 떨어진 현실은 분명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파산 가능성”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일본 정부 부채는 이미 GDP 대비 250%를 훌쩍 넘는 세계 최악 수준이다.
이 상태에서 장기 금리가 더 오르면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재정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대량 보유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재정 불안이 동시에 진행되면, 중앙은행 자산 측 평가손실 확대, 정부 재정 악화, 국채 시장 변동성 확대가 서로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파산 리스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지금 단계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
현재의 45조 엔 평가손실은 “일본이 위태로운 궤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지만, 곧바로 디폴트나 국가 파산을 의미하진 않는다.
핵심은 일본은행과 정부가 금리 인상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금리 상승과 재정 지출 확대가 통제되지 못하면, 지금의 평가손실은 향후 실제 위기의 전조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상 최대 손실”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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