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로 무장한 이란 해커들
이란 정부 지원 해커들과 정보기관 연계 조직들은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 같은 미국계 생성형 AI를 공격 전 과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I에게 악성 코드 구조를 분석·수정하게 하거나, 피싱 메일·링크드인용 메시지·가짜 전문가 프로필을 자연스러운 영어로 써 달라고 시키는 식이다.
예전에는 서툰 영어·어색한 문장 때문에 “티 나는 피싱”이 많았지만, 이제는 AI가 현지 화법·직종별 용어까지 맞춰 주기 때문에 탐지 난도가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안 분석가들은 “계획·정찰·사회공학·코드 손질까지, 거의 모든 단계에서 프롬프트를 써먹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PT42와 미국·이스라엘 겨냥 ‘비밀 작전’
구글은 이란 정부 지원 해킹 그룹으로 알려진 APT42가 제미나이를 이용해 여러 피싱 캠페인과 정찰 활동을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이들은 방산 전문가·연구기관을 상대로, 학술 토론·자문 요청을 가장한 메일과 문서를 AI로 작성해 신뢰를 쌓은 뒤 악성 링크나 첨부파일을 보내는 방식을 썼다.
또 일부 프롬프트에서는 미국 F‑35 전투기의 전파 방해·전자전 관련 자료를 요약·분석하게 하거나, 어떤 키워드로 논문·보고서를 더 찾을 수 있는지 AI에게 묻는 방식으로 정보 접근을 도왔다고 전해진다.
오픈AI도 이란 연계 해커들의 계정·API 남용 시도가 반복적으로 적발·차단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공격기법을 만들어 주는 수준은 아니고, 번역·리서치·스크립트 정리에 도움을 주는 도우미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이버전 넘어 전자전·드론·지휘통제까지 AI 확산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5년간 이란 군사 전문 학술지 논문 약 300편을 분석한 결과, AI 활용 연구는 이미 사이버 범위를 넘어선 상태다.
전자전(레이더·통신 교란/방호), 드론 유도·자율비행, 수중 표적 탐지(소나 신호 분석), 전장 지휘통제 시스템(전투 상황 인식·결심 지원) 등에서 AI 적용 연구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드론·미사일 운용에서 목표 선정이나 위협 우선순위 판단 일부에 AI 알고리즘을 얹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과거 구글 번역이 서방 군사 논문·교범에 접근하는 장벽을 낮췄듯, 이제는 생성형 AI가 “요약·해설·적용 아이디어”까지 도와주며 기술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 AI 플랫폼’까지 만든 이란, 하지만 공습으로 큰 타격
이란은 외부 인터넷이 끊겨도 내부에서 돌아가는 국가 차원의 AI 플랫폼 시험 운영에도 착수한 상태였다.
이 시스템은 군·정보·산업 분야에서 AI 서비스를 공통 인프라처럼 돌릴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고, 군사 연관성 때문에 서방 제재 대상인 샤리프 공과대가 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나 4월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해당 플랫폼의 핵심 데이터센터와 샤리프 공대 AI 연구 시설 일부가 크게 파괴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미 퍼진 알고리즘·모델·전문가 네트워크까지 한 번에 없애기는 어려워, “물리 인프라 타격으로 속도는 늦출 수 있어도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재 속 ‘가성비 전력 증강’으로서의 AI
경제 제재 때문에 첨단 칩·장비·연구비에 제약이 큰 이란에게,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반 AI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고급 인력 몇 명과 제한된 연산 자원만 있으면, 사이버전·정보전·전자전 알고리즘을 상당 수준까지 개발·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코디드 퓨처의 분석처럼, 이란의 AI 투자는 사실상 “국가 안보 현대화 프로그램”과 동의어가 되어 가고 있다. 제재를 우회하는 경제·금융 네트워크 구축, 전시 상황에서의 자원 배분·복구 최적화 등에도 쓰일 수 있다.
이스라엘 체크포인트 연구원이 “이란은 매우 정교한 국가 행위자이며,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자원을 계속 투입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맥락이다.

미·이란 모두 AI 전쟁 준비… ‘비대칭’이 줄어드는 중
한편 미국도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 앤트로픽의 클로드 같은 AI 모델을 정보 분석·표적 선정·작전계획 수립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결국 양쪽 모두 AI를 쓰는 ‘AI 대 AI 전쟁’ 구도가 되고 있어, 이란이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절대적 우위를 얻는 건 아니다.
다만 예전에는 인력·교육·연구환경에서 크게 뒤졌던 이란이, 생성형 AI 덕분에 “전문가 몇 명 + 상용 AI”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사이버·전자전 능력을 갖추게 되는 건 분명한 변화다.
한국 입장에선, 이런 유형의 국가급 AI 사이버전·정보전이 결국 동맹국·주요 방산기업·군사기술 협력망을 경유해 한반도 안보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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