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임직원 수가 17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며 인재 확보 경쟁에 열중하고 있는 반면, 은행권에서는 역설적으로 희망퇴직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직원이 2470명에 달하면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2024년의 1987명과 비교하면 483명이 늘어난 것으로, 24%의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추세가 아니라 은행권 종사자들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는 지난 2021년 이후 점진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2093명, 2022년 2157명, 2023년 2392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잠시 2024년에 1987명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급증한 것이다. 연초 희망퇴직 신청 현황을 고려할 때 향후 2000명을 넘는 인원이 은행을 떠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이 현상이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금융업 전체의 인력 재편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희망퇴직 연령이 40대까지 낮아진 것이 ‘퇴직 러시’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초 희망퇴직 대상을 1986년생까지 확대하자 해당 은행의 희망퇴직자 수가 234명에서 541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만 40세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각각 325명에서 410명, 391명에서 443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은행들이 조직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동시에 근로자들도 더 빠른 나이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희망퇴직 조건의 축소가 직원들을 더욱 서둘러 떠나도록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최대 36개월치의 임금이 희망퇴직금으로 지급되었으나, 지난해에는 대체로 최대 31개월치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조건 악화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살이라도 젊을 때 은행을 떠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퇴직금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되면서 조기에 떠나려는 움직임이 촉발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향후 은행권의 인력 공동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5대 은행 희망퇴직자들의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은 3억4829만원으로, 증권맨들의 억대 성과급과 비교되면서 금융권 내 임금 격차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 희망퇴직자들은 특별퇴직 위로금뿐 아니라 법정 퇴직금도 받기 때문에 실제 받는 퇴직금은 평균 4~5억원대로 추정되지만, 이러한 규모의 보상도 은행권의 미래 전망을 밝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증권가는 국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임직원 수를 늘리고 있으며, 경제 활동의 중심축이 점차 증권·투자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융업 내에서의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앞으로 금융 생태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매일경제 ‘증권맨 억대 성과급 받을때…억대 퇴직금 들고 나간 은행원 25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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