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에서 다시 만난 트럼프–시진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았고,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약 2시간가량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다음 날인 15일에는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차담과 오찬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형식과 연출은 ‘우호적인 방중’에 가까웠지만, 예상됐던 굵직한 합의나 이른바 ‘빅딜’은 나오지 않았다.
“충돌은 피하되, 갈등은 관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두고 “이제 미·중 관계에서 한 번에 판을 뒤집는 빅딜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진단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전략 경쟁과 상호 불신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충돌만은 피하면서 갈등을 관리하는 ‘관리된 경쟁’ 국면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이 대외적으로 힘을 적극 투사하고, 미국이 기존 질서 수호를 명분으로 압박을 강화해 온 탓에, 정상 간 만남 하나로 해소될 수 있는 갈등이 아니라는 인식이 분명해졌다.

가장 날카로웠던 의제, ‘대만’
전반적인 회담 톤은 부드러웠지만, 시진핑 주석의 대만 관련 발언만큼은 예외였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못 박으며, 처리 방식에 따라 양국이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도, 정면충돌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대만 독립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하며, 대만 해협의 평화를 중·미가 공유해야 할 최소 공통분모로 제시했다.
최근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이 발언은, 평소보다 수위가 한층 높은 ‘작심 경고’로 평가된다.

‘한반도’는 언급됐지만, 비중은 작았다
한반도 문제도 회담장에서 거론되긴 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전했을 뿐, 구체적인 논의나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백악관 공식 발표문에는 한반도 언급이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길에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 북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대화 자체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북핵 고도화와 동북아 안보 지형 변화에 비해, 한반도가 이번 회담의 중심 의제로 다뤄지지는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이 제기된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항로 개방’ 공감대
이번 정상회담에서 드물게 미국과 중국이 같은 방향을 확인한 의제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였다.
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중국 외교부도 “이란은 항로를 조속히 재개해 국제사회의 요구에 호응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이란 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두 나라 모두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로 인한 유가 급등과 석유화학 원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만큼, 해협 개방 필요성에는 이해가 일치하는 셈이다.

무역·반도체·희토류…‘휴전 이후의 관리’ 수준
관세, 반도체 수출 통제, 희토류 문제 등 무역 현안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진전 없이 관리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반도체 수출 통제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고성능 AI 반도체 공급 여부를 “중국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동시에 중국산 희토류 일부가 미국으로 다시 선적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신호도 나왔다.
이미 작년 APEC 정상회의 계기 합의로 양측이 상호 관세·수출통제 강도를 일정 부분 유예한 상황에서, 이번 회담은 그 ‘휴전 관리’를 확인하는 자리에 더 가까웠다.

한국이 이 회의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겉으로는 훈훈한 외교 이벤트였지만, 실제로는 한국에 직·간접 영향을 주는 의제들이 두루 오갔다.
한반도와 북핵, 호르무즈 해협 봉쇄,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 어느 하나도 한국이 비켜갈 수 없는 이슈들이다.
특히 “한반도는 짧게 스쳤지만, 대만·호르무즈·무역이 더 깊게 다뤄졌다”는 인상은, 한국이 스스로 발언권과 영향력을 키우지 못하면 주요 당사자임에도 테이블 가장자리로 밀려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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