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암살 이후 ‘국가 붕괴’
아이티의 국가 시스템 붕괴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자택에서 암살된 사건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권력 공백 속에서 정부와 경찰은 빠르게 약화됐고, 이 틈을 타 ‘비브 앙삼’을 포함한 여러 무장 갱단 연합이 세력을 키웠다.
지금 이들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70% 이상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공공기관·항만·도로를 사실상 통제하는 ‘그림자 정부’ 비슷한 존재가 됐다.

살인율 세계 최악, 145만 명이 피란민
갱단 간 세력 다툼과 민간인 학살, 조직적인 납치·약탈이 겹치면서 작년 한 해에만 9천 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이 70명대 중반에 달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악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석 달 사이에만 2천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단기간에 내전급 유혈 사태가 이어졌다.
목숨을 건 탈출 행렬도 거세져, 국내외 피란민이 145만 명 수준으로 불어나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동으로 집계되는 참상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이 군·경 5천500명까지 투입하는 이유
아이티 경찰은 예산·장비·인력 모두 붕괴 수준이라, 중화기로 무장한 갱단 연합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갱의 천국”이 된 아이티에 대한 물리적 개입 카드를 꺼냈다.
연말까지 5천500명 규모의 군인·경찰이 다국적군 형태로 투입되고, 이를 위해 2억 달러(3천억 원 이상) 규모의 파병·치안 예산이 마련됐다.
정규 군사훈련을 받은 부대를 앞세워, 수도 주요 거점을 탈환하고 대형 갱단의 중화기·병력 집결을 분산시키는 것이 1차 목표다.

‘연말 탈환전 → 선거 재개’ 타임라인
국제사회의 개입은 단순 치안 작전에서 끝나지 않는다.
계획대로라면 올가을부터 연말까지 다국적군이 수도와 주요 도시 치안을 어느 정도 회복시키고, 아이티 임시정부는 연말 대선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선거조차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되면 내년 초 결선 투표를 거쳐 헌정 질서를 다시 세우겠다는 청사진이다.
즉, “올해는 갱단으로부터 땅을 되찾고, 내년에는 정통성을 가진 정부를 세운다”는 것이 국제사회와 아이티 임시 권력의 공동 시나리오다.

‘갱이 점령한 나라’가 던지는 경고
아이티의 사례는 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 국가였던 곳이,
대통령 암살과 정치 부패, 경제 붕괴, 치안 공백이 겹치면 얼마나 빠르게 실패국가 → 갱단 국가로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국제사회가 군·경 수천 명을 보내는 초강수까지 두게 된 건, 이미 “맞은편에 있는 건 단순 범죄조직이 아니라, 국가와 경쟁하는 무장 세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예정된 탈환전과 선거 재개가 성공하지 못하면, 아이티는 더 오랜 기간 ‘갱이 통치하는 나라’ 상태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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