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패션 시장을 휩쓸었던 와이드 실루엣과 오버핏 스타일의 열풍이 한풀 꺾이고 있다. 대신 몸의 라인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슬림핏 디자인의 옷들이 젊은 소비자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패션 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스타일 트렌드의 순환을 넘어 비만 치료제 열풍과 함께 체형 관리에 대한 관심 고조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29CM의 최근 거래 데이터가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한 달간 수집된 데이터에 따르면 슬림핏 티셔츠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으며 슬림핏 블라우스 거래액도 147% 상승했다. 하의 카테고리에서는 그 증가 폭이 더욱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카프리 팬츠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부츠컷 슬랙스와 부츠컷 데님은 4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처럼 신체의 곡선을 강조하는 의류 카테고리 전반에서 두자리 수에서 수백 퍼센트대의 급성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 상품들은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설계된 아이템들이다. 글로니의 ‘G 베이비 티셔츠’는 크롭한 기장과 허리 라인을 강조한 슬림핏 실루엣으로 29CM에서만 누적 좋아요 수 1만4000건을 기록했다. 무신사도 최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섭듀드를 국내 온라인 유통사 가운데 처음으로 입점시켜 시장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섭듀드는 지난 4월 성수동 팝업스토어를 통해 화제를 모은 브랜드로 로우라이즈 청바지와 크롭 그래픽 상의, 짧은 바지 등 실루엣을 강조한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 사이즈 전략으로 유명한 브랜디 멜빌도 꾸준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Y2K 패션의 부활과 페미닌 트렌드 확산이 슬림핏 열풍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패션 트렌드 변화의 배경으로 체형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조를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과거에는 편안함과 활동성을 우선시하며 통 넓은 바지와 루즈한 핏의 오버사이즈 의류가 대세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몸의 라인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의 확산이 이러한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소비자들이 변화된 자신의 체형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을 찾아 나서면서 슬림핏 의류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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