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을 때리지 못하는 중동 산유국들
중동의 산유국들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맞으면서도 정면 보복에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반격해 봐야 얻을 것은 거의 없고 잃을 것은 너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에너지, 경제, 안보 구조 전체가 이란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번 맞보복을 시작하는 순간 자신들이 전면전의 표적이 될 위험이 훨씬 더 커진다.

“우리 전쟁이 아니다”라는 인식
걸프 산유국 지도자들은 이번 분쟁을 기본적으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으로 인식한다. 자신들이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직접 이란을 타격해 개입하는 순간, 더 이상 부수적 피해자가 아니라 공식적인 교전 당사자가 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이란이 이들을 명시적인 적국으로 규정하고 군사·정치적 보복을 정당화할 명분만 더 키우게 된다.

때리면 더 커지는 ‘표적 위험’
걸프 국가들의 국토와 인구는 크지 않지만, 정유·가스 시설, 항만·공항, 도시 인프라 등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줄 수 있는 고가치 표적이 밀집해 있다. 이란은 이미 공항, 호텔, 주거 지역, 에너지 시설까지 타격하며 “마음만 먹으면 이 모든 것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본토를 역습하면, 이란이 이들 국가의 에너지·도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노릴 명분을 확보해, 보복의 강도와 빈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에너지·해상·투자 신뢰에 묶인 취약한 경제 구조
걸프 산유국 경제는 원유·가스 생산시설,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해상 운송, 두바이·도하 같은 금융·물류 허브에 대한 투자자 신뢰에 크게 의존한다. 이란은 미사일·드론·해상 교란을 통해 이 세 축을 모두 흔들 수 있는 지리적·군사적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이란과의 정면 충돌은, 단순한 안보 위협을 넘어 자국 경제의 기반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선택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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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완전히 한편처럼 보이기 싫은 정치적 부담
여러 걸프 국가는 미국과 안보 동맹 관계이고, 일부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했지만, 역내 여론과 정치적 정서는 이스라엘과 노골적인 군사 공조에 여전히 큰 거부감을 갖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미국을 따랐다가 중동 전체가 장기간 혼란에 빠진 경험도 지도자들의 기억에 깊게 남아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란에 대한 직접 군사 보복은 “미·이스라엘 전선의 앞줄”에 서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럽다.

그래도 미국 군사력에는 의존해야 하는 현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전쟁 전략에 대해선 이견과 불만을 갖고 있지만, 실제 방공과 군사 방어 측면에선 미국 의존도를 쉽게 줄일 수 없다. 미군 기지와 병력 주둔, 미국제 방공·미사일 방어 체계, 정보·첩보 공유가 이란의 공격을 요격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워싱턴을 향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면서도, 작전·실무 차원에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군사 협력을 유지하는 이중 구조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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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외교적 타협을 선호하는 계산
걸프 지도부는 미국이 이란 핵 능력 파괴부터 정권 교체까지 다양한 군사 목표를 거론하는 상황을 보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라크 전 이후처럼 전쟁이 끝난 뒤 역내 혼란과 권력 공백을 다시 떠안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외교와 협상을 통한 타협뿐”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고, 지금의 자제 역시 이 계산에서 나온 선택이다.
언제까지 참을까, 바뀔 수 있는 손익 계산
그러나 이 인내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수 있다.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지속적 공격으로 수출이 심각하게 마비되거나, 공항·항만·도시를 겨냥한 공격으로 민간인 대량 피해가 누적되면, “맞기만 하는” 선택은 국내 정치적으로도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그 시점에는 제한된 형태의 군사 보복이나, 미국 주도의 대이란 작전에 보다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쪽이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 있다. 이란이 현재 구사하는 고위험 압박 전략이, 일정 선을 넘는 순간 되레 걸프 산유국들을 미국과 더 가깝게 밀어붙이는 역풍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이 때문에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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