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세 할아버지도 총 쏜다” 독일의 초고령 예비군 구상
독일이 심각한 병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예비군 연령 상한을 기존 65세에서 70세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징병제 유예 이후 악화된 인력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된 안보 위기가 맞물리면서, 은퇴 고령층까지 방어선에 편입하겠다는 발상까지 등장한 것이다. 사실상 “총을 잡을 수 있으면 모두 전력”이라는 비상 논리가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셈이다.
![독일이 돌아왔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46665670-8e68-4c35-b74b-e09d775933f6.jpeg)
“예비군 70세까지” 공식 제안한 독일 예비군 협회장
독일 예비군 협회 바스티안 에른스트 회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예비군 연령 상한을 70세로 높여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독일 사회 전반에서 정년이 늦춰지고 있고, 의료 환경 개선으로 고령층의 건강 상태도 과거보다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직업·인생 경험을 가진 세대의 역량을 군이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논리다. 청년층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면, 인구 피라미드의 반대편인 고령층에서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예비군 훈련 막는 ‘고용주 동의’ 규정도 문제 삼아
에른스트 회장은 단지 나이 제한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예비군 제도의 구조적 걸림돌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예비군이 훈련에 참가하려면 본인의 의사뿐 아니라 고용주의 동의까지 반드시 받아야 한다. 회사 측이 업무 공백이나 인력 손실을 이유로 반대하면, 아무리 본인이 의지가 있어도 훈련에 나갈 수 없다. 이에 협회는 예비군이 자발적으로 훈련을 희망할 경우, 소집에 대해 고용주가 이의를 제기할 권한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징병제 유예의 후과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유예하면서 군 구조를 ‘작고 효율적인 군대’로 전환한다는 명분 아래 병력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 환경이 급변하자, 독일의 축소 지향 국방정책은 심각한 재검토 대상이 됐다. 러시아와 직접 맞닿아 있는 동유럽 국가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에서도 독일의 역할 증대 요구가 거세졌다. 그 여파로 베를린은 다시금 전면적인 군 재건과 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35년까지 ‘현역 26만·예비군 20만’ 목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추진 중인 군 재건 계획의 핵심은 2035년까지 상비군과 예비전력을 모두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독일은 우선 현역 병력을 26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예비군은 20만 명 규모까지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동부 전선 억제력과 NATO 기여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재정·인력·장비가 모두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이 계획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은 여전히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

실제 가용 예비군 6만 명… “3배 이상 더 뽑아야”
문제는 현재 독일이 당장 동원 가능한 실질적 예비군 전력이 6만 명 안팎에 그친다는 점이다. 정부 목표에 도달하려면 2035년까지 추가로 14만 명, 기존의 3배를 훌쩍 넘는 예비군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예비군 연령 상한 65세, 자발적 참여, 고용주 동의 의무 등 여러 제약이 겹쳐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예비군 협회가 상한 연령을 70세까지 끌어올리자는 초강수 제안을 꺼내 들었지만, 체력·전투력·전력 운용 효율성 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유럽 스스로 방어하라’는 압박 속 내몰린 독일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이 오랜 기간 유럽에 던져온 ‘자체 방위 능력 강화’ 요구도 자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방위비 분담 압박과 ‘미국 안보 우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독일 역시 방위 자율성 확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동유럽 국경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며, 독일은 더 이상 병력 구조 개편을 미룰 수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결국 예비군 연령을 70세까지 올리는 방안은, 안보 환경 악화와 인구·정치 현실이 만들어낸 ‘마지막 옵션’에 가까운 카드로 읽힌다.

‘백발 예비군’ 시대 열릴까, 새 전략에 쏠리는 시선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조만간 독일의 새로운 군사 전략과 군 발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문건에 초고령 예비군 확대 구상이 어떻게 반영될지, 고령 인력을 어떤 임무에 배치할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방 전투부대보다는 후방 지원·행정·교육·전문 기술 보직에 고령 예비군을 활용하는 절충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70세 예비군까지 상정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독일 연방군의 인력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유럽 안보가 얼마나 불안정해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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