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제면 다 사겠다는 게 아니다” 대만의 초대형 무기 쇼핑, 숨은 계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만이 F-35, 패트리엇, 중고 이지스 순양함까지 한꺼번에 올려놓은 150억 달러급 ‘무기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미국산이면 다 사겠다”는 굴욕적 줄서기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의 방위비 압박을 역이용해 미국의 개입 의지를 최대한 끌어내고, 동시에 자국의 비대칭 전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는 일종의 ‘보험+레버리지 패키지’에 가깝다.
![사설] 트럼프 압박 최고조…'명분 주고 실리 챙기기' 전략 절실 | 서울경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4f0914cc-3183-40b2-bc6e-5e5b3785b395.jpeg)
트럼프의 “돈 내라” 압박, 대만은 “그럼 더 사겠다”로 대응
트럼프는 선거 기간 대만 방어 문제에 대해 “대만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며 방위비 분담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이 발언 직후 줘룽타이 행정원장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질 준비가 있다”고 화답한 것은, 사실상 ‘무기 구매 확대’로 대응하겠다는 신호였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처럼 F-35, 패트리엇, 조기경보기, 중고 전투함 패키지가 구체화된 것은, 트럼프식 거래 정치에 맞춰 “우리가 이 정도로 사 주니, 당신도 개입 의지를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장부에 찍어두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

F-35B 60대, “기지는 깨져도 전투기는 살아남게”
대만이 특히 눈독을 들이는 건 단거리 이륙·수직 착륙(STOVL)이 가능한 F-35B다. 중국의 탄도·순항미사일이 타이중·화롄 같은 주요 기지 활주로를 마비시켜도, 짧은 포장로·고속도로·임시 비상활주로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전쟁 첫날 이후에도 살아남는 공군’을 의미한다. F-35B 60대는 숫자만 보면 과감한 승부수지만, 현실적으로는 천문학적 도입·운용 비용, 미국 내 생산·인도 여력 문제 때문에 그대로 성사되긴 어렵다는 회의도 크다. 그럼에도 일단 요구 목록에 올려 놓음으로써, 향후 F-35A 추가 도입이나 다른 스텔스 전력 패키지 협상을 위한 ‘상한선’을 높여두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패트리엇 400기·E-2D 도입, ‘하늘과 미사일 방패’를 미국으로 통일
미사일 방어와 조기경보 체계는 중국의 포화 공격을 견디는 핵심 축이다. 대만은 이미 PAC-3 MSE 업그레이드를 승인받았지만, PAC-3 계열 400기 추가는 본토 전역에 걸쳐 더 촘촘한 종말 단계 방어망을 깔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E-2C보다 센서·처리 능력이 크게 강화된 E-2D 조기경보기 4대를 더하면, 중국 전투기·미사일·드론의 접근을 더 이른 시점에 포착해 요격 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이 조합은 미 해군·일본 항공자위대가 이미 쓰는 구성이기도 해서, 대만이 미·일과 사실상의 ‘통합 방공 네트워크’를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중고 이지스 순양함·프리깃 10척, A2/AD의 값싼 ‘거친 손’
대만이 퇴역 타이콘데로가급이나 페리급까지 묶어 중고 전투함 10척을 검토하는 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바다에서 쓸 수 있는 ‘완성된 플랫폼’을 가장 빨리 늘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설계·건조에 10년 넘게 걸리는 신조함 대신, 이미 검증된 선체를 인수해 레이더·미사일·전술데이터링크만 재구성하면, 중국 해군의 상륙전·해상 보급선에 대한 A2/AD 자산으로 즉시 투입할 수 있다. 특히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을 일부라도 확보하면, 다층 방공·대함 능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면서 미 해군과의 연동성도 높일 수 있다. 다만 미국 해군이 자국 운용 실패·비용 낭비로 욕먹고 있는 플랫폼을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넘길지는 별도의 정치·기술 변수다.
“무기 쇼핑=동맹 보험” 트럼프 스타일을 역이용하는 대만
문제는 이 모든 무기 패키지를 산다고 해서, 중국 침공 시 미국 개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때도 210억 달러가 넘는 F-16·M1A2·하이마스·하푼 패키지가 승인됐지만, 개입 의지에 대한 회의는 계속됐다. 그렇다면 대만은 왜 또 한 번 ‘미제 무기 쇼핑’을 선택하는가. 첫째, 미국 의회·군·방산업계에 “대만 방어=미국 일자리·수익”이라는 이해관계를 더 깊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둘째, 트럼프가 “돈을 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이렇게까지 냈다”는 정치적 증거를 남겨, 향후 개입 논쟁에서 도덕적·정치적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셋째, 설령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미국제 시스템을 많이 들여올수록 후방 지원·정보 공유·탄약 보충 측면에서 미국의 ‘부분 개입’ 가능성이 커진다는 계산도 있다.
프랑스는 사람, 스웨덴은 바다…각자 방식으로 ‘전쟁 준비’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기 프랑스·스웨덴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대만과는 정반대의 각도에서 같은 문제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프랑스는 은퇴한 방산 숙련공·엔지니어를 ‘방위 산업예비군’으로 묶어 전시 생산량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인력 풀을 만들고 있다. 용접공, 모형 제작자, 설계자 등이 매년 10일씩 재교육을 받으며, 유사시에는 KNDS, 나발 그룹, 르노 같은 기업에 투입될 준비를 한다. 반면 스웨덴은 러시아 미사일 공격 조기경보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해상 풍력 발전 단지 13곳을 불허하며, 에너지·환경보다 안보를 앞세우는 결정을 내렸다. 이 두 사례는 ‘무기를 더 사는 것’ 못지않게, 생산력과 감시·조기경보 인프라가 현대 전쟁 준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한국이 볼 때 대만의 ‘미제 올인’이 주는 신호
한국 입장에서는 대만의 선택이 여러 가지 함의를 던진다. 첫째, 미국과의 정치적 신뢰가 불안할수록, 오히려 미국제 무기에 더 깊게 들어가 ‘이해관계의 인질’을 만드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둘째, 미·중 충돌 가능성이 높은 전장에서, 스텔스기·조기경보기·장거리 방공·중고 이지스까지 통째로 미국 시스템에 맞추는 것은 전시 미군 연동성을 극대화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주 옵션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셋째, 프랑스의 산업예비군, 스웨덴의 조기경보 우선 결정처럼, 무기 구매와 별개로 생산력·인력·센서망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전쟁 지속 능력을 가르는 핵심이라는 점도 선명해진다. 결국 대만의 “미국산이면 다 사겠다”식 패키지는 겉으로는 종속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트럼프식 거래 정치와 미·중 패권 경쟁을 최대한 활용해 “살아남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벼랑 끝 선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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