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국산 장거리·극초음속 미사일 시대 개막
일본이 처음으로 자국 개발 장거리 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탄을 실배치 단계에 올리면서, “본토만 지키는 나라”에서 “먼 거리에서 먼저 때릴 수 있는 나라”로 전략 위상이 바뀌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대만·난세이(남서도서) 유사시를 염두에 둔, 사실상 지역 거부(A2/AD) 능력 구축의 출발점이다.

12식 개량형: 사거리 1,000km로 중국 본토까지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한 개량형 12식 지대함 미사일은 기존 200km급 사거리를 약 1,000km까지 끌어올린 버전으로, 구마모토현 켄군 주둔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 거리면 중국 연안의 군사 기지·항구·상륙 집결지까지 직접 타격권에 들어간다. 이동식 발사대는 발사 후 곧바로 위치를 바꿀 수 있어 생존성이 높고, 일본은 이를 통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또는 ‘반격 능력’을 현실적인 전력으로 갖추게 됐다. 2023년부터 양산이 시작됐고, 일본 국내 니이지마섬과 호주 연합훈련 ‘탈리스만 세이버’에서 이미 시험 발사도 진행됐다.

HVGP: 일본판 극초음속 활공 무기
시즈오카현 후지 주둔지에는 일본이 자체 개발 중인 초고속 활공탄(HVGP, Hyper Velocity Gliding Projectile)도 배치되고 있다. HVGP는 지상에서 발사된 뒤 고속으로 상승·활공하며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는 극초음속급 무기 개념으로, 요격이 매우 어렵다. 일본은 이 체계를 ‘도서 방어용’으로 설계해, 외딴 섬을 노리는 상륙 전력·함대를 먼 바다에서부터 맞아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지 주둔지에 상시 배치하되, 실제 임무 시에는 다양한 섬·기지로 전개해 운용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먼 거리에서, 조기에, 상륙세력을 끊는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번 장거리 미사일·HVGP 배치를 “침공하는 적 함정과 상륙 전력을 조기에, 그리고 먼 거리에서 저지·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일본 자위대는 적이 일본 해역·영토 가까이 왔을 때 방어하는 ‘후퇴형 본토 방어’ 개념에 가까웠다. 이제는 일본 주변의 바다·섬, 심지어 상대 연안까지 염두에 두고, 상륙세력이 접근하기 훨씬 전에 미사일로 잘라내는 공격적 억제 모델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히가시후지 연습장에서 진행된 실사격·병력 훈련도 이런 새 작전 개념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

토마호크 400발, 미·일 미사일망 결합
일본은 자국산 미사일에 더해,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400발 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사거리 약 1,600km인 토마호크는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장거리 정밀유도 무기로, 중국 내륙 깊은 표적까지도 노릴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이미 이지스 구축함 JS 초카이는 토마호크 발사 능력을 갖췄고, 앞으로 더 많은 함정이 이 능력을 받아갈 예정이다. 이로써 일본 해상자위대는 자국산 12식·HVGP, 미국산 토마호크가 섞인 다층 장거리 타격망을 운용하게 된다.

“엄격한 본토 방어”에서 “지역 억제력”으로
대만 국방안보연구소(INDSR)의 분석처럼, 일본은 이번 미사일 배치로 오랫동안 논쟁만 해오던 ‘반격 능력’을 실제 운용 단계로 끌어올렸다. 최대 1,000km(12식 개량형)에서 1,600km(토마호크)에 이르는 사거리 덕분에, 더 이상 일본 영해와 본토 주변만이 방어선이 아니다. 주변 해역·도서·중국 연안까지 포함한 “준지역적 억지력”을 구축하면서, 유사시에는 미·일이 함께 중국·북한의 미사일 기지·함대·상륙 전력을 원거리에서 선제·동시 타격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성 있는 옵션으로 떠오른다.

인도·태평양 힘의 균형이 바뀌는 신호
이 모든 움직임은 중국 공산당의 군사력 증강, 특히 해군·미사일 전력 확대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다. 일본이 “전후 가장 심각하고 복합적인 안보 환경”을 언급하며 이런 무기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동아시아 군비 경쟁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거리 경쟁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제 일본을 단순한 ‘방패 국가’가 아니라,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실질적인 공격·억제 플레이어로 봐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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