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 문학의 지평을 넓힌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 처음으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지난 3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조용한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순위를 거슬러 오르고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집의 첫 영화화
원작은 베스트셀러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동명 단편이다. 김초엽 작가 작품의 첫 리메이크라는 점만으로도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차별도 고통도 없는 유토피아를 스스로 떠나 불완전한 지구를 선택한 이들의 여정이라는 묵직한 테마를 담고 있다.

데스노트 그리던 감독의 도전
연출을 맡은 허평강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 ‘데스노트’ 작화에 참여했던 한국인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그는 시처럼 함축적인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 인물 서사를 확장하고 모험 요소를 더해, 꼬박 5년에 걸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 동료 영화감독들과 원작자 김초엽 작가가 직접 추천사를 보태며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김향기·박지후·이주영의 목소리
목소리 연기에는 김향기, 박지후, 이주영 세 배우가 참여했다. 스크린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온 배우들이 처음 도전하는 애니메이션 더빙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감성적인 작화와 배우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원작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위표를 거슬러 오르는 역주행
개봉 초반 조용했던 성적표는 2주차에 들어 반전됐다. 지난 11일에는 전일 대비 관객이 19배 가까이 늘며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재진입했다. 영화 개봉 소식이 알려진 뒤 원작이 수록된 소설집의 판매가 다시 늘었다는 서점가 집계도 전해졌다. 영상과 활자가 서로를 끌어올리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완벽한 세계가 채워주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핍을 안고도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극장에서 이 감성 SF를 만나볼 수 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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