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개요: 5만 인구 도시의 ‘중국 스파이 시장’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도시 아카디아(인구 약 5만 명)에서 선출된 시장이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는 공작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부촌을 이끌던 에일린 왕 전 시장은 미국 법무부 수사 끝에 혐의를 인정했고, 결국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언론 위장 사이트로 시작된 인지전 공작
왕 전 시장의 활동은 공직에 오르기 전부터 은밀하게 진행됐다. 전 약혼자이자 선거 매니저였던 야오닝 쑨과 함께 2020~2022년 사이 미국 내 중국계 커뮤니티를 겨냥한 웹사이트를 운영했는데, 겉으로는 평범한 지역 뉴스 플랫폼처럼 보였지만 실제 목적은 달랐다. 미국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고, 신장 인권 탄압을 부인하는 등 중국에 유리한 선전물을 지속적으로 유포했다. 무기나 군사력 대신 가짜뉴스·여론 조작으로 적국 내부를 흔드는 전형적인 ‘인지전’ 전술이다.

중국식 여론 조작 담당자가 ‘합법적 시장’이 되다
이 온라인 공작은 2022년 왕 전 시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아카디아 시의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아카디아는 시의원들이 돌아가며 시장직을 맡는 구조인데, 중국 선전·정보 통제에 관여했던 인물이 미국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합법적인 정치 권력까지 얻은 셈이 됐다. 이는 외국 정부가 직접 선거에 개입하지 않고도, 미리 길러둔 인물을 통해 지방 정치권 핵심부까지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직 여성 시장, 알고 보니 중국 간첩이었다…혐의 인정, 美 정치계 발칵 [핫이슈]](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51ec9fb5-ca37-4091-a3b5-544ef305c5f3.jpeg)
공범 검거로 드러난 정황, 왕 전 시장도 수사망에
이들의 계획은 공범 야오닝 쑨이 먼저 적발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쑨은 2024년 외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6년 2월 연방 교도소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왕 전 시장은 선거 전에 쑨과 관계를 끊었고 그의 행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법무부는 디지털 통신 기록과 각종 자료를 통해 중국 측과의 연계 정황을 추적했다. 외국 정부의 불법 공작원으로 활동한 혐의가 인정될 경우, 왕 전 시장은 최대 10년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미사일 없이도 정치권에 침투하는 ‘현대 인지전’의 실체
이번 사건은 미사일이나 전투기 같은 물리적 수단 없이도, 민주주의 국가 내부 여론을 분열시키고 지방 정치권 핵심까지 스며들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개방된 사회에서는 지역 언론, 커뮤니티 사이트, SNS를 타고 특정 서사를 꾸준히 흘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사이버·정보 공작은 비용은 적게 들고, 발각되기 전까지는 “표현의 자유”와 뒤섞여 구분이 어렵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의 새로운 취약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주의의 개방성이 가진 양면성
민주주의 사회는 누구나 정치에 참여하고, 언론·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개방적이다. 그러나 이 개방성이 외국 정부나 정보기관에게는 “합법적 껍데기를 쓴 영향력 공작”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구 5만 명의 소도시에서조차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앞으로 특정 국가 출신·배경의 인물 전체를 의심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정보전·인지전 차원에서 더 정교한 법·수사·안보 체계가 필요하다는 경고로 읽을 수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