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당 내부에서 쏟아지는 강경 비판
이번 MOU는 공화당이 내세워온 ‘강한 대이란 억제’ 기조와는 정반대 방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공화당 상원의원 빌 캐시디는 이란의 핵 야망은 전혀 억제되지 않았고,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잘못된 교훈만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의 “과도한 양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것은, 이번 합의가 기존 보수 진영이 주장해 온 강경 노선과 완전히 배치된다는 의미다. 니키 헤일리, 테드 크루즈 등 대표적 보수 인사들도 앞다퉈 비판에 가세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이란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조항과 ‘통행료 카드’ 논란
가장 큰 논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다룬 제5항이다. 이란이 60일 동안 상선 통행료를 면제하겠다고 명시한 조항은 표면적으로는 항행 자유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60일 이후에는 통행료 부과 또는 통행 제한을 다시 꺼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국제법상 호르무즈 해협은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는 자유 항행 수역으로 간주되지만, MOU에는 이란이 오만 및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향후 해협의 행정·해상 서비스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이란이 장기적으로 해협 관리·통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란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해협을 여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향후 협상이 틀어질 경우 호르무즈 통제권을 다시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한 셈이다.

핵 의제의 모호성과 실질 비핵화 부재
핵 관련 내용을 담은 제8항은 “이란은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약속과는 거리가 있다. 이란은 이미 NPT 비준(1970년)과 2015년 JCPOA 체결 과정에서 여러 차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같은 문구를 다시 적시했다고 해서 새로운 구속력이 생긴 것은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고농축 우라늄을 희석하는 방식이 언급됐지만, 현재 이란이 보유한 준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지, 향후 어느 수준까지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빠져 있다. 무엇보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사찰·검증 체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 합의가 사실상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구조적으로 제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제재 완화와 경제적 양보
경제·제재 측면에서 보면 이란이 얻는 실익은 명확하다. 제10항은 미국이 MOU 서명 직후 이란산 원유, 석유제품, 파생상품 수출 관련 모든 서비스에 대한 제재 면제를 발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유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이란 경제로서는 수출 재개와 금융 거래 정상화만으로도 막대한 수입 증가와 경제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제11항에는 미국이 동결·제한 중인 이란 자금·자산에 대한 접근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약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동결 자산이 사실상 이란 손에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돈은 원래 이란의 돈이며,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 것 역시, 이번 조치가 일회성 예외가 아니라 정당한 반환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반영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17억 달러 제공을 “현금 퍼주기”라 비판하던 트럼프가, 훨씬 큰 규모의 양보를 스스로 수용했다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재건 기금과 ‘퍼주기’ 논란의 역설
MOU 제6항에 포함된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기금도 논쟁의 핵심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인프라·산업·주거를 복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자금이 궁극적으로 이란의 군사력 재건과 친이란 무장조직 지원에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JCPOA 체결 이후 이란에 제공한 17억 달러를 두고 “테러 지원국에 현금을 퍼줬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MOU에서는 그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규모의 재정 지원이 합의 문안에 포함되면서,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스스로 과거 비판을 부정하는 셈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정권이 바뀌어도 대이란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노선과, “경제·안정을 위해 일정 수준의 거래는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충돌하며 당내 논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다루지 않은 탄도미사일·대리세력 문제
MOU에는 이란이 계속 확대해 온 탄도미사일 개발·배치, 헤즈볼라를 비롯한 친이란 무장단체 지원 문제에 대한 규정이 사실상 빠져 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전력은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돼 왔고, 야전에서의 포화·정밀타격 능력은 이미 여러 차례 실전 발사로 과시됐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가 이 분야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핵과 미사일을 분리 대응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 혹은 협상력 부족의 결과로 비칠 수 있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요소들이 합의문에서 누락된 채 이란에 경제·제재 완화 혜택만 돌아가는 구도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미국-중동 동맹 구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미국이 이란과의 합의를 유지하는 대가로 기존 동맹국과의 신뢰를 일부 소모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

미국이 노린 단기 이득과 남은 변수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MOU 체결을 밀어붙인 배경에는, 단기적으로 전쟁 확산을 막고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피하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 전쟁 이후 급등했던 유가가 안정되고 글로벌 에너지·금융시장이 진정된다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경제 불안을 최소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다. 다만 로이터 등은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한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웠던 ‘이란 핵 위협’이, 이번 MOU 이후 60일간의 추가 협상 과정에서 다시 발목을 잡을 최대 변수라고 지적한다. 핵·미사일·중동 영향력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합의가 일시적인 긴장 완화와 경제 안정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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